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일 "(자신에 대한)국민들의 평가는 잘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작년에 완전히 포기해버렸다"면서 "2007년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임채정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한명숙 총리 등 3부 요인과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 민주당 장상 대표,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국민중심당 신국환 대표, 정부 부처 차관급 이상 인사 등 각계 주요인사 26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신년 인사회를 가진 자리에서 "언론의 평가는 애당초 기대한 바 없으니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사실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지지와 신뢰가 날로 계속 떨어진다"며 "2006년에는 올라갈 것인가 그런 기대를 해봤는데 별볼일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러나 한가지 남아 있는 것은 제 스스로의 자긍심, 제가 봐서 그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는 제가 어디에 의지하고 무슨 힘으로 버티고 서 있을 것인가. 이런 불안이 있었던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오늘 그 불안을 '법제실적보고'가 조금 씻어주었다"고 털어놓았다.
'법제실적보고'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법제처가 보고한 것으로, 대통령 임기 후반기 입법실적이 급격한 하강곡선을 보였던 과거 정부와 달리 현 정부 들어서는 매년 상승곡선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노 대통령은 "제 가슴에 돌덩이처럼 막혀있던 것이 그 보고 받고 점심 먹고 나니 쑥 내려간 것 같고 지금은 시원한 편"이라며 "내년 이맘때쯤 되면 완전히 마무리해서 다음 정부에 보따리를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가 걱정"이라며 "잠시 한숨 돌리는 동안에 사고가 나긴 했지만 시행착오는 바로잡을 수 있다. 바로 잡아진다"며 다시 한번 결의를 보였다. 특히 "부동산은 구조적으로 더 갈 수 없는 구조 위에 서 있기 때문에, 누가 아무리 배짱이 좋은 사람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작전세력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서민들의 급한 마음에 신뢰를 주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신뢰를 주기 위해 실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에 심각해진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제일 좋은 방법은 국가의 경제 능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환율이 금방 떨어지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특유의 역설적 수사를 통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올해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서 환율 문제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환율 상황의 제일 좋은 방법은, 국가의 경제 능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환율이 금방 떨어질텐데, 그렇게 할수야 없는 일 아닙니까"라며 비상식적, 비경제적 반어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실적과 관련,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용산공원 등 눈에 보이는 모습이 우리 삶의 질을 대변하는 시대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참여정부가 과연 큰소리를 할 수 있느냐고 자문하는데,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결론 내고 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누구에게 물어봐도 한국이 잘 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7대 전략'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혁신주도형 경제전략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의 함께 가는 경제 △개방 △사회투자 △신뢰와 원칙이라는 사회적 자본의 형성 △ 정부혁신 △평화중심의 안보전략 등을 꼽았다.
노 대통령의 대부분의 현안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낙관적 의지를 표출했지만 민생, 양극화 문제에 대해선 고심의 일단을 드러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봐서 결코 나쁘지 않은 경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큰 소리를 좀 했지만 걱정이 없냐? 그렇지 않다. 민생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어느 정권이 일시적으로 대응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국민적 합의 위에서 도전해야 할 과제"라며 비전 2030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그 전보다는 못하겠지만 제가 가진 합법적 권력을 마지막까지 행사할 것이며, 저를 위해서가 아니고 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며 "제가 보는 국가 발전 전략을 현실에서 빠른 속도의 개혁을 이루기 위해 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