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이 1일로 6개월을 맞았다. 지난 6월 1일 특별법 시행 이후 6개월 간 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총 9,109명이다. 이 가운데 2030세대가 71%에 달한다. 매달 두 차례 가량 열리는 회의를 고려할 때 올 연말까지 총 피해자는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원 내용 가운데 핵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과 매입임대 전환은 아직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금융·주거지원과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한을 부여하고, 낙찰 자금을 저리 대출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주택 매수를 원치 않는 경우, 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사들인 뒤 피해자에게 임대하도록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피해 인정과 경매 절차에 시간이 걸려, LH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주택을 매입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는 상태다. 현재 권리 분석 등을 거쳐 ‘매입 가능’ 통보를 한 주택 17건 중 6건에 대한 피해자의 매입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LH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사들이겠다며 올해 LH·지방공사 매입 예정 물량 3만5천호 중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최우선으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올해 LH의 피해주택 매입 및 임대주택 전환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피해 지원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향후 피해 주택 경·공매가 본격화하면 우선매수권 행사와 피해자의 공공임대주택 입주 실적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전문가들은 피해주택 매입대상을 확대해 지원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는 ‘전세사기 피해가구 실태조사 및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LH의 피해주택 매입은 특별법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아직 실적이 많지 않아 정책 체감도가 낮다”고 지적하고 “공공에서 최대한 매입 대상을 확대해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전세사기는 ‘사인 간 계약’이라며 관련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 책임론에 선을 그어왔다. 반면, 피해자들은 국가의 부실했던 행정 시스템이 만들어 낸 신종 사기로, 정부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순위보증금 내용에 대해 임차인 열람이 제한돼 있고, 등기등록에 시차가 발생하는 등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지적한다. 또 비거주 형태의 건축물에 전입이 가능한 형태, 신축 건물의 건축물 대비 근저당 비율 계산 방법이 없는 점 또한 전세사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임차인이 건물 위험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확인할 수 없다 말한다.
정부의 입장이 맞다 하더라도 얼마 전 수원지역에서 발생한 700억대 전세사기 사건처럼 전세사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혹여 행정 시스템에 구멍이 없는지 꼼꼼히 다시 점검하고 점검할 일이다. 또 전문가들이 조언했듯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대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전세자금은 서민들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사인 간’ 계약이라는 기준만 고집할게 아니라 평생 모은 자산을 사기당한 서민의 막막한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