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4 (일)

  • 흐림동두천 -1.9℃
  • 구름조금강릉 4.0℃
  • 서울 -1.0℃
  • 구름많음대전 0.0℃
  • 흐림대구 3.4℃
  • 맑음울산 4.3℃
  • 광주 3.0℃
  • 맑음부산 4.8℃
  • 흐림고창 2.3℃
  • 제주 8.7℃
  • 흐림강화 -0.8℃
  • 구름많음보은 0.2℃
  • 흐림금산 1.4℃
  • 흐림강진군 4.8℃
  • 구름많음경주시 3.7℃
  • 맑음거제 4.9℃
기상청 제공

정치

[커버스토리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원한다

URL복사

‘박정희 패러다임’은 어떻게 한국인을 지배했고 몰락했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동시에 ‘성장주의’라는 종교를 상징한 ‘박정희 패러다임’은 몰락했다. 공정한 성장과 정의로운 분배라는 아젠다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성장지상주의와 작별을 더욱 분명히 한 국민의 선택이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가장 강렬한 이데올로기인 성장지상주의는 그동안 몇 차례 도전과 의심을 받긴 했지만, 단 한 번도 전 국민적 환멸에 부딪힌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성장’은 가장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더 이상 ‘성장’이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을 절대적 가치로 여겨지는 시대는 지났다.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패러다임 전환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부조리’를 참으면 ‘돈’이 된 기억

‘박정희 주의’는 한 마디로 ‘성장제일주의’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내세운 유일하고 절대적인 국가경영 철학이 성장지상주의였다. 이후 모든 정부와 학계 언론계 재계 등 나라 전체가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해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장’을 위해서라면 선택적 혜택, 계층적 불공평, 조직에 대한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박정희 패러다임’은 왜 국민의 마음을 이토록 오래 사로잡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압축 성장’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이라고 말한다. 장기집권과 독재, 재벌 중심의 불균형 경제 정책이 맞아떨어지면서 가능했던 기적적 성장의 열매는 소수 기득권이 독점하는 와중에도 바구니에서 넘쳐흘러 아래로 굴러갔다. 근대화의 수혜는 비처럼 뿌려져 모두를 적신 것이다.

인간은 기대보다 현실이 좋을 때,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압축 성장이 얼마나 극대화된 행복을 주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도성장기의 경험은 단지 ‘기억 미화’가 아니라도, 결코 잊히지 않는 달콤한 향수인 것이다.

문제는 박정희 정권이 부조리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설파했던 국가 경제를 우선 발전시킨 후에 분배한다는 ‘파이이론’이 신화가 됐다는 사실이다. 대중에게

‘분배’는 ‘성장’의 반대 개념이라는 왜곡이 각인됐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국가를 만나는 짜릿한 경험이 불공평을 받아들이고 정의와 자유를 저버린 대가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헬조선’을 비판한 청년들

성장지상주의의 실질적 종말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의 적폐가 불러온 IMF 외환위기다. 이동걸 동국대학교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의 본질에 대해 “박정희 정권 이래 누적된 재벌경제 체제의 한계와 그로 인한 병증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위기의 극복 또한 성장지상주의의 틀 안에서 진행되며 불평등 양극화 심화와 공룡 재벌 지배의 기형적 구조를 강화시켰다. 이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재벌의 확장을 억제하는 정도의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재벌의 고삐가 풀리고 무제한 확장세를 보였다”며, “한국경제는 1997년의 재벌개혁 호기를 활용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계에 이른 성장지상주의가 지속되면서 부작용은 심화됐다. 박정희 신화를 경험한 세대들은 금붙이를 내놓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만들며 잊을 수 없는 달콤한 경험인 경제 신화 재현의 환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고도성장기의 향수를 가지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저성장에 양극화 불평등의 구조를 급기야 ‘헬조선’으로 명명했다. 여전히 조직에 대한 개인의 희생과 자유의 억압이 요구됐지만, 예전과 같은 보상은 없는 상황에서 청년세대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갑을 갈등’ ‘숟가락 계급론’은 배금주의 사상과 불평등에 대한 청년세대의 분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원리 원칙을 무시하고 오로지 더 저렴하게 더 이율을 극대화하고자하는 경제적 효율성의 가치관으로 운영된 세월호 사고에서 국민들은 난파하는 대한민국을 보았다. ‘가만히 있으라’는 권위에 순종한 결과는 참혹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참사에서 국가는 ‘구조’와 ‘규명’이라는 당연한 역할도 아닌 ‘감추기’ ‘억압하기’로 일관하면서 성장지상주의와 권위주의에 대한 회의가 극에 달했다.
‘반항아’ 새로운 시대정신을 이끌다

