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인공피임을 금하는 교회 가르침을 강하게 지지하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19일(현지시간) 천주교도가 토끼 번식처럼 출산을 할 필요는 없지만, 자녀를 책임지고 양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필리핀 방문 중 1968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예로부터 내려온 산아 제한 반대를 재확인한 회칙인 ‘인간의 생명에 관하여’를 강하게 지지했던 그는 이날 필리핀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교황전용기 안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동성애자 결혼 제안에 대해 “가족에 대한 은밀한 공격”이라고 경고하고 “생명에 대한 열린 마음이 결혼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사실 토끼처럼 해야 좋은 천주교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신 책임질 수 있는 부모가 돼서 교회의 가르침이 허용한 방법으로 자녀의 출산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7번째 자녀까지 제왕절개로 낳고 8번째 임신한 여성을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를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여성은 신을 믿어서 이렇게 했다고 주장하겠지만, 신은 당신에게 책임지는 방법을 제시했다”며 “천주교회가 인정한 합법적 출산 제한 방법은 많다”고 밝혔다.
이는 부부가 아내의 배란기에 성교를 삼가는 자연 가족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한 외부 기관이 한 나라의 산아 제한에 자신들의 견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이념적 식민지화'를 비난했다.
아프리카 주교들이 특히 오래 전부터 단체, 기관, 개별국가가 개발도상국에 개발 원조 조건으로 피임과 동성애자 권리 등 서구의 진보적 이념들을 점점 더 자주 강요하고 있다며 불평해 왔다.
교황은 “누구나 이념적으로 식민지화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천주교회의 인공 피임 반대를 지지하면서 책임있는 양육을 강조한 교황의 이번 발언은 교황이 자신의 보수적 성향을 점점 더 보여줄 것이라는 전조다. 교황의 보수적 성향은 지금까지 여론에 의해 무시됐거나 교황의 포퓰리스트 성격을 강조하려는 언론에 의해 가려져 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