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2014브라질월드컵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던' 대회였다.
축구가 육상· 수영· 야구와는 달리 기록에 크게 의미를 두는 종목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풍성한 기록들이 쏟아져 재미를 더했다.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에스타지우 마라카낭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지구촌 축구의 대미를 장식했다.
대회 시작 전 준비 소홀·여론 악화·테러 위협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브라질월드컵은 결과적으로 가장 인기 있었던 대회 중 하나로 기록됐다.
브라질 12개 도시에서 총 64경기가 치러진 결과 총 342만9873명의 관중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이는 1994미국월드컵(52경기)의 358만7538명에 이은 역대 월드컵 최다 관중수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평균 관중수도 미국월드컵(6만8991명) 다음으로 많다. 기록상 5만3592명의 관중이 매번 경기장을 찾았다.
개최국 브라질은 안방에서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월드컵 역사에 남을 '오명'만 남겼다.
지난 9일 벨루오리존치의 이스타지우 미네이랑에서 벌어진 4강전에서 브라질은 독일에 1-7로 완패했다.
역대 월드컵 4강전에서 한 팀이 7실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54스위스월드컵 4강전에서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1-6으로 진 것이 종전 4강전 최다 실점 기록이었다.
브라질의 부끄러운 기록은 또 있다. 브라질 수비수 마르셀로(26·레알 마드리드)는 지난달 13일 크로아티아와의 대회 공식 개막전에서 전반 11분 자책골을 넣었다.
크로아티아의 이비차 올리치(35·볼프스부르크)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땅볼 크로스를 걷어내려다 실수로 골망을 갈랐다.
마르셀로는 84년 월드컵 역사상 개막전에서 자책골을 넣은 첫 번째 선수가 됐다.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출전(20회)한 브라질이 자책골을 기록한 것도 처음이다.
의미있는 개인 기록들도 나왔다.
독일의 백전노장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는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1골을 뽑아내며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을 새롭게 썼다.
전반 23분 득점포를 가동한 그는 월드컵 본선 16호골 고지에 오르며 종전 최다 득점자였던 호나우두(38·브라질·은퇴)를 따돌리고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우뚝 섰다.
2001년부터 독일대표팀에서 뛴 클로제는 2002한일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에서 각각 5골·2010남아공월드컵에서 4골을 넣었다. 이번 대회에서 2골을 추가했다.
'콜롬비아의 축구 영웅'인 골키퍼 파리드 몬드라곤(43·데포르티보 칼리)은 월드컵 역대 최고령 출전 선수 기록을 세우며 세계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일본과의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팀이 3-1로 앞서고 있던 후반 40분 후배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26·니스)를 대신해 교체 출전했다.
43세 3일의 나이로 꿈의 무대에 선 몬드라곤은 역대 월드컵 최고령 본선 출전 선수가 됐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카메룬의 로저 밀라(62)가 보유하고 있었다. 밀라는 1990이탈리아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러시아전(1-6 패)에 42세39일의 나이로 출전해 이후 24년 동안 최고령 출전 기록을 유지해왔다.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에 처음 도입된 기술 및 규칙들도 있었다.
초고속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분석해 득점 여부를 가리는 골라인 판독기가 심판들의 원활한 경기 운영에 큰 도움을 줬다.
선수들에게 물을 마시며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쿨링 브레이크(Cooling Break)'와 프리킥 상황에서 정확한 거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배니싱 스프레이(vanishing spray)'도 처음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