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05 (수)

  • 맑음동두천 15.2℃
  • 맑음강릉 14.4℃
  • 구름조금서울 17.3℃
  • 구름조금대전 15.3℃
  • 구름조금대구 18.3℃
  • 맑음울산 16.4℃
  • 맑음광주 18.7℃
  • 구름조금부산 18.3℃
  • 맑음고창 16.9℃
  • 맑음제주 19.7℃
  • 맑음강화 13.2℃
  • 구름조금보은 16.2℃
  • 구름조금금산 16.3℃
  • 맑음강진군 18.8℃
  • 맑음경주시 16.9℃
  • 구름조금거제 16.4℃
기상청 제공

문화

[창간특집] 충무로의 ‘영화 같은 반전’

URL복사

UIP 직배로 ‘종말론’ 대두, ‘코리아 뉴웨이브’의 등장 등 격변의 시대
스크린 독과점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성장 ‘새로운 위협’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88년 10월 ‘극장 뱀 소동’이라는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정지영 감독이 UIP의 첫 직배영화 <위험한 정사>가 상영되는 객석에 뱀을 푼 것이다. 미국영화 직접 배급에 대한 투쟁의 상징이 된 ‘뱀 테러’는 한국영화 말살을 우려한 영화인들이 대중을 향해 내지르는 과격한 구조 요청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 후, 현재의 한국은 자국영화 50%대 점유율을 초과하는 주요 영화산업국이 됐다. 그야말로 영화 같은 반전이다.




민주화항쟁으로 검열 완화

80년대 충무로는 ‘방화’라는 이름 하의 암울한 시기를 거쳤다. 사전검열로 소재는 극도로 제한됐고, 한국영화 제작은 외화수입 쿼터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헐리우드 식민지’에 대한 당대의 공포는 한국영화의 이처럼 열악한 토양과 허약한 체질이 배경이었다. 단체 삭발, 방화, 최루가스 투입 등 영화인들의 격렬한 저항이 이어지던 1988년 충무로의 최고 흥행작은 <매춘>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저질 상업물을 만드는 한국영화계가 UIP 상륙 반대로 자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해 최고 흥행작이 액션 장르의 신기원 <다이하드>였음을 상기하면, 현격한 체급 차이에 반박할 의욕을 잃게 된다.

그나마 <매춘>은 사회성이 곁들여진 에로물로 평가 받았다. 정부의 3S정책은 에로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는데, 80년대 후반에는 사회성 에로물이 유행했다. 성착취 시스템이나 기득권의 부패 등을 고발하는 메시지를 넣지만 관음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또 다른 상업적 소재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관객이나 감독이나 사실상 ‘목적’이 저급한데에만 있지않다는 자기위안과 포장을 위한 도구로 ‘사회성’을 이용한 것이다.

새로운 움직임도 활발했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과 올림픽의 영향으로 검열이 완화되고 사회적 가치관도 격동기에 접어들며 ‘젊은 피’들이 등장했다. 박광수의 <칠수와 만수>, 장선우의 <성공시대>, 이명세의 <개그맨> 등 1988년에 ‘코리아 뉴웨이브’의 시작을 알리는 문제작들이 잇달아 개봉했다. 이들은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는데 적극적이며 기존 형식을 파괴하고 신파적 서사나 관습을 전복한 새로운 미학으로 주목받았다.

독립 다큐멘터리의 기념비 <상계동 올림픽>도 같은 해 나왔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미화를 명목으로 자행한 달동네 철거작업을 담은 김동원 감독의 이 다큐멘터리는 정치 투쟁 수단으로서의 영화 제작과 대안언론으로서의 영상물에 대한 본격 시작을 열었다.





‘외화수입규제’ 풀리면서 다양한 작품 유입

‘88서울올림픽’은 독재정권의 정당성 구축을 위한 ‘정치쇼’의 의도로 시작됐지만 예기치 못한 각종 변화를 몰고왔다. 공산권의 붕괴로 인한 탈냉전 분위기가 지배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동구권 국가들의 대거 참여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올림픽이 됐다. 또한, 서울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면서 개방이 가속화됐다.

영화도 이를 활발히 반영했다. 극장가의 흥미로운 풍경 중 하나는 공산권 영화의 개봉 러시다. 소련 국영 모스필름이 제작한 <전쟁과 평화>, 50년대 유고 이야기를 다룬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빠는 출장중>, 모스크바로 상경한 여공 3명의 역경과 성공기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수교 전에 수입된 첫번째 중국 영화 <서태후> 등이 개봉했다. 1988년부터 ‘외화수입규제’가 풀리면서 다양한 외국영화들이 쏟아져나온 영향도 있었다.

<천녀유혼> <영웅본색2> 등 영화사적 의미가 있는 홍콩영화들도 상영됐다. 1987년 개봉한 <영웅본색1>이 후미진 뒷골목의 동시상영 극장에서 마니아들 사이의 입소문으로 알려진 반면, <영웅본색2>는 외화 흥행 순위 10위 안에 들며 홍콩느와르의 대중적 확장을 증명했다. 지금도 변두리 극장에서 <영웅본색>이나 <천녀유혼>을 처음 만난 순간의 전율을 기억하는 시네마 키드들이 많다. 두 작품은 홍콩영화 신드롬의 뚜렷한 징후를 가지고 있었고, 그 예감은 현실이 됐다.

80년대 성룡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 그 첫 작품도 국내 개봉했다. 1985년 제작된 이 영화는 경찰 부패라는 소재 때문에 상영제한 됐다가, 1988년 법 개정으로 한국팬을 정식으로 만났다. 헐리우드 스타일의 블록버스터인 성룡식 액션물은 <영웅본색> <천녀유혼> 등이 지닌 컬트적 성향과 구분되며 홍콩영화의 양강구도를 구축했다.

