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8 (목)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

URL복사

‘보스턴 테러’의 실존 희생자를 모델로한 인생의 수난과 성장 <스트롱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2013년 4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중에 발생한 ‘보스턴 테러’의 희생자인 실존 인물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웅’이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주인공 제프 바우만 역에 제이크 질렌할, 주인공의 여자 친구 에린 헐리 역에 타티아나 마슬라니가 출연했다. 

희생자를 이용하는 집단심리

 제프 바우만은 여자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보스턴 마라톤 대회 결승점에 서 있다가 갑자기 터진 폭탄을 맞고 두 다리를 잃는다. 비록 두 다리를 잃었지만 테러의 희생자이자 테러범의 목격자인 제프 바우만은 ‘보스턴의 영웅’으로 유명해진다. 영화는 ‘보스턴 테러’라는 역사적 사건을 한 개인의 참사와 극복에 초점을 맞춰 바라본다. 장애를 극복하는 ‘인간 승리’의 진부한 드라마는 거부하지만, 또 일면 그 대중적인 문법을 버리지는 않는다. 결국, 이 영화는 ‘인간 승리’담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실화라는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관객이 보다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점 보다, 캐릭터가 전형화되지 않는다는 면이 이 영화에서는 더욱 강점으로 느껴진다. 캐릭터의 전형화는 실화를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기는 하지만, 실존 인물의 자기 고백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통찰들이 이 영화에는 들어있다. 

자신의 장애를 의연히 받아들이는 제프를 통해 미디어는 테러를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장애를 딛고 일어선 그를 영웅시해서 ‘미국은 강하다’는 메시지를 얻고 싶은 집단 심리다. 하지만 사실 그의 내면은 전혀 강하지 않다. 테러를 극복하는 미국 대중과 미디어의 방식에 대한 영화의 시선은 새롭고 통찰력도 겸비하고 있다. 아들의 불의에 슬퍼했지만, 아들에 대한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흥분과 기쁨이라는 엄마에게 반전적인 감정을 주기도 한다. 

가족까지 포함해서 대중은 제프를 무의식적으로 이용한다. 어쩌면 그것은 테러라는 상처와 공포를 치유하기 위한 그들 나름대로의 몸부림일 것이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다시 재건해 새 삶을 사는 희망을 제프에게서 얻지 못한다면 그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제프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노력한다. 

매력포인트, 제이크 질렌할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제프 자신이다. 그리고 대중의 환상과 달리 그의 고통은 그렇게 간단히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프는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거대 적이 아닌, 화장실을 갈 때나 침대에서 일어날 때 같은 일상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장애를 받아들여야하는 개인의 고통은 그에게 환호하는 군중과 대비되며 더욱 고독하게 느껴진다. 참혹한 현장의 트라우마와 장애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자존감과 삶의 의미를 잃은 그의 내면과 반대로 대중 앞에서는 강한 모습으로 연출되는 역설적 상황에서 제프의 분열적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영화는 대중의 열광을 낯설고 동떨어진 것으로 묘사하며 제프의 고독감을 강조한다.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여자친구 에린이 유일하다. 에린은 제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정신이 무너진 제프와의 관계가 원만할 리가 없다. 무책임하고 유아적으로 행동하며 삶을 방치하는 제프의 삶을 바꿔놓는 계기는 오히려 그가 그토록 외면했던 처참한 사고 현장을 돌아보는 상황에서 생긴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 진정으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제프는 드디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미 알려진, 또는 예측 가능한 수순으로 전개되는 실화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도 연출의 평이함이 더욱 아쉽다. 

앞서 이야기한 몇 가지 매력적인 부분들이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적으로 맴돌다 끝나는 듯한 한계도 느껴진다.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캐릭터들이 다소 피상적으로만 묘사된 점도 영화를 다소 단조롭게 만든 요소다. 엄마 캐릭터 같은 경우도 매력적이지만 그 내면 풍경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서, 그저 철없는 모습으로 대상화된 느낌이다. 

이는 여주인공인 에린 헐리 역도 마찬가지다. 여자친구는 로맨스라는 이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며 중요한 계기들을 만들어가는 인물이지만, 정작 내면은 세심하게 드러나있지 않아 타티아나 마슬라니의 좋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생생하게 묘사되지 못했다. 이 같은 한계들을 극복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해 주는 가장 큰 힘은 제이크 질렌할의 뛰어난 연기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조현 장관 "시진핑, APEC 방한 가능할듯…내달 왕이 中외교부장 방한 추진"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다음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음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도 추진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 부장과 취임 이후 첫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조 장관은 회담 이후 베이징 주(駐)중국대사관에서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회담 결과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다음달 APEC에 시 주석이 참석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면서 "방한이 확실한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또 왕 부장이 다음달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을 밝히면서 "10월 중에 시간을 잘 잡아보자 하는 정도로 얘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왕 부장이 모자를 여러 개 쓰고 있다"며 중앙정치국 위원 등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방한하게 되면 안보실장과도 면담하고 다층적으로 면담과 회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장관은 "오늘 장시간 논의를 했지만 사실은 좀 더 여러 디테일에 대해 협의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한·중 간에는 수시로 외교장관회담이 필요하다"며 왕 부장의 방한에 대해 "언제든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일 안 해도 돈 준다’…청년 실업 대책, 계속되는 엇박자
‘청년 백수 120만’ 시대를 맞아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강력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백수’는 대한민국에서 15~29세 청년층 중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는 아니지만, 실직 상태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또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서 전년보다 7만여 명 이상 늘어난 120만7천 명에 달했다. 이중 실업자는 약 27만 명, 취업준비자 약 43만 명, ‘그냥 쉬었음’이 약 50만 명으로 그냥 쉰다는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공식적인 용어로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청년(쉬었음 청년, 구직 청년,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자칫 일 안 해도 정부가 수당도 주고, 각종 지원도 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