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참치캔'으로 유명한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결정한 가운데 합병비율을 놓고 금융투자업계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산정된 합병비율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지난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동원그룹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원산업의 합병을 추진해 지분관계를 단순화해 지배구조 효율화를 이끌기로 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대 3.8385530으로 산정됐다. 해당 비율을 놓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동원산업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합병이 진행되면 대주주 일가의 지분가치는 커지고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남정 부회장이 68.27%, 김재철 회장이 24.5% 등 오너 일가가 99.56%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오너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의 가치를 키우고 소액주주가 있는 상장사 가치를 줄여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 자산가치를 이용할 수 있어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합병할 때 합병법인은 기준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정한다. 다만 기준시가가 자산가치에 미달할 경우 자산가치로 할 수 있다.
외부평가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의 평가의견서를 보면 동원산업의 기준시가는 24만8961원이고 자산가치는 38만2140원이다. 자본시장법상 기준시가가 자산가치에 미달하면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할 수 있어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합병 기준가액 산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동원산업의 경우 기준시가에 비해 자산가치가 높기 때문에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합병 시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합병을 진행하게 되면 최근 주가에 따라 합병 기준가액이 정해지는데, 동원산업 주가는 과거보다 많이 낮아진 상태로, 시기적으로 불합리하다는 분석이다.
동원산업 합병 기준가액은 최근 1개월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 종가, 최근 1주일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 종가,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정됐다. 동원산업 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만 하더라도 30만원을 넘기고 있었지만 최근 24만원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동원산업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동원산업의 이사회는 동원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상대 회사의 주가는 고평가된 현재 시점에 합병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만일 할 경우에는 적어도 시가보다 높은 순자산가치를 사용해 합병가액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제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순자산가치를 산정할 수 있게 됐다"며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하면 종속회사가 투자자산으로 반영되지 않고 종속회사의 장부가로 그대로 더해져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에 연결 종속회사들의 가치가 반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