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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법 제정 이후에도 희망고문이 된 ‘태아산재 인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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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태아산재법 시행령 이후…태아 산재 인정 0건
‘역학조사 장기화’, ‘까다로운 인정 기준’ 탓
피해가족, 시민단체, 정치권 ‘산재보험 선(先)보장제도’ 도입 촉구 한 목소리

 

[시사뉴스 이용현 기자] 태어날 때부터 아픈 상태로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2021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태아 산업재해 인정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은 근로자 뿐 아니라 그 가족들 자녀들에게도 한줄기 빛과 같은 법안이었다. 업무 중 유해인자에 노출된 임신 근로자의 자녀가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날 경우 산재 보험으로 ‘국가가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의료, 산업현장 유해물질 노출…2세 희귀성 질환으로 대물림 


처음 태아산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건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다. 지난 2009년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던 15명의 임신한 간호사 중 5명이 유산하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다. 그들에게 과로와 스트레스는 일상이었고, 임신중에도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유해 약품이 포함된 알약을 매일 400~600정씩 갈아 가루로 만들어야 했다.


이들 간호사 4명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무려 10년 만인 지난 2020년 4월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소송을 제기하고 산재 인정을 기다리는 부모가 겪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대법원에서 자녀 질환 직업병을 인정받은 첫 사례이다. 이후 법도 개정되었다. 2021년 12월 9일 일명 ‘태아산재법’이라 불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세 질환 직업병이라고 의심될 경우 산재 신청을 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태아 산재가 적용되면 자녀는 요양급여(치료비), 장해급여, 직업재활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 없는 법안은 많은 제도적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법안이 마련된 후에도 현재까지 이 법이 적용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기나긴 역학조사와 까다로운 인정 요건 탓에 태아 산재법은 빛이 아니라 ‘희망고문법’과 다름없으며 오히려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제성 없는 ‘180일 내’ 지침…유해인자도 17개에 불과


산재 인정 절차가 길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질병과 업무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역학조사부터 오래 걸린다. 원칙상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80일 내’에 역학조사를 심의·의결해야 하지만 내부 지침이라 강제성이 없다. 첨단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였던 A씨도 산재를 신청한 지 무려 791일 만에 역학조사를 받았다.
또한 태아 산재가 인정될지 장담할 수도 없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태아 산재법 시행령’을 만들면서 ‘태아에게 영향을 주는 유해인자’를 17개로 한정했다. 이는 태아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진 화학물질 1,484개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고용부가 불과 17개의 유해인자만 인정하여, 유해인자가 아닌 원인으로 발생한 2세 질병은 산재 인정이 까다로워졌다”며 “희귀병이 많은 태아 산재에는 역학조사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유해인자 폭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비판에 고용부는 “유해인자 폭을 넓히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후속 조치는 없다.

 

 

우원식, 역학조사 및 피해 선보장 법안 발의


“산업재해 피해자가 스스로 산재를 입증하고 기약 없는 역학조사를 기다리다 죽어가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산업재해 피해 가족과 시민단체 반올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산재보험 선(先)보장제도’ 도입을 촉구하면서 낸 목소리다.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이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산재 인정을 하염없이 미루는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산재 제도가 개선되어야 태아 산재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실제 우원식 의원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산재 역학조사 장기화가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올해 1~8월 처리된 역학조사 평균 소요일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희귀병 조사) 1,072일, 직업환경연구원(일반질병 조사) 581일에 이르렀다. 역학조사는 피해자 질병과 직업의 의학적 연관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산재 피해를 규명조차 못한 채 피해자가 눈을 감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역학조사를 받다가 사망한 이는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159명에 달한다. 죽음까지 이르는 사례가 아니더라도, 산재 인정이 늦어질수록 노동자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 의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180일인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재해조사) 기간을 법정화 ▲역학조사 법정기간을 넘어가면 국가가 산재 보상금 선지급 ▲재해를 입은 노동자 진료한 의사도 산재신고 ▲역학조사 때 산재 노동자 또는 대리인도 참석 ▲작업 환경의 유해요인의 종류·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을 경우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판단 등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정치권은 이 같은 변화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류다. 지난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우 의원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일하다 다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가 끝난 후 오는 11월에 공청회나 토론회를 해서 여야가 의견을 모아 한발한발 나아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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