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한때 재계 서열 11위의 STX그룹 수장이었던 강덕수(64) 전 회장이 3000억원이 넘는 횡령, 배임 및 2조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횡령, 배임, 분식회계, 사기대출 등의 각종 비리를 저지른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또 변모(61) 전 STX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이모(50) 전 STX 경영기획본부장, 김모(59) 전 STX조선해양 CFO, 홍모(62)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고, 이희범(65·LG상사 부회장) 전 STX중공업·STX건설 회장과 권모(56)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상법 위반, 증권거래법 위반 등 모두 7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강 전 회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에 따른 2843억원의 배임 혐의, 회사 자금 557억원 횡령 혐의, STX조선해양의 2조3264억원 상당 분식회계 혐의,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한 9000억원의 사기대출 및 1조7500억원 상당의 회사채 부정발행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STX건설의 재정상태가 악화되자 STX중공업, STX에너지, 포스텍, STX엔진, STX리조트 등 11개 계열사를 동원해 기업어음(CP) 매입이나 유상증자, 연대보증 등을 지시해 계열사에 손실을 끼쳤다.
STX에너지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STX건설의 차입금 상환과 채무변제를 위해 2011년 2월~2012년 12월 1784억8000만원 상당의 CP를 매입해줬지만 948억8000만원이 상환되지 않아 손실을 입었다.
㈜STX는 인허가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STX비즈니스파크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1년 3월 STX건설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 선급금 명목으로 231억원을 지급했다.
STX건설은 괌 미군기지 건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군인공제회에 대한 채무 200억원을 상환할 자금이 부족하자 2012년 7월 포스텍이 STX건설 신주 68만5000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억원 상당을 부당 지원받았다.
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 사업 시행사인 유넥스글로벌이 STX건설의 연대보증하에 군인공제회로부터 100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상환능력이 없자, 강 전 회장은 STX중공업 측에 869억원 상당의 연대보증채무 및 이자에 대한 추가 연대보증을 지시해 지난해 4월~12월 740억여원을 대신 갚게 했다.
STX건설은 28억원에 달하는 조세채무 징수를 유예하기 위해 STX리조트 소유의 33억6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받았고, 강 전 회장의 지시로 포스텍이 발행한 CP를 ㈜STX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72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STX건설측에 대여했다.
강 전 회장은 ㈜STX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포스텍을 부당지원했다.
포스텍은 영억이익 감소와 주식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2012년 하반기부터 채무상환능력을 상실한 상태였지만 강 전 회장은 2013년 2월 STX 소유의 STX중공업 주식 240만주와 STX에너지 주식 24만5000주 등 100억원 상당의 주식을 포스텍의 대출금 채무에 대한 담보로 제공했다.
이어 2012년 10월~2013년 4월 STX가 보유중인 STX엔진 주식 60만주와 STX중공업 주식 300만주 등 125억원 상당을 포스텍의 대출금 채무에 대한 담보로 추가로 제공했다.
STX마린서비스는 STX중공업이 중국 대련조선소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해외 현지에서 대출금 상환압박을 받자 263억655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강 전 회장은 2011년 3월~2013년 4월 기간에 걸쳐 계열사 법인자금 557억원을 횡령한 사실도 적발됐다.
강 전 회장은 페이퍼컴퍼니 '글로벌오션인베스트'를 내세워 ㈜STX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STX 주가 하락으로 금융권에서 추가 담보나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자 포스텍 법인자금 240억5000만원을 빼돌려 채무를 대신 상환했다.
또 자신이 소유한 포스텍 주식을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에 매각한 뒤 다시 주식 250만주를 재매입하는 과정에서 포스텍에 매입자금을 떠넘기는 방법으로 302억원을 횡령했다.
STX중공업과 ㈜STX,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임원 9명에게 성과급과 직무수당을 초과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2008년 1월~2013년 3월 기간동안 15억5900만원을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STX조선해양과 STX건설의 총 2조5000억원 상당 분식회계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강 전 회장은 조선·해운경기 불황 여파로 STX조선해양에 적자가 발생하자 재료비·경비 등 매출원가를 과소계상해 이익을 과대계상하는 방식으로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2008년부터 5년간 2조3264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사실이 적발됐다.
STX조선해양은 분식회계를 통한 허위 제무제표 자료를 이용해 은행에서 9000억원을 대출받고 회사채 신용등급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STX건설은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해 회수가 곤란한 매출채권과 계열사 장기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하는 수법으로 이익을 과대계상해 2123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검찰은 이밖에 ㈜STX가 회사자금 32억5900만여원을 567차례에 걸쳐 강 전 회장에게 대여한 것에 대해선 증권거래법 및 상법 위반 혐의로 처벌했다.
검찰은 STX 회사 차원의 정관계 접대리스트는 존재하지 않고 이희범 전 회장이나 다른 임직원이 정관계 로비의혹에 연루된 정황이나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강 전 회장이 STX에서 차용한 32억원과 비자금 15억원의 사용처에 대해선 계속 수사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정관계 쪽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TX그룹은 한때 재계 서열 11위까지 올랐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부실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지원과 회계분식 등이 누적되면서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졌다. 채권단은 STX그룹 정상화를 위해 10조원을 이상이 투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 부당지원 자금을 상장회사나 자회사로부터 조달하는 바람에 STX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의 유동성이 더욱 악화됐다"며 "STX조선해양의 5년에 걸친 대규모 회계분식으로 막대한 부실이 은폐돼 STX그룹은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고 국민 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끼쳤다"고 분석했다.
앞서 STX중공업은 지난 2월 강 전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검찰은 강 전 회장의 자택과 ㈜STX,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건설 등을 압수수색하고 3개월여 동안 수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