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외 정치 현안이 어지럽게 맞물리는 거대한 소용돌이 정국이 펼쳐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판결을 고리로 여야 간 갈등은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담화에서 고개 숙여 ‘총론적 사과’를 했지만 여론 향방이 변수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대권 프로세스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대외적 불확실성에 내부의 리더십 위기가 겹치면서 11·12월 대한민국은 힘겨운 시간이 예상된다.
정국 분수령, ‘김건희 특검·이재명 재판 판결’
11월 ‘정치권 위기설’이 사정권에 들어왔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간 통화 녹음이 김건희 여사 특검을 고리로 거친 정쟁을 이어오던 정국에 파랑을 일으켰다.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예고했던 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평가절하하며 대여 공세 고삐를 더욱 쥐는 모습니다.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특검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장외 집회와 원내의 특검법 추진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시한(15일)을 고려해도 11월 안에 재표결까지 모두 마칠 수 있다. 또 특검법과 별개로 대통령이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의 경우 여당을 배제한 채 상설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및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등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을 수사하기 위한 상설특검 요구안을 국회 운영위에서 처리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김여사 리스크’ 해소에 부심하면서도 이 대표의 2개 1심 판결을 기점으로 공세를 전환할 기회를 엿보며 ‘이재명 사법리스크’ 부각에 부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성남시장을 지낸 이 대표가 대선 전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답변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검찰은 허위사실이라며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공판이 있다. 검찰은 지난 9월 30일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는 2018년 본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만약 이 대표가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국민의힘은 수세에서 공세로 태세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에 결정적 타격이 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한 비례초선 의원은 “1심에서 유죄 선고가 나오더라도 상소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공고해 리더십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尹 대통령 대국민담화, 정국 반전카드 미지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앞에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의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 논란 등에 대해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야당이 제기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저와 제 아내의 처신 문제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 여사 활동 중단 문제에 대해서도 “국익 활동 외 모두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사과’라는 단어는 8회, ‘잘못’ ‘불참’ ‘부덕의 소치’ ‘죄송’ 등을 각 1회씩 사용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이 요구한 사안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도 제기된 논란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고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김여사 특검’과 관련해선 ‘사법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참모 개편이나 개각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국민의힘 내 친윤계와 친한계의 반응도 달랐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진솔한 태도로 소탈하게 설명하고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친한계에서는 자신들의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명태균 씨와의 녹취가 공개된 뒤 한 대표가 지난달 28일 쇄신 개각 및 대통령실 인적 개편·김 여사 활동 중단·김 여사 대외활동 즉각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은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친한계의 평가다.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혹평 일색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이 동의할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에둘러 비판한 가운데 “탄핵에 기름 뿌린 격” “특검 필요성만 커졌다”는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與 용산-당 디커플링, 野 ‘탄핵의 강’이 포인트
국회는 11월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한 여론추이와 민주당이 과연 ‘탄핵의 강’을 건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여권의 경우 20% 안팎으로 떨어진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반등할지가 문제다. 현재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하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런 당·정 지지율 디커플링이 고착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윤-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핵심 보수층(TK·PK)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밝힌 대통령실 참모 개편 등 인적쇄신 여부가 핵심”이라며 “연말 연초로 예상되는 개각 등의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사과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향후 후속 쇄신 조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 등 야권의 경우 과연 ‘탄핵의 강’을 건널지가 관건이다. 현재 민주당은 장외투쟁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당 소속 의원 일부가 ‘임기 단축 개헌’과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지도부는 일단 개별 의원의 견해일 뿐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원내 ‘김건희 특검법’ 추진과 장외 집회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면서 11월 말 예상되는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국민여론 추이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 대표의 1심 선고 결과도 민주당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