세월호 사건의 충격은 ‘정의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란 철학적 고민을 불러왔다. ‘박정희 패러다임’ 성장지상주의에 금이 쩍쩍 가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혁명’은 이 같은 대중 심리를 배경으로 한다.

‘촛불집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 40대는 성장지상주의에 대해 유년기부터 환멸을 가진 세대다. 문재인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 세력이기도 한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세대이자,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40대로 통계청에서 분석하기도 했다.

민주주의를 쟁취한 ‘386세대’조차 성장지상주의를 버리지 못했다. 고도성장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386세대’가 박근혜를 당선시킨 주역이라는 점은 ‘박정희’를 타도하며 또 ‘박정희’를 향수하는 이 세대의 아이러니를 잘 말해준다.

반면, 경제호황과 문화융성기의 풍요를 유년기부터 누리고 제도적 민주주의 속에서 자란 ‘영포티(Young Forty)’는 희생을 통해 가난을 극복한 기억이 없으며, 사회에 진출하면서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같은 경험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부를 위해 정의를 희생하며,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이전 세대의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강한 세대로 이들을 키웠다.

90년대 이들은 “지하 단칸방에 살아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다”는 뉴스의 인터뷰로 설명됐고, 근면과 노동의 가치를 조롱하며 유흥에 빠진 ‘오렌지족’ ‘야타족’ 등으로 상징되기도 했다. 성장지상주의 시대에 철없는 ‘반항아’로 지탄받던 ‘X세대’가 ‘영포티’로 성장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두에 서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여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정면충돌...“특검 도입하자”vs“물타기, 정치공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정치권 인사들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 등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해야 한다”며 현행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민중기 특별검사의 직무유기도 새 특검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중기 특검의 책임 규명과 즉각적 해체는 필수이다. 마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종합특검을 발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이다”라며 “여기에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부분을 민주당과 통일교 유착관계와 포함해 특검을 실시하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통일교 게이트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고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이

경제

더보기
은행 대출금리에 지급준비금과 보험료 등 반영 금지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은행 대출금리에 지급준비금과 보험료 등의 반영을 금지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3일 본회의를 개최해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 제30조의3(대출금리의 산정)제1항은 “은행은 대출금리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항목을 반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제30조제1항에 따른 지급준비금. 2. ‘예금자보호법’ 제30조에 따른 보험료. 3.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따른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4. ‘교육세법’ 제5조제1항제1호에 따른 교육세. 다만, 과세표준이 되는 수익금액의 1천분의 5를 초과하는 금액에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 제8조(은행업의 인가)제1항은 “은행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제30조(예금지급준비금과 금리 등에 관한 준수 사항)제1항은 “은행은 ‘한국은행법’ 제55조에 따른 지급준비금 적립대상 채무에 대한 지급준비를 위하여 ‘한국은행법’ 제4장제2절에 따른 최저율 이상의 지급준비금과 지급준비자산을 보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한국은행법 제4장 한국은행의 업무 제2절 금융기관의 예금과 지급 제55조

사회

더보기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 가능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할 수 있게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개최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59조의3(확정 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 또는 그 등본,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복사(인터넷, 그 밖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적 방법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59조의3(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확정되지 아니한 사건에 대한 판결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그 등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판결서 외에는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한정하며, 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