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의과대학 정원이 현재의 3058명에서 5058명으로 증원할 경우 정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커트라인은 4.5점 하락할 전망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를 2025학년도 입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의대 전체 입학정원이 당장 내년에 1.7배 더 많아지는 상황이라 대입 서열의 최상위에 형성돼 있는 합격선(커트라인)이 일제히 하락하겠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커트라인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인재 선발전형은 모집인원이 2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를 노린 중·고교 단계에서의 지방 유학 현상도 예상된다.
7일 종로학원 추정에 따르면, 의과대학 정원이 현재의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늘어날 경우 정시 수능 커트라인은 4.5점 하락할 전망이다.
대학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정보포털 '대학어디가'에 공시한 지난해(2023학년도) 입시 결과를 분석해보면, 현재 커트라인은 수능 상대평가 과목인 국어·수학·탐구 원점수 300점 만점에 285.9점이다.
수능 문제 1개당 2~4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지금은 4~5문제 이상 틀리면 지방의대를 갈 수 없는데 내년부터는 1문제 정도 완화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수능은 어려울수록 높아지는 표준점수를 전형자료로 활용하므로 엄밀한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의대 가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내신 성적을 주로 따지는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에 지난해 합격선(70%컷)은 지방대 일반전형이 평균 1.19등급이었다. 서울권은 1.06등급으로 올라간다.
이는 고교 3년 내내 상대평가 과목 거의 모두 1등급을 놓치지 않아야 합격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수능 성적으로 수험생 서열을 매겨본다면, 종로학원은 증원 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3개교 합격권에 있는 수험생 상위 누적 78.5%까지 의대에 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는 45.4%로 절반 수준이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는 올해까지 정시 자연계 최상위 1250등 안에 들어야 지방의대 합격권에 들 수 있었지만 내년엔 2000등까지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서울권 의대는 정시 최상위 500등, 지방 사립의대는 1250등 수준이다. 치의·한의대(2500등), 약대(3500등), 서울대(900~4000등)가 뒤를 잇는다. 현재의 서울대 중위권까지 하락한다는 이야기다.
업체마다 예상 수치가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합격선이 하락할 것은 모든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김병진 이투스에듀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금의 의대 선호 현상을 대입해 단순하게 생각하면 1~2개 대학이 더 신설되는 것과 같은 효과"라며 "도미노와 같은 입시 현실을 고려하면 다른 대학의 합격선이 1~2개 대학 정도 하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대 선호 현상은 광풍이라 불린다. 모든 전공에 비해 선호도가 높다. 수능 1문제로 당락이 갈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 다른 대학의 합격선도 그만큼 연쇄적으로 하락하기 마련인 이유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도 "수도권 의대가 증원되면 수도권 치의예·한의예·약대 지원자들이 의대로 빠질 것"이라며 "그 자리를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상위권이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약학계열을 제외한 서울대의 이공계열 모집정원은 1775명이다. 의대 증원분(2000명)보다 적어 당초 해당 학과에 진학할 상위권 수험생들을 의대가 모두 잠식하는 효과가 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의대 정원을 지방대와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중점 배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방의대의 입학 인원 60% 이상을 충원한다는 목표다.
종로학원이 지난해 4월 각 대학이 공표한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지역인재 선발인원은 1068명에서 2018명까지 약 2배 늘어난다.
현재 지방의대 27개교의 지방인재 모집정원은 전체 52.8% 수준인데, 이를 60%로 늘린다고 가정했다. 여기에 증원되는 정원(2000명)은 현재 의대 입학정원에 비례해 배분한다고 보고, 다시 지방의대가 가져가는 정원 중 60%를 지역인재로 가정한 것이다.
물론 정부는 대학들의 수요를 받아본 뒤 그에 맞춰 의대 정원을 늘릴 계획인 만큼 오는 4월 중하순에 정해질 지역인재 선발 규모는 예측과 다를 수 있다.
의대 지역인재 전형은 합격선이 상대적으로 낮다.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 한 사립의대에 내신 4등급 수준의 수험생이 비교과 요소를 반영하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사례가 있었다.
이 소장은 "각 지방의대가 지역인재전형을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주로 선발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교에서 내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며 "경쟁에서 뒤쳐진 학생 중 자퇴 등 중도 이탈자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종합하면 올해 의대 입시 준비생 규모는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종로학원은 올해 수시에서 전국 의대 지원자 수가 9532명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입시에선 1만5851명으로 6319명 폭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수능 이과 접수자의 6.8% 수준이다.
수능 수학 미적분·기하 쏠림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해당 영역 대비에 유리한 대학 이공계열 재학생들의 자퇴·반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