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의 쟁점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 날을 세우고 있는 환율갈등과 국제통화기금(IMF) 지배구조 개혁안으로 집약된다.
이 때문에 의장국인 우리 정부가 다음달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어떤 방식으로 중재를 시도해 G20체제의 균열 위기를 극복할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환율 문제로 갈등을 빚는 신흥국과 선진국들이 일종의 ‘빅 딜’을 통해 환율과 IMF 개혁 문제에서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는 시나리오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 ‘환율 전쟁’ 중재
환율 문제는 이번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의 초미의 관심사다.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 국이 앞다퉈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 전쟁은 좀체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에서 재무장관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외 언론과 세계 주요국과 신흥국 정부, 수출업계의 눈이 경주로 쏠리고 있다.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중국, 브라질 등 세계경제에서 큰 손으로 등장한 신흥국들과 미국과 일본 등 전통적인 선진국 사이에 벌어진 갈등을 어떻게 중재할지 고민이 깊다. 공을 들여온 ‘코리아 이니셔티브’ 즉, 글로벌금융안전망과 개발의제가 환율이라는 역풍을 맞아 자칫 옆으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맞서는 환율 갈등은 G20 의장국으로서 중재자의 역할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경주 회의에서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환율 문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 양자회담과 더불어 전체회의를 통해 난상토론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서도 환율 분쟁에 대한 조정이 결렬되면 내달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각 국 정상 간에 담판을 통해 ‘서울 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복수의 정부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우리 정부는 IMF 지배구조 개혁과 환율 문제를 결부시켜 신흥국과 선진국이 서로 주고받는 형식의 ‘빅 딜’ 방안도 대안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MF 개혁도 쉽지않은 과제
환율 갈등에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감이 있지만, 사실 정부가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 회의에서 가장 힘을 모으고 있는 부분은 바로 IMF 지배구조 개혁이다.
IMF 개혁은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세계경제의 판도를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기능을 하는 IMF의 지배구조에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 중국 등 신흥국들이 IMF 내에서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IMF의 지분(쿼터) 5%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핵심으로, 개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중국, 브라질, 한국 등 신흥국들의 지분이 늘어나 IMF 내에서 발언권이 강화되게 된다.
IMF 안팎의 분석에 따르면 지배구조 개혁이 완료되면 중국은 지분을 바탕으로 계산한 표결권 순위가 기존 6위에서 2위∼3위로 도약하고, 우리나라는 기존 18위에서 15위∼16위권으로 상승하는 등 신흥국들의 표결권 순위가 상승할 전망이다.
IMF 회원국들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IMFㆍ세계은행 총회에서 IMF 총재에게 IMF 지배구조 개혁 관련 경과보고서를 10월 말까지 IMF의 최고위급 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제출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경주회의의 논의 결과는 이 보고서에 담겨져 IMFC에 제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IMF라는 막강한 국제금융기구 내의 발언권과 직결되는 문제라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이전할지 등을 놓고 각 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그럼에도 지난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11월 서울 회의까지 IMF 지배구조 개혁논의를 일단락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서울 정상회의까지는 어떻게든 타결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주 회의에서는 서울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기득권을 내줘야 하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 재무장관들 간에 막판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득권을 내줘야 하는 나라들이 예상외로 끝까지 합의를 거부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 내부에서도 IMF 개혁논의가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안의 초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서울 회의까지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호각지세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