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8.3℃
  • 흐림강릉 14.4℃
  • 흐림서울 10.7℃
  • 박무대전 9.9℃
  • 연무대구 10.1℃
  • 구름많음울산 17.3℃
  • 구름많음광주 14.5℃
  • 구름많음부산 19.3℃
  • 흐림고창 14.8℃
  • 구름조금제주 20.4℃
  • 흐림강화 8.6℃
  • 흐림보은 5.5℃
  • 흐림금산 8.7℃
  • 흐림강진군 14.3℃
  • 구름많음경주시 14.3℃
  • 구름많음거제 12.9℃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복고 감성과 유머로 빚은 SF 신세계

URL복사

생명공학·AI시대 불안감, 디스토피아 풍경 표현 <업그레이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미래 도시, 불한당의 습격으로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가 된 그레이는 인체 기능을 향상시키는 첨단 칩 ‘스템’을 두뇌에 이식하고 아내를 살해한 범 인을 찾아나선다. <겟 아웃> <23 아이덴티티> <해피 데스데이> 등을 통해 공포물의 명가로 떠오른 블룸하우스에서 첫 번째로 선보이는 액션이다. <쏘우> <인시디어스> 등의 각본 주연으로 알려진 리 워넬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이다. 

독창적 인공지능 격투씬

<업그레이드>는 일견 역사적 SF물의 종합전시장 같다. 신체가 훼손된 인간이 ‘반 로봇’으로 압도적 존재가 된다는 소재 는 <로보캅>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한 소재 다. 이 외에도 가상세계에 사는 인류와 인체 한계의 초월을 보여준 <매트릭스>, 다른 자아가 몸을 지배하는 <기생수> 등 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 스스로 밝혔듯이 분위기와 구성 등의 면에서도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같은 80 년대 SF 액션들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심령물의 단골 소재인 ‘악령 신체 강탈’ ‘귀신 들림’ 등과 상통하는 장면도 꽤 된 다. 

이처럼 기존 작품들과 많은 부분을 공 유하는데도 이 영화는 진부하기보다 신 선하고 독창적이다. 리 워넬 감독 특유의 B급 정서와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등 장하지 않는 점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인 상적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의 미래에 대한 경고와 인간 정체성에 대 한 통찰을 분명히 담고 있고, 현재 엄연 히 존재하는 사회적 모순에 대한 이야기 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담론 조 차도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것을 감독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 이 영화는 심오한 표정을 애써 짓지 않는다. 

<업그레이드>의 핵심 매력은 오히려 저예산에서 찾을 수 있다. 화려한 비주얼 보다는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액션씬도 스케일보다는 아기자기한 설정과 감각적 연출에 초점을 맞췄다. 디스토피아적 배 경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에 깔린 유머 감각은 단연 돋보인다. 고전적이고도 전 형적인 장르물의 미덕을 모두 갖춘 것이 다. 극중 주인공이 아날로그 마니아인것 처럼, 이 영화는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와 함께 복고적인 정서가 물씬 풍긴다.
 
액션 장면은 초현실이라는 면에서 <매 트릭스>와 비슷한데, 전혀 다른 인상적 비주얼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의지와 관 계없이 움직이며, 감정을 배제하고 수치 적으로 정확하게 상대를 공략하는 인공 지능 격투씬은 새로운 재미를 준다. 유혈 이 낭자한 살해 장면들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인간과 대립되는 로봇의 냉혈 함을 강조한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가장 로봇에 가깝고, 냉정한 인간마저도 감상 적인 약점을 지닌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흥미롭게 고 찰한다. 

‘가상 현실’의 지배 경고 

캐릭터 또한 신선하다. 아내가 눈앞에 서 살해당했다는 강력한 복수의 동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레이는 폭력에 익 숙하지 않고 오히려 질겁하는 현실적인 보통 시민이다. 신에 맞먹는 전지전능한 인공지능이 몸에 들어오면서 그레이와 갈등하는 장면이나 자신의 신체가 행하 는 장면에 놀라는 그레이의 반응은 묘한 아이러니와 유머를 빚어낸다. 나약한 소 시민이나 왕따가 화가 나거나 자극을 받 으면 슈퍼 히어로가 된다는 80년대 흔한 B급 코믹 액션물과 흡사하게, 장애인인 주인공은 인공지능 ‘스템’의 힘으로 ‘슈퍼 맨’으로 변신한다. 탐정 콤비물처럼 ‘스 템’과 그레이는 함께 힘을 합쳐 범인을 탐색하고 싸우면서 관객에게 통쾌한 카 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업그레이드>는 첨단 문명을 극도로 거부하던 그레이가 오히려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만들면서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불안감을 잘 표현했다. 로봇 이 지배하는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인 간이 외면할 수 없는 세계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 표현됐듯이 그 세계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경이적인 것이다. 하지 만,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없고, 불의의 사고에서 완전한 해방을 주지도 않는다. 실시간 범행 현장을 감시하는 드론이 날 아다니지만 범행을 막을 수 없으며, 범인 을 단번에 잡아내지도 못한다. 최첨단 시 대에도 천막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여 전히 존재한다. 

‘스템’은 타협적인 모습으로, 처음에는 절대 복종적인 형태로 다가와 점차 ‘숙주’ 를 지배한다. 지배 방식은 <매트리스>처 럼, 가상현실에 인간을 가둬두는 것이 다. 모든 SF는 사실 미래가 아닌 현실 고 발이다. 안락하고 행복한 우리의 현실과 일상은 사실 수많은 불공평과 부조리, 지 배계층의 부도덕에 눈감은 거짓 행복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가상현실’이 기도 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미 현대인 들은 휴대폰 등 첨단 문명의 노예가 돼가 고 있는 중이지만, 단지 지배적 파워를 지닌 것은 기계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몸과 정신을 조종하는 것이 미래의 ‘칩’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도 수많은 억압들이 우리 자신을 강탈하고 있다. 이것이 <업 그레이드>의 메시지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