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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집회 채증' 이젠 함부로 못한다…집회 등 채증활동규칙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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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소속·개시 등 사전고지 의무 도입
매 20분 재고지…방송 외 별도 고지 등

 

[시사뉴스 이연숙 기자] 내년(2021년)부터 경찰청 예규상 집회 등 현장에서의 '채증 활동'에 사전고지 의무가 생긴다. 당사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는 채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채증 범위가 불법행위 개시 전후로 제한되며, 수사가 불필요한 경우 자료는 상황 종료 이후 즉시 삭제해야 한다. 집회 대응 관련 주요 인권침해 지점으로 지목됐던 채증 활동이 전향적으로 손질된 것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채증 관련 사전고지 의무를 규정하고 활동범위를 제한하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4장 17조 구성의 '집회 등 채증활동규칙'을 마련했다.

이는 종전 채증활동규칙을 전면 개정한 것이다.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와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반영한 개정으로, 2021년 1월1일 시행을 예정하고 있다.

개정 예규 가운데 주목받는 지점은 '사전고지 의무'와 범위 제한 내용인 '범죄행위 중 또는 직후 채증' 부분 등이다. 즉시 자료 파기를 원칙적으로 규정한 부분도 진일보한 지점으로 평가된다.

먼저 사전고지 의무와 관련, 경찰은 집회 등 현장 채증 시 사전에 대상자에게 범죄사실 요지·채증요원 소속·채증개시 사실을 직접 고지하거나 방송 등으로 알리도록 했다. 장시간 채증의 경우 20분마다 재고지해야 한다.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집회 등 대응 상황인 경우 방송을 통해서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채증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개별 고지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한다.

채증에 대한 사전고지는 기본권 침해적 경찰권 집행 과정에서 인권 보장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경찰 집회 수사 관련 증거수집 절차가 보강된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경찰 집회 대응 관련 주요 지적 가운데 하나는 차단선 부근에 접근하거나 항의하는 참가자 또는 일반인에게 무분별하게 채증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지난 9일 한글날 집회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으며, 과거 집회 대응 과정에서는 채증 장면을 목격한 집회 참가자 등이 반발하면서 항의가 과격해지는 모습이 나타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개정 예규가 적용되면 사전고지 없는 채증은 준칙을 위반한 활동이 된다. 또 사전에 채증 사실을 알리면서 집회 현장에서 빈발했던 참가자 또는 시민과의 충돌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채증 범위에 대해서는 시점과 필요성, 방식 등에 관한 한계가 설정됐다. 채증은 원칙적으로 폭력 등 범죄행위가 행해지거나 행해진 직후에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타인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침해가 임박한 때나 경위, 전후 사정 등에 관해 긴급히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범죄행위 이전이라도 채증이 가능한 여지를 뒀다.

채증은 범죄혐의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상당 방법에 따라 필요최소로 하도록 규정했다. 즉, 수사에 관해서만 제한적으로 채증하도록 한정한 것이다.

 

또 범죄수사 외 목적으로 촬영된 자료, 교통정보 수집·분석을 위한 촬영 자료 등은 집회 등 참가자 특정에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집회 수사를 위한 광범위한 영상 자료 수집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채증 가능 범위는 범죄수사 목적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당초 '불법행위'에서 '범죄행위'로 변경됐다고 한다. 규정 적용 상황은 집단민원을 포함한 '집회 등'으로 정해 명도집행, 행정대집행 등에 대한 대응 여지를 뒀다.

향후 경찰은 차단선 접근 또는 단순 항의 상황에서의 채증은 지양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차단선 돌파 또는 시설 진입 등이 가시화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폭력 발생 전이라도 고지 후 채증에 돌입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집회 사회자가 "진격합시다", "들어갑시다" 등 과격 행동과 관련한 선동 발언을 하거나 대열에 이른바 전위조직이 등장하는 경우 등이 폭력 발생 전 채증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격화된 현장 상황에서 집회 참가자가 경찰 차단 장비를 잡거나 병력 가까이 접근하는 경우 등도 예외적 채증이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경우라도 사전고지는 이뤄져야 한다.

불법 전력이 있는 집단이 주최한 집회의 경우에는 선제적으로 채증 관련 고지가 진행될 소지가 있다. 이미 불법 상황에 대한 조치인 해산 경고 방송과 함께 고지를 하면서 채증에 착수하는 상황도 가능해 보인다.

채증 자료 관리 부분도 강화됐다. 범죄수사 필요성이 없는 채증 자료는 집회 등 상황 종료 후 즉시, 수사 목적을 달성했다면 지체 없이, 수사를 위해 보관 필요성이 있는 경우 공소시효 완성 시 삭제·폐기해야 한다.

이외 개정 예규에는 채증 요원을 촬영·동영상·신변보호 담당 등 3인 1조로 편성하고 관리자의 활동 전 점검, 교육 의무를 명시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채증 관련 준칙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징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나아가 손해배상 청구의 원인이 되거나 개인정보, 초상권 침해 등과 맞물린 형사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는 것이 경찰 측 전언이다.

나아가 대상자가 고지 없는 채증을 토대로 한 수사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경찰은 채증 관련 준칙이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 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장 해석상 이견 소지가 있는 지점 등에 대한 해석과 지침 전파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시위 현장 참가자 인권 보장을 강화하고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등 필요한 정비를 한 것"이라며 "채증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면서도 인권 보장, 법령 준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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