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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상인-수협’ 깊은 갈등…노량진 수산시장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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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현대화 사업 이후 대립 심화…상인 70% 신축건물 입주 안해
반대상인들 “영업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수협“반대 상인들, 원칙대로 처리 할 것”

[시사뉴스 김선광 기자]상인들과 수협중앙회간에 벌어지고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4일에는 상인이 수협 간부들에게 칼부림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장 현대화 사업 이후 신축 건물 입주를 둘러싸고 기존 상인들과 수협이 끝간데 없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이 신축 건물 이전을 두고 3주째 '두집 살림'을 하고 있었다. 갈등의 폭발은 지난달 15일 기존 시장을 대체할 신축 건물의 임대차계약 만료일에 일부 상인들이 입주한 뒤부터다.

기존 건물에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붉은 라커로 썼다는 '위험', '철거'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보기에도 흉하게 쓰인 이 글자들을 흰색 페인트로 덮어 놓은 곳도 있었다.

안전검사에서 C등급 판정을 받은 기존 건물에서 장사를 하도록 둘 수 없다는 수협중앙회 측은 지난달 16일부로 '철거 예정'을 통보한 상태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차량 진입로 봉쇄, 주차장 폐쇄를 시도하면서 상인들과 몸싸움도 수 차례 일어났다.

수협중앙회와 신축 건물 입주를 반대하는 상인들이 모인 상인대책위원회(대책위)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 4일에는 대책위 관계자 김모(50)씨가 수협중앙회 최모(60) 경영본부장과 김모(53) TF팀장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5일에도 상인 대책위의 집회는 계속 됐다. 간간이 소매 손님만 찾아오는 오전 9시께 기존 건물에서 장사를 계속하는 상인들은 '단결 투쟁'이 적힌 붉은 조끼를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45분께 기존 시장 상인대책위원회에서 '신축건물 이전 반대집회'를 열자 100여명의 상인들은 일손을 거두고 시장 중앙통로로 모였다.

이승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이 오죽했으면 그런 일을 했겠나 싶다”며“위원장으로서 유감의 말씀을 같이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기존 시장측 상인 한 명이 수협 관계자와 용역업체 직원에게 칼부림을 한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이 참극에 대해 한 동료 상인은“술을 마셔서 그런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상인은 “매일 압박감 속에서 산다”며 “용역들이 갑자기 올까봐 집에 못 가는 상인들도 있다”고 수협측 용역과의 대치 상황에서 오는 피로감을 토로했다.

수협중앙회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책위와 외부세력에 의해 파행이 지속될 경우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공영도매시장의 공공기능 수행에도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며“법과 원칙에 따라 대책위와 이전 반대 상인들에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갈등 양상은 현대화시장과 구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깊어지고 있다. 칼부림까지 발생한 노량진 수산시장의 갈등 사태는 왜 계속되는 것일까. 그 답은 이날 시장 현장에서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현재 신축 건물에는 전체 상인의 30% 가량인 150~200여명의 상인이 입주했다. 출입문에서 가까운 A구역에는 소매상인들을 중심으로 채워진 상태지만, 출입문과 떨어진 B·C구역으로 갈수록 빈자리가 많았다.

기존 건물에서 장사 중인 한 도매상인은 “신축 건물은 도매시장 기능을 할 수가 없다”며 “10㎏이 넘는 물건들을 싣고 못 지나가고, 천장이 낮고 트여있지 않아서 환기가 잘 안 된다”며 이전할 건물의 부적합성을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기존 건물에 남아있으면서도 “계속 싸우기는 싫다”며 “새로 추첨을 한다면 (신시장에) 들어 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상인도 있었다.

현대화시장의 C구역으로 옮겨온 한 상인은 구시장 상인들에 대해 “여긴 싫다, 리모델링 해달라고만 한다”며 “새 건물을 지어놓고 옛날 건물을 리모델링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빈 공간에 박스랑 핸드카 놔두고 넓게 마음놓고 쓰다가 여기는 그게 안 되니까 공간이 작을 수는 있다”면서도“그런 자리 확보해둔 게 없어지니까 오래된 사람들이 텃세부리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매로 회를 판매하는 60대 상인 김모(여)씨도“입지 좋은 사람들이 주동해서 싸우고 있다”며 “빨리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건물 임대료가 50만원 정도면 신축은 C열 기준으로 70~80만원 정도로 비싸고, 자리가 좁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시장 상인들이 제기하는 환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김씨는“냄새는 모르겠다. 수협에서 바닥도 냄새 안나는 걸로 했다”며 현대식 건물의 쾌적함을 강조했다.

신시장의 한 상인은 “주차장을 못 헐게 보초서야 하고, 장사도 해야 하니까 지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임대료를 깎거나 자리 넓혀달라는 걸로 싸웠으면 우리도 같이 했을 것이다”며“우리는 신시장 활성화를, 그 사람들은 전통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견해차를 대변했다.

C구역에서 수조를 관리하던 40대 상인 박씨는 구시장의 상징인 '단결 투쟁' 조끼를 입고 물건을 나르던 동료 상인에게 “조끼 벗고 오라고!”라며 웃음 섞인 호통을 쳤다.

박씨는 “구시장은 천국, 여기는 지옥일 거라며 장사가 안 될거라고 했었던 사람이다”면서도 “얼른 오라는 뜻으로 장난친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농을 던질 정도로 시장 상인들은 서로 ‘그림자만 봐도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펄쩍 뛰는 싱싱한 활어와 상인들의 큰 목소리가 어우러져 생동감 있었던 과거의 노량진 수산시장의 정상화가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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