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故 정슬기 씨 사망 등 연이은 쿠팡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에도, 국토부는 현장점검보고서에 근로환경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토부는 근로자 2명 인터뷰만 듣고 보고서를 작성해, 허술한 관리·감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시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택배 터미널 현장점검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쿠팡 현장점검 방식으로 택배기사와 분류작업자 각 1명(총 2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만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현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답변을 중심으로 근로환경을 점검했고, 근로계약서 확인 등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토부는 지난 2년간 쿠팡 터미널 5곳을 점검하고도 근로환경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발표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80%가 작업 중 더위‧추위를 심각하게 느낀 적이 있다 답변했지만, 문 의원이 확보한 ‘김포·남양주 터미널 보고서’에서는 폭염 대비 체크리스트 및 안전 수칙이 제대로 안내되고 있다고 작성돼있다.
또한 故 정슬기 씨 사망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클렌징제도와 관련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문진석 의원은 근로자 인터뷰만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국토부가 작성한 보고서도 근로환경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불완전 보고서라고 지적했다.
한편 연이은 과로사의 원인으로 새벽 배송이 지목되고 있지만, 정작 국토부는 새벽 배송시간대에는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문진석 의원실에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5번의 현장조사는 모두 주간에 실시됐다. 실제 국토부가 인터뷰한 노동자들의 근로시간도 주간(오전 9시~20시 등)으로만 기록돼있다.
문진석 의원은 “숱한 노동자들이 과로사하는 등 산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관리·감독기관인 국토부는 형식적인 조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토부가 쿠팡 CLS의 실질적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관리·감독 및 조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실질적인 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노동부와 합동 점검 실시 등 실효적인 조사 방식을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 의원은 “동시에 쿠팡CLS도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근로환경을 만드는데 동참해야 하며, 만약 계속해 사회적 요구를 외면한다면 택배 사업자 인증을 취소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