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남양유업 주도하에 경쟁 치열 예상…지각변동 불가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남양유업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전격 매각됐다. 오너 일가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해소한 남양유업을 중심으로 유업계 판도가 변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일유업, 빙그레, 동원F&B 등 경쟁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 있다. 새롭게 태어나는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국내 유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회장의 지분 51.68%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7일 공시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집행임원제도(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를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앤컴퍼니의 이런 계획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에서 25건의 기업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단 한 건의 손실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품회사를 인수한 뒤 경쟁력을 키운 사례도 있다. 2013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인수해 2018년 대만 퉁이 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IB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의 성공을 점쳤다. 남양유업의 유보자금이 8000억원에 달하고 공장설비, 영업조직, 제품력 등을 감안할 때 현재도 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있는데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면 더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여부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가 발생하기 전 남양유업은 서울우유와 함께 유업계 톱 2 브랜드로 우유, 분유, 치즈, 발효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불매운동 기업으로 꼽히며 추락했다.
새로운 주인을 맞은 남양유업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둔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유업계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다.
우유, 분유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 전개로 업계 점유율 2위로 뛰어오른 매일유업과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 제품 품질보다 브랜드 이미지 등이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시는 발효유와 떠먹는 발효유 시장에서도 업계 2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빙그레, 발효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CJ제일제당과 동원F&B과의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전개할 수 있다.
발효유 시장에서의 승부처는 불가리스 제품의 신뢰도 회복이다. 그동안 국내 발효유 시장은 소수의 브랜드들이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했는데 불가리스 코로나 마케팅 이후 사실상 춘추전국시대와 마찬가지인 상황이 됐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경우 발효유 시장에서의 예전 지위를 되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빙그레 등 경쟁사들의 제품군 강화 및 마케팅 전략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유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치열한 시장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남양유업이 여러가지 이슈로 고전을 했던 건 사실"이라며 "인수 이후 정상화 작업이 시작되면 그만큼 유업계 경쟁도 치열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의 원인이 됐던 지배구조 이슈를 해결한 만큼 남양유업의 반격이 매서울 수 있다"며 "유업계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점유율 판도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