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말레이시아 대법원이 10일 안와르 이브라힘(67) 전 부총리의 동성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5인의 재판부가 이날 항소심에서 보좌관에게 동성애를 강요한 혐의로 받은 징역 5년형에 대해 상고한 안와르 전 부총리에게 이같이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안와르 전 부총리는 바로 교도소로 향하게 됐다.
아리핀 자카트 재판관은 이날 법정에서 판결문을 낭독하면서 “안와르 전 부총리가 보좌관을 능욕했다는 압도적 증거가 있어 재판부는 보좌관이 상고인에게 능욕을 당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와르 전 부총리는 평결 후 징역형 선고 전 주워진 변론에서 재판관 5명에게 “당신들은 사법 독립성을 죽이는 범죄에 공범이 됐다”고 말했고 이에 재판관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나갔다. 한 재판관은 “다 들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이어 “신이 내 증인”이라며 “침묵하지 않고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다.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한 “계속 내 결백을 주장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내게 내 정치생명을 끊으려는, 정치적으로 날조된 음모”라고 주장했다.
판결문 낭독이 끝나자 안와르 전 총리는 눈물을 터뜨리는 부인 완 아지자흐를 안으며 다독인 다음 미소로 자녀들과 손자들을 차례로 껴안았다. 그는 법정에 있던 지지자 중 1명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더 많은 지지자가 이날 법원 밖에서 그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법정에서 취재진과 농담할 정도로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던 그는 가족을 다독인 후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며 “몇 년 후 다시 보자”며 작별 인사를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 사실이 밝혀지면 합의가 있더라도 최대 징역 2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지난 2008년 야당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일할 때 보조관에게 동성애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2년 고등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3월 열린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나지브 라자크 총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야권 재기의 상징적 인물로 인기도 많아 국내외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2008년 이후 세력이 약화된 집권연정의 정략적 위협 인물 제거로 보고 있다.
총리실은 이날 대법원 평결 후 사전에 준비해 발표한 성명에서 사법권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국민에게 이번 법적 절차를 존중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