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10.13 (화)

  • 흐림동두천 19.7℃
  • 흐림강릉 18.8℃
  • 비서울 21.2℃
  • 비대전 20.0℃
  • 흐림대구 21.1℃
  • 구름많음울산 20.2℃
  • 흐림광주 20.2℃
  • 맑음부산 22.2℃
  • 흐림고창 19.6℃
  • 구름많음제주 22.4℃
  • 흐림강화 20.0℃
  • 흐림보은 19.1℃
  • 흐림금산 19.5℃
  • 구름많음강진군 22.2℃
  • 구름많음경주시 18.3℃
  • 흐림거제 22.3℃
기상청 제공

문화

능력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하는 기준은 옳은가?

URL복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문예출판사가 노동 및 도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미국의 손꼽히는 좌파 지식인 리처드 세넷의 대표작 ‘계급의 숨은 상처’를 출간했다. ‘계급의 숨은 상처’는 1972년 리처드 세넷이 청년 시절에 동료 조너선 코브와 함께 쓴 책으로, 2023년 영미권의 진보 좌파 담론을 선도해온 영국의 버소 출판사에서 새로운 서문을 실어 다시 출간됐다.

보스턴에서 100여 가구를 인터뷰하고 참여 관찰한 세넷과 코브는 기존의 좌파 지식인들이 노동자를 위한다면서도 그들을 물질적 조건에 종속된 존재로만 봤다고 비판하며, 노동자들이 물질적 행복에 대한 계산보다 더 복잡하고 난해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자율과 자립을 상찬하는 미국 문화에서 노동자들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을 강요받으며, 홀로 서지 못한 사람이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물질적 안정만으로는 이러한 노동자의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 계급이 경제적 기준뿐 아니라 정서적 자립과 자신감의 기준으로도 나뉜다는 것이 두 사람의 주장이다.

노동 계급은 타인에게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능력’을 갖추는 데 몰두한다. 그러나 허들은 많고 문턱은 높다. 자신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동 계급은 특권층과 노동자의 양분화에 분노하면서도 두 계급 사이에 무언가 심오한 기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의심한다. 오롯한 ‘개인’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는 수치심은 다시금 ‘능력’을 쌓아 올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낳는다.

도달 불가능한 목표를 향해 계속 달리게 하는 파괴적 계급 체계 앞에서 노동 계급의 자아는 분열된다.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일터의 합리성에 자신을 맞춰 때론 인간적 요구를 배반해야 한다. 진짜 자아와 조직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자아의 분리, 일종의 정신 분열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분열된 자아는 계급 체계를 심문하는 일에서 노동자의 관심을 떼어놓고 계급의 숨은 상처를 심화한다.

 

계몽적 인본주의자들은 인간의 잠재적 능력과 그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를 꿈꿨다. 그러나 이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왔다. 모두가 잠재적 능력을 가졌다는 주장은 능력을 펼치지 못한 사람을 자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능력주의가 피어나는 것이다. 이에 세넷과 코브는 능력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하는 기준을 폐기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5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이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능력주의는 전보다 거세게 기승을 부리며,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날카로운 현실 인식에 기반한 다른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계급의 숨은 상처가 ‘생존’의 문제가 된 지금, 세계적 거장이 된 노학자가 청년 시절 벼려낸 날카로운 호소력으로 가득한 이 책이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새로운 존엄성의 기준을 질문하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마사회, '제10회 한국마사회장배 한국장제사챔피언십' 성료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말의 발굽을 다듬고 편자를 장착하는 '장제(裝蹄)'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을 겨뤘다. 한국마사회(회장 우희종)는 10월 10일 렛츠런파크 서울 88승마경기장에서 「2026년 제10회 한국마사회장배 한국장제사챔피언십」을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장제 전문인력 간 기술 교류를 넓히고 국내 장제 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됐다. 국가자격을 갖춘 현직 장제사부터 견습생, 말 관련 특성화고 학생까지 폭넓은 참가자들이 그간 쌓아온 실력을 겨뤘다. 경기는 초급·중급·상급·라이브슈잉 등 6개 종목으로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종목별 30~50분의 제한시간 안에 과제를 완성하며 정밀한 기술과 숙련도를 보여줬다. 경력과 수준에 따라 종목을 세분화해 현장 인력의 역량을 고르게 점검하는 한편, 서로의 기술과 노하우를 나누는 교류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에서는 총 16명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초급(학생부)에서는 한국말산업고등학교의 몽골 출신 냠-어치르 학생이 2년 연속 정상에 섰고, 중급에서는 김주혁 장제사가 2연패를 이뤘다. 상급과 라이브슈잉에서는 이훈학 장제사가 나란히 우승을 거머쥐며 2관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논란...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특례자의 모럴해저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리면서 ‘병역특례’가 또 하나의 이슈로 떠올랐다. 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은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남자농구대표팀은 12년 만에 숙적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남자야구대표팀 역시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국정감사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축구 20명, 야구 16명, 농구 8명 등 병역 미필 선수 47명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특례제도는 군 복무를 완전히 면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일정한 성과를 거둔 예술·체육 특기자를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해 현역 복무 대신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체육 분야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대상이다. 예술 분야 역시 병무청이 정한 국제예술경연대회 입상자와 국내예술경연대회 입상자,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자 등에게 별도의 기준을 적용한다.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체육 분야의 편입 기준은 1990년부터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으로 정비돼 현재까지 핵심 기준이 유지되고 있다. 예술 분야 역시 시대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