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교사 노트북을 해킹해 시험지 답안을 빼돌린 광주 대동고등학교 2학년 학생 2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12일 광주 서부경찰서는 대동고 2022학년도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사건과 관련해 부정시험을 치른 혐의(업무방해·공동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로 학생 A군(17)과 B군(17)을 불구속 송치했다.
A·B군은 올해 3월 중순부터 4월 말, 6월 중순부터 7월 초 사이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난 밤 학교 본관 2·4층 교무실 등지에 13~14차례 침입해 출제교사 노트북 10여 대에서 중간·기말고사 답안을 빼돌려 성적 평가를 방해한 혐의다.
이들은 정당한 접근 권한과 자격 없이 원격 조정 프로그램(페이로드)을 이용해 해킹한 뒤 통신망에 무단 접근, 정보를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교무실 안팎 보안 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틈을 타 창문을 이용해 교무실에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첫 침입 당시 교사 노트북에 대해 원격 해킹을 시도했지만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자, 다시 학교에 침입해 교사들의 노트북 화면을 수분 간격으로 갈무리(캡처)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후 3~4일이 지나 다시 학교에 침입, 여러 화면 중 문항 정보표(정답·배점)가 담긴 이미지만 골라내거나 하드디스크 내에 저장된 시험지 원본 등을 휴대용 저장장치(USB)에 담아가는 방식으로 시험 정보를 빼돌렸다.
경찰은 이들인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20과목 중 16과목의 시험지 답안을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빼돌린 시험지·답안은 중간 7과목(수학1·수학2·독서·생명과학·한문·일본어·화학), 기말 9과목(지구과학·한국사·수학1·수학2·독서·한문·생명과학·일본어·화학)이다.
이렇게 유출한 문답지를 통해 기말고사에서 두 학생은 각각 2과목씩 만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답지를 숙지한 A군은 시험 과정에서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나, B군은 커닝페이퍼를 만들어와 시험을 마친 뒤 잘게 찢어 버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동급생들이 찢어진 종이를 맞춰보면서 정답이 유출됐다는 의심을 샀다.
학교 측의 수사의뢰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A군 등은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통해 이들이 다른 학년의 시험 과목 답안을 빼돌린 정황이나 추가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 대동고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시험지가 유출돼 관련자들이 실형을 살았다.
당시 3학년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문제를 행정실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인 재학생 어머니가 빼돌려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을, 2심에서는 감형돼 각각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