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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 수첩】 총선 3개월 앞, 선거구는 아직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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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제22대 총선(4월 10일)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출마자는 물론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21대 국회는 아직 비례대표 선거구제 및 선거구획정 등 총선 룰을 정하지 못 한 채 ‘깜깜이’ 선거를 자초하고 있다. 역대 선거구 획정 일정을 살펴보면 선거구 획정 기간 규정을 지킨 사례가 별로 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현역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정보력에서 뒤쳐지는 원외 경쟁자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 최다 의석을 가진 경기·인천지역 입후자들과 유권자들의 분노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작년 12월 5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공개한 선거구 변동 내용을 보면 경기도 지자체 중 평택시는 갑·을 2개 선거구에서 병선거구가 신설돼 3개 선거구가 되고, 하남시는 1개에서 2개 선거구로, 화성시는 갑·을·병 3개 선거구에서 정 선거구가 1개 더 늘어난다. 인천시에서는 서구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난다. 반면 부천시와 안산시는 기존 4개 선거구에서 각 1개씩 줄어들게 설계돼 있다. 동두천시‧연천군‧양주시‧포천시‧가평군은 지역구 경계조정에 들어가 연천군민들은 현재 동두천시와 묶여 있지만, 획정안대로라면 포천시·가평군과 묶이게 된다. 양주의 경우 갑과 을로 쪼개지는데 주민들은 자신의 선거구가 어디인지 아직 모른다. 경계선인지 공개되지 않아서다. 수원병·무, 광명갑·을, 고양갑·을·병, 시흥갑·을, 용인을·병·정, 파주갑·을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가 인구수 변화 등의 사유로 ‘경계조정’을 한다고만 공개했을 뿐 도대체 어느 동이 어느 지역구에 붙는지 알 길이 없다. 다른 지역도 혼란은 마찬가지다.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은 이미 시작됐다. 입후보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받고 있고, 공직자 중 입후보할 사람은 오는 11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이날 이후로 의정보고활동을 할 수 없다. 출마자들은 갈 길은 멀고 한시가 급한데 답답하기만 하다. 획정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최종 의결돼야 확정되지만, 획정안에 서로 이해가 갈려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구상한선(27만3200명)을 넘어서 선거구 분구(分區)가 예정된 지역구나 인구가 하한선(13만6600명)을 밑돌아 선거구 통합 또는 구역조정을 앞둔 지역구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선거구 획정 기한을 현행 ‘선거일 전 1년’에서 ‘선거일 전 6개월’로 현실화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올해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 작업이 늦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은 여야가 논의해볼만 하다. 지역 선거구 획정 기간 규정을 선거일 전 6개월로 줄여도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규정은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획정 기한을 넘겨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차라리 획정 기간 규정을 반으로 줄이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이 어찌 보면 현실적이다. 선거제도 확정과 관련해 기한 규정을 두는 것도 일리가 있다. 선거구 획정 기한보다 앞서 확정하도록 하는 게 합당하다. 선거구가 획정된 단계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다소 한가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법 규정이 있든 없든 여야 정치권이 외면하고 나오면 달리 강제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 기한을 6개월 전으로 한다고 그 기한을 지킬지도 의문이다. 당리당략이 첨예하게 부딪치다 보면 법규정이 안중에 있을 리 만무하고 뒷전으로 밀려날 게 자명하다.


여야는 미뤄지는 선거제도 개편과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않다. 물밑 협상채널을 가동해 왔지만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만 합의했을 뿐 나머지는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1차 책임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 책임도 적지 않다. 입장차를 더 적극적으로 조율하고 양당을 독려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리더십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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