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30주년을 맞은 박종혁대표(사진 左)와 부친 박영덕 화랑 대표. 갤러리 BHAK은 30년전 박영덕화랑이 개관전에서 선보인 '윤형근' 작품으로 30주년 첫전시를 열었다. 사진 오른쪽은 윤형근의 3.6m 대작 ‘Burnt Umber 94-66’<br>
<사진=갤러리BHAK>](http://www.sisa-news.com/data/photos/20230309/art_167784705024_caba50.png)
[시사뉴스 이화순 칼럼니스트] 갤러리 BHAK은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아 <윤형근>전을 마련했다.
왜 윤형근을 다시 소환했을까.
바로 30년 전 갤러리 BHAK(대표 박종혁)의 모태인 ‘박영덕화랑’의 첫 개관 전시때 메인 작품이 ‘윤형근’ 작가 그림이었다. 1993년 3월 청담동에 갤러리를 오픈했을 때 ‘윤형근’ 작가의 대작 ‘Bunt Umber’(1994)이 메인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윤형근으로 초심으로 만난 격이다.
“참 30년이 빨리 간다”는 박영덕 대표는 “청담동에 갤러리를 오픈한 초기에는 찾는 관람객도 없었지만 차 한잔을 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했던 때였다”고 회고한다.
아들(박종혁 대표)에게 소위 가업 승계한 것은 2020년 12월. 갤러리명도 BHAK로 바꾸었다.
“아들에게 맡긴 이상 괜한 간섭하기 싫어서 화랑에 잘 가지 않는다”는 박영덕 대표. 아버지의 믿음을 아는 BHAK 박종혁 대표는 ‘초심을 되새기듯 갤러리의 본질을 찾고 미래의 새 도약을 위해’ 윤형근을 선택했다.
갤러리 BHAK은 이번 전시에서 3.6m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윤형근 대작 ‘Burnt Umber 94-66’을 선보인다. 번짐이 절제된 90년대 흑색 기둥은 윤화백의 예술세계를 더욱 실감 나게 보여준다.
화가 윤형근(1928-2007)은 ‘한국 단색화의 거목(巨木)’이라 불린다. ‘한국 근현대사의 증인’으로 불릴 정도로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유신체제 등 굵직한 한국 정치·사회 변혁기를 몸소 겪고 거기서 파생된 치열한 고민을 작품에 녹여냈다. 청색(Ultramarin)과 다색(Umber) 안료를 섞어 만든 오묘한 색으로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는 그는 한국적인 정신과 색을 그려냈다는 평을 듣는다.
![윤형근, Burnt Umber&Ultramarine Blue, 1997](http://www.sisa-news.com/data/photos/20230309/art_167784609066_0bf7a6.jpg)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의 RM이 ‘팬’임을 자처하면서 2030 사이에서 윤형근은 꽤 유명한 화가가 되기도 했다. 유명 컬렉터이자 미술애호가인 RM은 지난 12월초 발매한 첫 솔로앨범 ‘인디고(Indigo)’에서도 윤 화백의 육성을 드러내고,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 예술가들이 나를 지거보고 있는 거 같아요"라고 말할 정도.
갤러리 BHAK은 이번 전시에서 윤형근의 70-80년대 작품을 포함하여 90년대의 말년으로 향하는 작품들을 통해 '비극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예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전시명 <흙갈피 Umbermark> 역시 갤러리 BHAK이 걸어온 역사와 윤형근 화백의 예술적, 정신적 기조를 함께 담고 있다. 흙갈피는 땅의 지표면을 덮고 있는 '흙'과 책의 낱장 사이에 끼우는 물건인 책갈피의 갈피'를 조합한 제목이다.
마포 천 바탕에 다색(Umber)과 청색(Ultramarine-Blue)을 머금은 붓이 지나간 흔적은 윤형근만의 고유한 화풍이다. 땅은 윤화백에게 물리적, 정신적, 예술적 대상으로서 다중적인 장소였다. 먼저는 화가 자신이 딛고 서 있는 현재의 땅과 예기치 못한 죽음. 두 번째는, 종국에 모든 만물이 회귀하는 땅이자 미래의 죽음을, 마지막으로는 예술적 영감의 대상으로서 현실의 자연과 자연을 닮은 자신의 그림을 의미한다.
작품 속 흙, 청, 마포 천과 같은 요소는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윤화백이 체화한 예술과 삶을 보여준다.
BHAK 박종혁 대표는 “작품 그 자체가 주는 경험에 집중하면서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경험도 함께 제공하는 갤러리를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며 포부를 밝혔다.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는 예술 컬렉팅과 감각 확장의 시작점으로, BHAK의 시그니처 향 Sol을 출시한다. 전시는 3월 2일부터 4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