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16 (목)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최영욱이 달항아리 그림으로 표현한 인생의 '카르마'

URL복사

'비움' 강조한 ‘빙렬’ 주제, ‘카르마’ 28점 발표
서울 인사동 노화랑서 21일까지 전시
블랙&화이트, 항아리 이미지 지운 신작도

 

“소박하지만 지극히 세련된 달항아리처럼 살고 싶어 달항아리 이미지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그은 선 (Karma)은 제가 살아온 인생길을 그린 겁니다.”

 

20여년간 달항아리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그려온 최영욱(60)이 한층 더 비워낸 신작 ‘카르마(Karma)’ 시리즈 28점을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발표했다.

 

조선백자는 순백의 깨끗함,  단아함, 절제미를 지닌다.  최영욱의 신작도 더욱더 비워지고 있다. 이제 그 형태마저 사라져간다.

“그동안 달항아리를 돋보이게 하려고 명암과 묘사를 더 했는데 요즘은 군더더기를 빼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작가를 갤러리에서 두차례 만났다. 

 

달항아리로 불리는 조선 백자대호(白磁大壺)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모든 것을 비워낸 듯하면서도 따뜻한 어머니처럼 기품을 지닌 대상이다. 영국 도예 거장 버나드 리치는 조선 백자대호를 구입하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갑니다”고 했다.  미술품 경매에서도 인기리에 낙찰된다. 

 

달항아리는 보통 흰색이다. 그런데 최영욱의 그림 속 달항아리는 흰빛 속에서도 미세한 컬러감이 더 있다. 섬세하게 푸른빛, 잿빛, 미색 등 다채로운 컬러가 녹아있다. 또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온 검은 달항아리 그림과  형태를 없애 추상성이 강조된 작품도 나왔다.

 

그의 달항아리 회화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어왔다.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그의 작품들을 소장했다. 이후 스페인과 룩셈부르크 왕실의 컬렉션 목록에도 들어갔다. 2020년 미국 로스엔젤레스 헬렌J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출품작도 모두 완판됐다. 올해 10월 10~13일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리는 포커스아트페어에도 개인전 형태로 참가해 인기를 끌고 있다.

 

#달항아리 회화가 사랑받는 이유

 

그의 ‘카르마’ 작품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제작 과정을 살펴보았다.
작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평일, 휴일 가리지 않고 작업한다.  그리고 매일 작업 전에 자연을 산책하며 자연과 호흡하며 몸과 마음을 맑게 정화한 후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을 위해 캔버스에 젯소와 흰색 돌가루를 쌓고 사포질로 수십번 갈아내고 또 쌓기를 반복한다. 보통 80번, 많게는 100번도 반복한다. 이 과정에 수성·무광택의 동양화 채색안료·아크릴 붓질도 셀 수 없이 쌓인다.  

 

작가는 “물감을 얇게 수십번 칠하는 과정이 흙을 매만지는 과정과 같은데, 그러면서 생성된 은은한 색감 때문에  많은 분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그의 작품 속 달항아리의 또다른 매력인 ‘빙렬(氷裂)’을 들 수 있다. 최영욱 작품의 핵심인 빙렬은 도자기 표면에 바른 유약이 식으며 생긴 가는 실금이다. 셀수 없이 많은 작은 선들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빙열은 감성을 어루만지는 서정적 화면과 어우러져 작품을 서사적으로까지 승화시킨다.

 

작가는 "빙렬 작업을 할 때 자연스럽게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생각하며 선을 긋기 시작했다"면서 “제가 그린 ‘카르마’는 선에 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선은 도자기의 빙렬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곧 우리의 인생길이죠. 갈라지면서 이어지듯 만났다가 또 헤어지고, 비슷한 듯하며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도 하나로 어우러지지요.”

 

감성을 어루만지면서 서정성은 물론, 서사성까지 연결되는 빙렬은 작품의 주제 카르마(업보, 인연)와 연결된다. 또 작가는 수행자적 태도를 통해 일기를 쓰듯 매일 수도하듯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달항아리를 빚어낸단다. 아주 가는 세필로 고도의 정신적 집중과 고된 육체적 작업을 통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선을 그리면서 우리네 삶 속의 인연과 카르마 등을 표현해내는 셈이다.

 

“작업을 하면서 매일 수행하듯 하는 구도자적 자세가 정말 가능한가” 질문도 던졌다.

작가는 “일필휘지의 작업을 하고 싶기도 하고 실제 다양한 작업들을 중간중간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이 작업의 과정들이 즐겁고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산책을 하거나 명상을 하고 캔버스 앞에 앉아 작업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순간이고 이런 삶에 감사하다. 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좋다”는 대답을 했다.

 

#무작정 떠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만난 달항아리와의 인연

 

그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달항아리에 꽂혀 그리게 됐을까.

학교(홍익대학교와 대학원)를 졸업하고 입시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도 작가로서의 길을 고민하던 2000년대 초반 무작정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는 작가. 그에게 또한번의 카르마였던 셈이다.

