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 부처 장관들이 5년 만에 머리를 맞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된 이후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이전보다 강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각 부처 장관들과 함께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차관급 회의를 통해 물가를 관리해왔는데 이번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이다.
장관급 물가회의는 지난 2017년 1월 이후 처음 열린다. 당시에는 2016년 폭염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뛰는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까지 겹치면서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민들의 지갑 사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름값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0.05달러로 201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10달러대를 넘겼다.
같은 날 브렌트유(선물)와 서부텍사스원유(WTI·선물) 가격은 각각 112.93달러, 110.6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의 경우 전날 장중 120달러 근처까지 치솟으면서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수급 여건이 빠듯해지면 국제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하루 5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교역량의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앞서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충돌이 일어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오는 4월까지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액화천연가스(LNG) 할당 관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도 이달 안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홍 부총리는 지난달 23일 울산 석유비축기지를 방문해 "최근 국제 유가 상승세가 3월에도 지속될 경우 연장은 불가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회의 직전에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이 발표되는 만큼 이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뛰기 시작한 국제유가가 실제 물가에 반영되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 안팎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는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 중인데, 이는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약 10년 만이다.
홍 부총리는 전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대내외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급한 당면 과제"라며 "생활물가 안정을 위한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집중 강구,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