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구로점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의 사망 관련 논란으로 이마트가 시끄럽다. 마트 내 사고에 대한 대응체계가 무너졌다는 지적에 이마트는 대응체계 강화 방침을 밝혔지만, 응급조치 미실시 논란에 이어 마트산업노동조합에 대한 고소·고발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0일 안전한 근무환경 및 쇼핑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매장 내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체계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이마트 구로점에서 계산대 업무 중이던 故 권미순 사원이 쓰러져 사망한 것과 관련 유가족의 뜻을 수용해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응급 대응체계를 재구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 대상 확대 △자동 심장충격기 확대 도입 △전 직원 대상 위급환자 대응방법 및 구급장비 사용법 교육을 보강 실시한다.
119 도착 전 응급조치 여부 논란
이마트가 사고 대응책을 강화하며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이마트는 이번 사고로 인해 안전불감증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고 당시 권씨가 119 구급대 도착 전까지 이마트 내에서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10시32분경 권씨는 24번 계산대에서 업무를 보던 도중 갑작스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후 심정지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 측은 “당시 매장에 관리자와 보안사원이 있었지만 구급차가 오는 10여분 이상의 시간동안 생명을 살리기 위한 어떠한 응급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마트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권씨가) 쓰러진 후 캐셔 SV(supervisor)가 바로 119에 신고를 했고 보안사원이 응급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권씨에게 어떠한 조치가 취해졌는지에 대해서는 “권씨가 쓰러졌을 당시 미약하게나마 호흡과 의식이 있어, 119센터와 전화연결을 해 기도를 확보하고 호흡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입고 있는 옷의 단추와 버클 등을 풀고 마사지를 했다”며 “그러다 호흡이 떨어져 지나가던 고객이 심폐소생술을 했고 보안사원이 인공호흡을 하며 심폐소생술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트노조 측은 이마트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정준모 마트노조 교선국장은 “사건 당시를 지켜봤던 다수의 직원 등에 의하면 권씨는 119 도착 전까지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권씨가 만약 제때 응급조치를 받았다면 생존 확률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이마트의 주장대로 보안요원이 권씨에게 응급조치를 했다면 당시 모습을 담은 CCTV를 공개하면 될 문제”라고 받아쳤다.
<시사뉴스>의 취재 결과, 마트노조의 주장은 권씨 동료들의 설명과도 일치했다. 지난 2일 오후 2시에 진행된 권씨의 추모행사에 참여한 동료 A씨와 B씨는 “권씨가 쓰러지면서 퍽 소리가 나자 근처 계산대에서 근무 중이던 다른 계산원이 119에 신고를 했다”며 “보안담당이 근처에 있었는데 쓰러진 권씨를 보고 ‘여사님 괜찮아요?’ 물으며 상태만 확인했을 뿐 심폐소생술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고객이 응급조치를 한 것은 119 도착 2분 전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관리자는 퇴근해서 점포에 없는 상태였고 보안담당이 고객이나 직원들이 다쳤을 때 이에 대한 대처를 해야 하는데, 보안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직원이 아니다. 주로 대학생 등이 이 일을 하고 있다”며 “팀장급 관리자가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고 있어 당시에도 관리자가 있었을 텐데 (쓰러진 권씨에 대해)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추모행사 충돌로 마트노조 고소·고발
여전히 이마트는 응급조치가 없었다는 마트노조의 주장이 허위라는 입장이다. 이마트는 지난 4일 “마트노조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명예를 훼손하고, 2일 오후 7시에 진행된 집회 후 무리하게 매장에 진입하려 하면서 폭력을 행사했다”며 마트노조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이마트 측은 고소·고발 배경에 대해 “마트노조가 마치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망인을 방치한 것처럼 주장한 것은 허위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마트는 마트노조가 추모집회 후 무리하게 매장에 진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업무를 방해했으며, 이를 제지하는 직원 등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마트 측은 “폭력을 당한 6명의 직원들은 각각 소지열상, 고관절 부상, 뇌진탕, 요추염좌상 등 전치 2주가량의 상해를 입었다”며 “촬영 중인 직원의 휴대전화를 빼앗기 위해 직원을 넘어뜨린 후 집단으로 폭행했으며 강제로 빼앗은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트노조 측은 “폭력을 행사한 일이 없고 오히려 이마트 측이 충돌을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날 마트노조는 논평을 통해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사람들을 신세계이마트 측이 폭력적으로 가로막았다”며 “추모하는 사람들과 충돌이 발생했고 추모를 가로막던 이마트 사측이 동원한 자들이 슬며시 움직이며 자해공갈과 다름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정 국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들이 정문을 막고 있는 가운데, 문이 반쯤 열린 상태에서 그 사이로 밀고 당기는 수준의 마찰과 실랑이가 있었을 뿐 폭행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설명하며 “폭행으로 인해 일부 직원들이 전치 2주가 나왔다고 하는데 황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저녁 추모행사 또한 낮에 진행된 것과 마찬가지로 고인이 사용하던 라커룸 등을 둘러보고 고인이 쓰러졌던 24번 계산대에서 헌화·묵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며 “낮에 참여하지 못했던 동료들이 저녁에 올 것이었기 때문에 저녁 추모행사가 있을 것이라고 이마트 측에 알렸으나 이마트는 진행 방식 협의도 없이 매장 내에서는 하지 말라며 진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국장은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졌다면 더 많은 부상자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마트가 채증과 노조 대응을 위해 도발적인 언행으로 집회 참가자들을 흥분시키고 헐리웃액션을 했던 것 등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해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