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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돈 칼럼

【윤형돈 칼럼】 윤형돈의 경영과 인간관계 ⑭-오하라미술관의 소장품을 구입한 화가 고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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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전체 최고 수준 사립 미술관 오하라미술관

 

일본 오사카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구라시키라는 중소도시에는 일본 최초의 사립 서양 미술관인 오하라미술관이 있다. 규모는 아담한 편이지만 그 안에 걸려있는 소장품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다. 미술관 앞에서 관객을 반기는 로댕의 조각상에서부터 시작해 모네의 <수련>, 고갱의 <즐거운 대지>, 르누아르와 마티스의 작품 등 미술사 책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거장들의 대표작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런 명작 들을 제치고 오하라미술관의 ‘얼굴’ 역할을 하는 작품은 <기모노를 입은 벨기에 소녀>인데 일본과 서양 미술의 만남을 그림 한 장에 담은 듯한 아름다운 그림이다. 작가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고지마 도라지로(1881~1929)이다. 그의 그림들이 보여주듯 그는 뛰어난 화가였다고 적혀 있고, 미술관에 있는 작품을 모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연한 기회에 4살 된 고지마의 낙서를 본 서양화가가 천재성을 알아보고 가족들에게 그림을 공부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그때 당시의 화가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어서 고지마의 가족들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고지마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유화 물감을 살 수 없었던 고지마는 페인트로 1897년에 할머니의 초상을 그렸는데 이 그림을 보고 감동을 한 할머니가 도쿄로 그림 유학을 보내주었다.

 

재능을 살릴 수 있는 후원자를 확보

 

고지마는 전국에서 그림 실력이 가장 뛰어난 학생들만 모인 도쿄미술학교의 4년 과정을 2년 만에 졸업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항상 겸손했다. 학생 신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학교 밖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지만, 지도교수의 간곡한 권유에 출품한 그림이 곧바로 일등상을 받게 되었고, 이런 실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은 고지마는 오하라 가문의 지원으로 27살인 1908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이 무렵의 일본은 정치, 경제, 문화에 걸친 개혁을 이룬 메이지유신 이후 30년이 흘러 급속한 근대화에 성공한 때였다. 일본 미술계도 사회 다른 분야처럼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여 인상주의 거장들과 피카소, 마티스 등의 그림을 막대하게 사들였다. 오늘날 일본이 웬만한 유럽 국가들 못지않게 근대 서양 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이유이다. 1876년 일본 최초의 서양화과를 만들고 이탈리아 화가 안토니오 폰타네시(Antonio Fontanes)를 초빙해 서양 미술을 가르칠 정도였다. 부유한 가문은 서양화가들이 유럽으로 유학을 가도록 많이 지원했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하라 가문의 지원을 받은 고지마이다.

 

고지마는 벨기에의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하여 3년 만에 수석으로 졸업하며 두각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그의 스타일은 독창적으로 새로운 미술을 창조하는 개척자라기보다는 소위 ‘선진 미술’을 성실하게 공부하고 받아들이는 모범생에 가까워서 미술아카데미 교장도 고지마의 일기에서 ‘일본 학생들이 일본만이 고유한 특징을 살리지 않고 무턱대고 서양인들을 흉내만 내고 있다’라고 충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5년 만에 일본에 돌아온 고지마는 영감을 얻기 위해 중국이나 한반도를 여행하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유럽에서 좋은 미술품을 구해 달라는 오하라 가문의 임무를 받들기 위해 주기적으로 유럽을 방문하여 현지에서 여러 걸작을 사 왔다. 고지마는 ‘서양화를 배우는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진심을 보였기에 놀라운 수준의 작품을 많이 사들일 수 있었다.

 

자기의 재능을 계발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 한계

 

그의 최후는 다소 허무하게 찾아왔다, 1924년 40대 초반에 접어든 고지마에게 일본 정부는 러시아와의 전쟁 개시를 결정하는 긴박한 회의 장면에 일왕이 등장하는 벽화를 그려 달라고 의뢰했다. 우리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지만, 일본 화가로서는 일생일대의 영광이었다. 그러나 과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작품을 그리고 전시하고 자주 해외여행도 하고 벽화도 제작하는 고된 일정에 병으로 쓰러져 1929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지마가 재능도 있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지만, ‘위대한 화가’로서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표현이든 발상이든 시대를 뛰어넘는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 그의 그림은 1910년대 초반이나 1920년대나 큰 차이가 없는데, 이것은 과거의 성공을 계속 끌고 가려는 안정 지향적인 성향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가 일본 미술사에 이름을 남길 만큼 뛰어났던 것은 미술품 수집이었고 그래서 그의 이름은 ‘화가 고지마’보다 ‘오하라미술관의 소장품을 구입한 화가 고지마’로 유명하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운을 부르는 인맥관리연구소 대표 윤형돈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운을 부르는 인맥관리연구소 대표 윤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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