사회 개방 시기의 전형적 문화현상 중 하나가 자유분방한 B급 작품의 범람이다. 80년대 말 한국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존재하는데, ‘강시’가 대표적이다. 아시아 ‘강시’ 열풍의 진원인 <강시선생>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 1988년에 개봉했다. 1987년 뒤늦게 한국에 개봉한 <강시선생1>의 인기에 힘입어 몇 달 간격으로 시리즈물이 잇달아 국내 극장에 걸렸다.

일종의 ‘몰아보기’가 된 셈이다. 1989년에는 심형래의 흥행작 <영구와 땡칠이>에서도 ‘강시’가 등장할 만큼 이 B급 캐릭터에 대한 열병은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비록, 가부장제와 유교, 정치적 억압 등 구시대적 권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시대는 아니었지만, 이전 시대에 비해 문화적 다양성이 급격히 상승했고 변화로 인한 활기가 구석구석에 꽃피던 시기였다. 영화는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민감하게 확대 재생산했다.





미래 영화, 개념 파괴와 장르 해체

직배 이후 한국영화 점유율은 점차 낮아져 1993년에는 15%까지 하락한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충무로 영화 시장은 급격한 산업화로 접어들며 혁신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서는 점유율 50%를 유지하는 탄탄한 체질을 갖게 된다. 현재와 같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1988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이미 그 조짐은 당대 ‘새로운 물결’로 일어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국 영화의 직배를 두려워했던 한국영화는 현재, 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새로운 위협을 받고 있다. 스크린은 8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지만,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영화가 한정돼 있다는 사실은 크게 변함이 없다. 일본영화 개방과 스크린쿼터제 축소 폐지 등 자국영화의 보호 시스템이 뒤흔들릴 때마다 영화인들이 명분으로 내세운 ‘문화의 다양성’은 이제 오히려 한국영화에 의해 위협받는 시대가 됐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영화 화제작, 이 두가지 위주로 배급되는 현재의 시장에서 저예산 수작이나 중소 규모의 미국 영화, 세계적 조명을 받은 제 3세계 영화는 극장에서 만나기는 힘든 기형적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에 스크린쿼터제가 기여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양성의 실종은 궁극적으로 영화를 비롯한 한국문화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면에서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협 요소다.

오늘날 영화 시장에서 흥미로운 점 또 한가지는 리메이크와 재개봉이다. 미국 영화계는 80년대 리메이크가 붐을 이루고 있다. 한국 극장가에서도 과거 작품의 재개봉이 끊이지 않는다. 복고의 지배는 세계적이며 문화계 전반의 현상이다. 이에 대해 대중문화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분석도 있다. 영화는 더 이상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 활동이자 여가 수단이 아니다. 여행 게임 등 직접 체험에 대한 열망이 더 높아지고,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영화의 독보적 위치도 무너지고 있다. 극도의 산업화 구조에서 실험적 시도가 줄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새로운 창작자를 발굴해 작품을 만드는것보다 리메이크나 재개봉은 경제적 효율성과 안전성이 높다. ‘추억’을 사고자 하는 보장된 수요자들이 존재하고, 이미 검증된 소재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앞으로 과거는 물론, 현재와는 다른 개념의 매체로 발전할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제작현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 거부감은 ‘필름’이라는 영화를 정의 내리던 속성이 사라지는데 대한 혼란이었다. 최대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의 등장에서 그때의 혼란을 연상하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다. 애초부터 극장상영을 배제하고 만든 영화를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기존 영화인들의 다수는 이것을 영화라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전통적 유통방식을 깬 영화가 영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근거도 모호하다.

미래는 TV드라마는 물론 웹드라마, 개인 온라인 영상물, 심지어 게임과의 구분도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30년후 영화는 더 이상 영화가 아니겠지만, 미래에도 사회와 삶을 반영하고 전통적 가치관을 비판 전복하며 우리를 위안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영화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진보당, 2026년도 예산안 심의에 “안보·관세 협상이 미국 퍼주기 되지 않도록 국회가 검증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회의 ‘2026년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된 가운데 진보당이 미국과의 안보·관세 협상으로 ‘미국 퍼주기’ 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철저히 막을 것임을 밝혔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해 “안보·관세 협상이 ‘미국 퍼주기 예산’이 되지 않도록 국회가 검증하겠다”며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따라 국방비 인상과 무기 도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무리한 국방비 인상은 민생경제와 서민복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국방비 증가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자주국방’일 수 없다”며 “그 시작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종덕 의원은 “현재 방위비분담금 미집행금이 2조원이 넘는다. 신규 예산 편성은 필요 없다. 동북아시아 긴장을 높이는 F-35A 추가 도입도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한 재정지출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회에서 제대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적폐 예산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며 “매년 반복되는 이북5도지사 예산, 되살아난 검찰 특수활동비, 극우와 내란옹호단체로 전락한 관변단체 보조금 예산도 철저히 검증하고 삭감


사회

더보기
희망친구 기아대책, LG전자와 함께한 ‘LG앰배서더 챌린지’ 성료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내 최초의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저소득 국가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대책은 LG전자와 함께 올 3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제3세계 주민들을 위한 지원활동의 일환인 ‘LG앰배서더 챌린지’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해외 취약 지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밀착형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지난 2018년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9개국에서 진행됐다. 올해는 베트남이 새롭게 지원국가로 선정됨에 따라 기존의 방글라데시, 페루, 케냐, 필리핀 등과 함께 총 5개국에 13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기아대책의 ‘LG앰배서더 챌린지’는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역량 강화와 자립심 향상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로, 지역 공동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아대책은 올해 베트남에서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양봉사업을 진행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로 하여금 단기간 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여기에 3핵타르 부지에 나무를 심고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