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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에게 ‘빵’과 ‘장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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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정 무시 저임금 고노동, 모집 채용부터 남녀고용평등법 위법 수두룩


[시사뉴스 이철우 기자]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지방 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은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빵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장미는 인간의 존엄을 의미한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천대와 멸시까지 시달려온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외침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암울한 현실에 놓여 있는 한국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장미’를 손에 들었다.


무리한 예산 절감… 노동자 쥐어짜기


지난달 27일 대학 청소노동자 700여명이 서울시청에서부터 영풍문고 종로점 앞까지 900m가량을 행진했다. 손에는 로렌스의 여성노동자 시위를 상징하는 장미꽃이 들려있었다. ‘대학청소·시설노동자 전국공동행동 투쟁본부’가 진행한 이날 시위는 청소노동자들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는 시급 8200원에 상여금을 400%이내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을 어기는 대학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많은 용역업체들이 최저임금이 오르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정리해고 등으로 임금수준을 맞추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문제다. 노동자들은 업무 증가에 시달리면서도 저임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인원을 긴축하다보니 휴식시간이 거의 없고 연차휴가 등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한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 구조조정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청소노동자들은 “정부가 책임지고 대학 용역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나 하는 아줌마 주제에’


김포공항 청소노동자 노동조합도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6시 전면파업에 돌입한 뒤, 용역업체의 해결 의사를 수용해 4시간 만에 복귀했다. 원만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재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공항 청소노동자 노조가 관리인으로부터 비인격적 대우를 받아왔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노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청소노동자에 대한 정부지침 시급 8200원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아왔다. 3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만을 계속 받았으며 상여금도 지급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휴게시간과 공간도 보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동료와 커피 한잔을 마시거나 일하다가 물 한잔 마시는 것도 지적받으면 시말서를 써야했다. 시말서를 세 번쓰면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항의라도 하면 ‘청소나 하는 아줌마 주제에’라며 인격모독성 발언이 쏟아졌다.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의 폭언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야했다.


공항 노동자들 “한국공항공사는 용역업체에 낙하산 인사를 관리자로 세워 관리감독해왔으나 현재 원청으로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며 책임을 촉구하며,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 성차별 방조


이외에도 여성노동자에게 결혼퇴직을 강요해온 금복주와 대구 성서공단의 결혼퇴직제 관행, 중소기업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CJ E&M이 주관한 박근혜 대통령 참석 ‘KCON 2016 프랑스’ 행사의 진행요원에게 ‘용모단정’, ‘예쁜 분’을 기준으로 내건 성차별적 모집채용, 삼성물산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노동자에게 각종 권리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게 한 사건까지 여성노동자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최근에도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전국 10개 지역 평등의전화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6월13일부터 6월30일까지 각 지역 생활정보지의 모집 채용 광고를 모니터링했다. 여성 취업의 첫 관문인 모집 채용에서의 성차별 정도를 파악해 보기 위해서였다.


모니터링 결과는 암담했다.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모집 채용 광고 상당수가 성차별적인 광고였기 때문이다. 남성 또는 여성만을 특정해 모집하고, 동일한 업무에 동일한 조건으로 일할 노동자를 구인하면서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성별로 다른 연령기준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직무상 특정성이 필요한 합리적인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별로 분리해 모집하거나 여성을 남성보다 낮은 직급으로 모집하는 광고들도 많았다. 여성의 외모를 채용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광고 또한 버젓이 게시되고 있다.


이 같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법한 게시물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집 채용단계에서부터 노골적인 성차별이 만연한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전히 여성의 노동을 저평가하고 여성노동자를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사무실의 꽃으로 여기며 여성의 신체조건을 선발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인식이 여성을 구시대적 상황에 가두어 고통 받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성차별이 자행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탓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성평등 확산을 위한 정책 마련과 계획 수립, 홍보와 조사, 사업장 관리감독의 역할을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건이 발생해야만 움직이는 미온적 태도와 부실한 조사, 형식적인 관리감독이나 솜방망이 처벌로 사실상 고용상 성차별을 방조하고 있다”며, “지난 3월, 여성노동계에서는 고용노동부에 금복주 회사에서 불거진 ‘결혼퇴직’ 관행에 대해 전국적으로 일제점검 할 것을 요구했으나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요청을 묵살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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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