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5 (토)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다시 게마인샤프트를 생각한다

URL복사
제일기획 2년차인 1993년 초쯤이었다.
사내 대학동문회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1,000명이 넘는 회사에 특별히 대학동문 조직이나 모임이 없었기에 어떤 분이 계시나 궁금하기도 하고, 서로 알아두면 나 같은 신참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듯도 싶었다. 

마침 1년 아래 신입이 들어왔고, 세계적으로도 동문회가 강하다는 K대가 얼마 전 '세게' 동문회를 했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터라 부럽기도 했다.

'이왕 하는 김에 시끌벅적하게 하자' 각오한 나는 총무를 자처하고 서둘러 준비했다.

물어 물어 명단을 만들어 보니 120여 명의 동문이 있었다.

임원과 국장 선배님은 직접 찾아가 참석을 독려하고, 사정상 못 나오시는 분들에게선 후원금을 챙겼다. 

이렇게 해서 열린 제일기획 S대 동문회 날 많은 이가 모였다.

회사 바로 옆 건물 식당 큰 방을 통째 예약해 두었는데, 회사에서 가까운지라 궁금해서라도 많이 나온 듯했다.

70~80명이 모인 가운데 술잔이 돌아가고 거의 교가나 다름없던 <상록수>도 부르며 밤늦도록 동문애(愛)를 나눴다.

그런데 다음 날 나는 출근해서 몇 군데나 불려다녀야 했다. 

당장 내가 속한 사업부장이 호출하셨다. 

그 분도 전날 참석은 안 했지만 대학선배님이셨다.

"어제 잘 놀았나?"

"예, 이사님..."

"그런데 말이 좀 많이 들리네..."

"죄송합니다..."

"동문... 그거 참 좋은데... 회사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듯해서... 게다가 S대는 더욱..."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말을 이어가려니 막아섰다.

"오케이! 회사라는 이익사회에도 동문회 같은 감성공동체도 필요하지. 물질 앞에 너무 삭막한 사회잖아? 회사의 결속력도 떨어지고..."

"네 맞는 말씀입니다."

"게마인샤프트적인 요소가 필요해. 너무 게젤샤프트잖아? 회사라는 조직은 말야."

고등학교 때 줄치며 외웠던 게마인샤프트, 게젤샤프트.

"게마인샤프트, 참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선배님. 아니 이사님."

이사님이라 불러야 되는데 무심코 선배님이라는 호칭이 터져나왔다.

"선배님 소리 듣기 좋네. 앞으로 회사 밖에선 선배님이라 불러라."

"그래도 되나요?"

이사님이 양복에서 무얼 꺼내셨다. 봉투였다.

"야, 이걸로 오늘 동기들하고 해장술이나 해라."

"에고, 고맙습니다 선배님, 아니 이사님."

"그리고 다음부턴 동문회 하려면 멀찌감치 떨어져서 해라. 회사 코앞에서 하니까 말이 나오지... 그러면 나도 나가지."

"넵, 알겠습니다."

그날도 나는 동기들과 진탕 마셨다. 

그런데 아쉽게도 첫 동문회는 내가 재직하는 동안은 마지막 동문회가 되었다.

요즘 조직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세대차이도 있고 무엇보다 조직원들의 머리와 가슴이 과거와는 다른 듯하다.

어릴 적 줄 치고 외웠던 게젤샤프트  (gesellschaft)와 게마인샤프트트(gameinschaft)는 잊힌 지 오래다.

지연이나 혈연 등으로 깊이 연결돼 있는 자연 발생적인 커뮤니티를 뜻하는 게마인샤프트는 이제 가족, 친지사회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이익이나 기능, 역할에 의해 연결된 인위적인 커뮤니티를 말하는 게젤샤프트조차 회사생활에서 개념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조직원간에는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연결' 자체가 배격 당하는 느낌이다.

각각의 '개인'만 남은 듯.

조직이라는 일터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많이 듣곤 한다.

중견 이상 그럭저럭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회식 같은 것을 하고 싶은데 조직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오랜만에 하는 회식도 다 모이기가 어렵고, 분위기도 어색해 자기도 꺼리게 된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말은 이젠 교과서 속 얘기가 된 듯하다. 공자 말씀 같다. 

게마인샤프트, 게젤샤프트를 고민하는 조직은 이제 없는 것일까?

회사가, 조직이 조금은 더 끈끈해졌으면 좋겠다. 

'게마인데이(gemein day)' 하루쯤 조직에서 만들면 어떨까?

이 또한 공자왈(曰)에, 꼰대적 발상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80주년 기념식…"K-제약바이오 강국 도약 지금이 골든타임"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4일 서울 방배동 협회 회관에서 창립 8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광복의 해인 지난 1945년 조선약품공업협회로 출범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산업의 뿌리를 되새기고 'K-제약바이오 강국'을 향한 미래를 준비할 계획이다. 기념식에는 정부, 국회, 유관단체를 비롯해 협회의 역대 회장 및 이사장, 제약바이오산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윤웅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지금이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협회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끌어가겠다”며 “생태계 중심에서 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연구개발 투자가 새로운 혁신과 국부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한 건 물론 세계 수준의 R&D 역량을 가진 산업으로 성장했고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중요한 주체로 자리매김했다”며 “AI의 급속한 발전은 제약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우리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 협회는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남양주 봉선사 ‘2025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0월 25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교구장 호산스님) 경내에서 진행되는 ‘2025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주최: 남양주시불교연합회, 주관: 봉선사, 기획·운영: 마인드디자인, 후원:경기도·남양주시·보노몽·미앤펫)’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년보다 한층 풍성해진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어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는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국민 행복(치유) 프로젝트’인 ‘선명상’과 연계, 반려인과 반려견이 함께 명상·요가·강연·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 힐링 페스티벌이다. 지난해 열린 첫 행사 당시 1500여 명의 반려인과 시민이 참여하며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선명상’은 ‘선명상을 통한 마음의 평안, 세계평화’를 주제로 불교의 ‘선(禪)’과 서양의 명상과학을 융합해 스트레스와 갈등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바로 마음 평안을 주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명상 치유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생명 중심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철학 아래 걷기명상 및 도그요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