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쿠팡이 1400억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에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공정위가 검색 순위 조작, 임직원 동원 리뷰를 통해 소비자를 자체 상품(PB)으로 유인한 쿠팡에 국내 단일기업 기준 역대 최고액인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쿠팡이 즉각 공정위 제재에 대한 반박과 함께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나서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14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쿠팡과 쿠팡 PB상품을 전담해 납품하는 자회사인 CPLB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두 법인을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PB상품과 직매입상품(자기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또 임직원 2297명으로 하여금 PB상품 7342개에 구매후기 7만2614건을 작성케 하고, 평균 4.8점의 별점을 부여(임직원 바인)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순위 산정 기준을 설정·운영하고 상품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자, 자기상품 판매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이중적 지위에 놓인 상황에서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구매 후기 작성을 통해 높은 별점을 부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기상품이 입점업체 상품보다 더 우수한 상품이라고 오인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를 발표하면서 44쪽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준비했다.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던 퀄컴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 남용행위 제재 사건 때 보도자료가 27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쿠팡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데 따른 대비로 해석된다.
별도로 Q&A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쿠팡에 대한 제재를 언급한 이후 쿠팡은 여러 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해명해왔는데, 여러 쟁점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해온 것이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경우는 있어도, 사전에 Q&A 형태로 쟁점을 정리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공정위 제재 방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쿠팡은 재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공정위가 Q&A를 통해 기존 쿠팡 주장을 반박하자, 공정위 Q&A를 일일이 재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공정위와 쿠팡이 서로의 주장에 대해 장외 공방까지 벌이면서 향후 예고된 행정소송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우선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오프라인 매장 진열과 달리 온라인 쇼핑몰 상품 노출이 문제가 된다고 봤다.
대형 유통업체 등 오프라인 매장은 통상 자기의 상품만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유인하는 경우는 발생하기 어렵고, 온라인 플랫폼의 검색순위가 오프라인 매장 진열에 비해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오프라인 진열과 온라인 검색순위는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매출이 4배 이상 높은 '골든존'에 PB상품을 판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세계 최초로 유통업계의 상품 노출 순서를 경쟁법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데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공정위는 이미 해외에도 상품 노출 순서를 제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본다.
아마존이 자기 상품을 '바이박스(BuyBox)에 우선 노출한 행위가 EU 경쟁당국에 의해 시정됐고 미국 경쟁당국(FTC)과 17개 주가 아마존을 대상으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다른 플랫폼에서 더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을 검색순위 하위에 배치한 행위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아마존 바이박스의 경우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한 뒤 해당 상품에 대한 상세페이지 단계에서의 문제이므로 상품 검색 결과를 문제삼은 사안이 아니고, FTC의 경우 할인 금지 행위를 문제삼은 것이지 검색 결과 하단 배치 자체가 혐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쿠팡은 타 업체에서도 PB상품을 상단 노출하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어 업계 관행에 해당하므로 제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모니터링을 통해 비슷한 경우가 발견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PB상품 전반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위계에 의한 부당한 판촉 행위에 대한 제재라는 입장이지만, 쿠팡 측은 실제 데이터로만 노출을 허용할 경우 기존에 많은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PB 상품이 타사 상품에 비해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해 사장될 것이란 입장이다.
쿠팡은 법 위반 기간동안 입점업체 매출 역시 증가했으므로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공정위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한 데 따라 PB상품과 입점업체 매출이 동반 성장한 것일뿐, 거래액 비중을 보면 자기상품 비중이 60%에서 70%로 증가한다고 짚었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PB상품이 상단에 노출된 것도 문제냐는 관점에 대해 쿠팡 역시 PB상품이 상대적으로 선호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어 인위적으로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PB상품은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가 뛰어나 소비자 선호가 분명하며, 일부 내부 문건을 악의적으로 발췌해 PB상품이 소비자 선호가 떨어지는 상품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원진을 동원한 리뷰 작성이 조직적으로 관리됐다는 데 대해서도 공정위는 구매후기 수와 평균 별점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쿠팡은 낮은 별점을 주고 단점을 기재했더라도 충실한 후기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높은 별점을 주더라도 내용이 충실하지 않으면 체험단에서 제외하는 등 충실한 리뷰를 작성케 하기 위한 관리였다고 해명했다.
쿠팡 측은 공정위 제재를 두고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모든 재고를 부담하는 쿠팡으로서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축소 중단해야할 상황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며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확정된다면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공정위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이용 후기 작성 및 높은 별점 부여라는 위계행위를 금지한 것"이라며 "로켓배송이나 일반 상품 추천행위를 금지하거나 규제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위계행위를 중지하더라도 로켓배송 필터를 적용하거나 광고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