 

“당시에는 들판의 풍경화를 그렸고, 미국 가기 직전에는 항아리 그림으로 그리고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어요. 마침 미국 여러 미술관에서 한국 백자를 보게 되었는데 결정적으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관에 전시된 달항아리를 만나게 된 겁니다.”

 

그가 ‘작가로서의 길’이 이렇게 준비되어 있었던 셈이다. 달항아리를 누워서 보기도 하고, 앉아서도 보면서 달항아리의 형태가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큰 감동이 밀려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전시장에 머물러 있던 그는, 그때부터 달항아리를 그리던 방법과 그림을 그리는 태도와 이유를 치열하게 바꾸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빌 게이츠 재단이 소장하게 되었고, 재단 건물완공식에도 초대받아 빌 게이츠도 만났다. 이것이 최영욱 최고의 ‘카르마’였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선만 그은 신작’에 대해서 작가는 “‘소박하지만 지극히 세련된 달항아리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항아리 이미지를 그리고, 그 안에 그은 선(karma)들은 제가 살아온 인생길을 그린 겁니다. 신작으로 내놓은 항아리 이미지를 지운 작품은 인연, 업을 더 강조해서 표현한 것입니다.

 

평론가 임창섭은 “최영욱의 ‘카르마’ 작품은 달항아리가 가진 색과 형태를 그래도 모방한 것이 아니다. 달항아리는 단지 소재일 뿐, 그는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구분해 내는 특출한 감각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평한다. 기대할 것 없는 세상, 저절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느슨한 지식이 아니라, 끝없는 믿음과 노력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든다는 진실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오광수 평론가는 예전 전시평에서 “그가 그리는 백자는 한 편의 시요, 꿈결에서 만나는 해맑은 서사이자 아름다움의 실체이고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어떤 것”이라 썼다.  전시는 21일까지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정치, 사회 양극화와 격차 문제 최소한으로 완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민생·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국민 패널 100여명과 함께하는 디지털 토크 라이브를 열고 "정치가 사회 양극화와 격차 문제를 최소한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실현 가능한 현실적 정책들을 함께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디지털 토크 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에서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평균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압도적 다수의 사람들은 불평등 때문에 매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의 본질은 국민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게 경제 문제다. 먹고사는 게 힘들면 정말 피곤하다"고 했다. 지역균형 발전 방안을 두고는 "수도권 집값 때문에 시끄러운데, 사실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가 취업이 쉽지 않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자영업 비율이 엄청 높은데, 최저임금도 못 버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또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요새 빚 때문에 더 난리인데, 금융 문제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좀 개혁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며 "선진국은 못 갚은 빚을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수변 공공디자인 축제 ‘상상바람’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영등포문화재단(대표이사 이건왕)은 오는 10월 18일(토)부터 19일(일)까지 안양천 신정교 아래에서 수변 공공디자인 축제 ‘상상바람’을 개최한다. ‘상상바람’은 지난해 진행된 ‘언더브릿지 상상게더링’에 이어 도심 속 일상 공간인 안양천을 시민들의 상상과 제안으로 창조적 공유지로 확장하고,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안양천에 상상의 바람이 분다면, 도시 수변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으로 출발해 도시의 일상 공간에서 문화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와 움직임을 만들어가고자 기획됐다. 올해는 생활예술, 식물, 웰니스를 주제로 큐레이션 돼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는 △예술정원 체험마켓, 안양천 프로젝트 ‘DO LAB’이 만드는 팝업 스튜디오 ‘다리밑 스튜디오’, 예술정원크루가 제안하는 모이고 흩어지는 이동식 예술정원 ‘이야기 정원’으로 구성된 △디자인파크, 수변을 따라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모바일 DJ 사운드부스, 영등포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우리동네자전거’의 △자전거 수리소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시민들의 걸음과 몸짓으로 함께 만드는 퍼레이드인 △안양천 문화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디지털 약자들의 정보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은행 업무부터 병원 예약, 대중교통 이용, 행정 서비스까지 해결되는 시대다. 그러나 이 편리함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정보활용 취약계층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곤 한다. 각종 기관의 창구 업무는 줄어들고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전자정부, 모바일뱅킹, 온라인쇼핑, 스마트농업 등 대부분의 사회·경제 활동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시대다. 하지만 모두가 그 혜택을 고루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뿐 아니라, 전업주부, 저학력자, 농촌 거주자, 장애인 등 이른바 ‘디지털 정보취약계층’은 여전히 정보 불평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단순한 ‘기술 접근’의 문제가 아니다. 기기 사용 능력의 부족, 낮은 디지털 문해력, 인프라 격차, 생활환경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과 활용 능력이 결여되면 일상적인 서비스 이용은 물론, 경제 활동, 교육 기회, 복지 접근까지 제한받는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기존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중장년층 여성이나 농민, 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