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무위원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가 9일 시작된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2월9일 사건 접수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날 변론에는 피청구인 이 장관과 대리인, 청구인 국회 측 대리인과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탄핵심판은 피청구인 당사자의 출석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당초 이 장관이 직접 재판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법 제52조 제1항은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면 다시 기일을 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에서는 '다시 정한 기일에도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하면 그의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 공백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이 장관은 첫 변론기일부터 직접 참석해 재판에 속도를 가져오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번 탄핵 사건의 쟁점을 크게 세 가지로 분리했다.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이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이 참사 이전에 사고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예방·대비해야 했고 재난안전통신망을 강화·활용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사 직전 계속된 112, 119 신고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가재난관리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앞선 준비기일에서 이 장관 측은 장관에게 책임을 모두 지라는 것은 정치적인 주문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 장관 측 대리인은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다중밀집 자체를 재난의 사전단계로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느냐"며 "사후 확증편향적 관점"이라고 말했다.
국회 측이 제시한 탄핵 사유와 직무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개인의 직무집행과 관련된 내용이 아닌 행안부나 국가 전체의 재난 대응에 해당하는 부분이 구분돼 있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이날 재판부는 준비기일에서 논의된 증인 채택과 현장 검증에 대한 결과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국회 측은 참사 당일에도 충분한 재난 발생을 예측할 수 있었다며 참사 생존자와 참사 유족을 포함해 증인 8명을 불러 신문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 장관 측은 "생존자와 유가족은 수습 대응 단계에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에 대해 답답했다는 진술에 그칠 것"이라며 "최종 책임자 위치의 지휘 관련 진술로서 유효한 것인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장 검증에 대해선 "이미 사고가 난 이태원 골목에 대한 폭과 경사에 대한 설명이 다 돼 있다. 사고가 절대 날 수 없는 곳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장관이 전국의 모든 길을 다 알고 지시를 내리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현장검증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좁은 골목에서 대규모 참사가 날 때까지 현장 인력과 이태원 파출소, 소방서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중대본 등이 긴급구조나 재난 대응을 제대로 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3월과 4월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이 각각 취임하면서 새로운 9인 체제를 갖췄다.
지난 변론준비기일은 수명(受命)재판관으로 지정된 이종석·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주관했지만 이날부터는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