박계동 돌발 변수…與, 분열 구도로 전쟁 치르게 되나?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여야간 마지막 승부, 4.27재보궐선거 열기가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 당초 소박하게 치러지는 듯 했던 선거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 재선거에 직접 선수로 출마하면서 확 달라졌고, 선거 판세 또한 여야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만큼 혼전의 상황이 됐다. 4.27재보선이 가지는 의미 또한 한층 무게를 갖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전까지 강원지사 선거는 이광재 전 지사 동정론, 김해을 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유지론 등 대체적으로 친노 vs 현정권의 대결 구도였다면, 손학규 대표의 출마로 4.27재보선 전체 판도가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급변하게 됐다. 여당도 야권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 걸맞게 대진표 또한 흥미진진하게 짜여졌다. 손학규 대표가 출마한 분당을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이 강재섭 전 대표를 후보로 확정함으로써 전.현직 여야 당대표간 빅매치가 치러지게 됐고, 강원지사 보궐선거는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맞붙어 MBC 전직 사장간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김해을 보궐선거의 경우 민주당 곽진업 후보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아직까지 단일화 난항을 겪고 있긴 하지만, 단일화를 이룰 경우 여권의 거물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모두 다 근소한 차이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어, 여야 모두 손에 땀을 쥐고 선거 판세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재보선 최대 격전지된 분당을, 여도 야도 명운 걸었다
이번 4.27재보궐선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분당을 재선거가 되고 있다. 여야 전현직 당대표가 힘겨루기를 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대대적인 지형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우선, 정운찬 전 총리의 불출마로 공천을 받게 된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여권 권력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전 대표가 이 지역에 출마하기까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강 전 대표가 원내에 입성하게 될 경우, 임태희 실장에게 이전보다 더 큰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적으로는 임태희 실장이 5월~7월께 당으로 복귀해 조기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재보선에서 임태희 실장의 도움을 받은 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임 실장을 지원하게 될 것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이재오 특임장관과 임태희 실장 사이에 진행돼 온 권력투쟁에도 상당한 힘의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임태희 시대가 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강재섭 전 대표가 선거에 패하게 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여권 내 권력투쟁의 문제가 아닌, 한나라당의 생존이 달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당 지역은 ‘강남보다 분당’,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릴 만큼 한나라당 강세지역이다. 그런 지역에서 강 전 대표가 패배하게 된다면, 한나라당은 강남에서 패배한 것 이상의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참패를 예고하는 것이며, 나아가 정권교체 가능성마저 높여주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전직 당대표라는 거물이 나섰음에도 패배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가중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선거 승패 또한 나름의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만일 그가 승리한다면, 지금까지 원외 인사로서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손 대표가 야권의 확실한 차기 유력 주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데 있다. 지난해 10.3전당대회 이후 손 대표는 지속적으로 대선 지지율이 하락해 최근에는 5% 안팎의 저조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당대표를 맡게 되면서 손 대표와 점점 더 지지율 격차를 벌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분당이라는 적진에서 손 대표가 승전보를 전해 온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도 있다. 손 대표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게 되는 것이다. 손 대표 측근들 중에서도 이 같은 지지율 반등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출마를 권유해 오기도 했다. 제1야당 대표인 손 대표 대선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야권 전체에 있어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야권의 지지층이 두터워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대표가 패배하게 된다면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우선, 당내 쇄신연대 그룹 등 반대파의 견제가 심화될 수 있다. 차기 총선 공천권과 대통령후보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둔 당대표 흔들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민주당에서도 조기전당대회가 치러질 수 있다. 물론, 타격은 손 대표가 가장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 재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으로 당내 입지가 약화된다면, 대권에 대한 꿈도 접어야만 하는 극단적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도 패배한 인사가 어떻게 국가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정서가 깔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 입장에서도 분당을 재선거는 정치적 생명을 걸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박계동 돌발 변수…한나라, 분열 구도로 전쟁 치르게 되나?
그런 가운데, 강재섭 전 대표의 공천에 반발해 박계동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한나라당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초박빙의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박계동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강재섭 전 대표가 받게 될 타격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박 전 의원이 출마해 단 몇 퍼센트만이라도 득표한다면 여권 분열로 손 대표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와 강 전 대표는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3월 30~31일 코리아리서치가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강재섭 전 대표가 44.3%, 손학규 대표가 42.7%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손 대표가 46.0%, 강 전 대표가 40.6%였으며, 같은 날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손 대표가 34.6%, 강 전 대표가 33.6%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야말로 초박빙의 승부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박계동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 강재섭 전 대표의 표를 일정 부분 가져간다면 힘의 균형추는 깨져버릴 수 있다. 박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분당을 재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