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외환위기를 겪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정부는 걱정말라
미국의 금리인상과 원 달러 환율의 틈새에서 위기의 터널을 지나가는 한국 경제는 제2의 외환위기를 겪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40원을 돌파하면서 1,500원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국 통화 절하도 지속되는 등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모양새다.
미국이 지난 잭슨홀 미팅에서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파월의장의 강경기조에 이은 9월 FOMC에서 다시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금리 0.75% 인상)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나 홀로 금리인상이 왜 우리나라의 금리를 인상시키고 환율을 폭등시키는지 금융시장 모형론을 참고하여 그 과정을 살펴보자.
미연준이 정책성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채권시장의 국채 3년, 10년의 시장금리를 인상시킨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국과의 금리 역전현상이 일어나면 한국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한국채권을 팔게 되고 한국채권 값이 떨어지니까 미국 투자자들이 원화를 인출하여 미국의 채권시장으로 가게 된다. 즉 원화를 달러로 바꾼 후(달러매입 수요가 많으니까 달러강세) 달러를 인출하여 미국시장으로 가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원화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원화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환율상승을 의미하고 결국 환율방어를 위해 한국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후 미국 채권가격이 계속 인상하게 되면 미국은 금리인하정책을 검토하고 그것이 시행되면 시장균형(equilibrium)이 이루어지면서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경제학적으로 정상상태, 완전경쟁 상태(stationary status)에서의 금융시장 모형론으로, 가격결정이 시장의 자율기능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형론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금융시장 모형론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가 있어 정부의 개입이 이루어진다.
한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환율방어정책을 쓰기보다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함으로써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조치는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문제가 없고 금융권 대응여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제2의 외환위기 등 금융시장 우려에 대해 너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채권시장에 외국인들이 순투자 유입을 보이고 있는 추세를 볼 때 우려하는 것처럼 단기간에 외화 유출은 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라든가 금감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외화 유동성에 대한 이슈들, 우리 경제팀의 대응 역량이라든가 대응 자세들로 미뤄볼 때 국민들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원 달러 환율 심리적 지지선 무너진 상황,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원 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 정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시장 불안 리스크를 외생(External)리스크라고 한다. 이번 리스크는 우리의 잘잘못과는 관계없는 대외위기 파고가 우리 경제를 엄습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대외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금리인상과 환율인상의 이중고의 딜레마에 대한 고민이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하다.
금융당국은 국민들의 불안심리 확산에 이은 시장 악화의 악순환을 끊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단기적인 안정화 조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적극적인 환율방어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전국민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위기를 극복한 쓰라린 경험을 다시 한 번 겪지 않도록 정부, 기업, 가계가 지혜를 모아 일치된 힘을 보일 때이다.
최재순(에이스금융연구소 소장, 보험계리사 , 금융 IT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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