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 공직사회만큼은 한겨울 엄동설한 한파가 몰려오고 있다.
이대엽 전 성남시장의 조카 이모씨의 비리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각종 이권·인사 청탁 등에 이르기까지 검찰수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현재 이 전시장의 조카 이모(61)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또 이 전 시장 조카며느리 이모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공무원 2명에게 인사 청탁 명목으로 55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로 검찰에 긴급 체포돼 구속됐다. 검찰은 성남시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청 공직자 중 인사 청탁 및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과 법원을 오가고 있는 공무원만도 6명으로 일부 공무원들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더더욱 공직사회 윤리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성남시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 총리실, 경기도 등 정례감사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이고, 관내 각종 조성사업과 관련해 전방위로 감사를 착수할 방침이어서 시청내를 발칵 뒤집어 놓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성남시청 공무원들 사이에 ‘상왕 시장’으로 불리며 각종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대엽 전 시장의 조카 이모씨의 비리가 검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어 업자와 공직사회 간 유착이 여전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청렴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공직자마저 검은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공직사회가 비리와 부패로 오염돼 있다면 지역 사회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부패가 만연하면 정치는 실패하고 사회도 썩는다. 공직자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시와 시골에서, 고위급과 하급 공무원을 막론하고 터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도내에서 경찰에 적발된 토착·권력·교육 비리만 모두 수백여건이 적발, 구속되기도 했다. 그동안 공무원은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수많은 공무원이 지역과 나라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소수의 일탈행위자들이 일부 성남시청 공무원처럼 ‘충성맹세’하며 권력에 아부하고 ‘매관매직’으로 입신등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방죽 물을 흐려 놓는 것처럼 극히 일부 공직자 비리로 인해 공직사회 전체가 매도당하는 바람에 묵묵히 자신의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해 온 대다수 선량한 공무원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한결 같은 검·경의 비리공무원에 대한 척결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 내부의 강도 높은 자정을 통해 공복 역할에 충실한 대다수 공무원들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
아울러 검찰은 성남시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공직자가 인사 청탁이 있다면 검찰에 자진 출두해 선처를 바라는 것이 진정으로 명예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