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로 내겠다는 印尼, 팜유 후보로 거론
印尼 미납한 분담금 11월 현재 8000억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KF-21 전투기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특산물인 팜유로 개발 분담금을 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분담금을 1000억원 정도 깎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5일 인도네시아가 KF-21 개발 분담금의 약 30%를 현금 대신 현물로 납부하는 데 대해 "인도네시아는 천연자원이 많다. 군수품부터 일반 물자까지 다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 세부적으로 추후 협의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팜유를 많이 생산한다. 세계적으로 많이 나가는데 팜유를 받아서 우리 국내에 팔지 않고 바로 국내 상사를 통해 해외에 파는 방법도 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고려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손해 보는 협상은 절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팜유는 2000년대 초 이래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물성 기름이다.
팜유란 팜 나무(기름야자)의 열매를 가압하며 찐 후 압착해 추출하는 기름이다. 팜유는 과거 윤활유나 양초, 비누 제조 원료 등 공업용으로 널리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식품용으로 쓰인다. 과자나 라면 제조 시 사용하는 튀김용 유지로 많이 쓰인다. 마가린이나 쇼트닝 제조 시 가공용 유지로도 사용한다.
팜유는 불포화지방산이 주성분인 다른 식물성 기름과는 달리 포화지방산이 많아 건강에는 해로울 수 있다.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각종 심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팜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인권·동물권·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임금 동남아시아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돼왔다. 또 열대우림을 불태우거나 삼림을 벌채해 팜 나무 재배 농지를 얻는 과정에서 대기오염·기후위기·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야생동식물 멸종위기 가속화 등 문제가 초래된다. 팜유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동물은 멸종 위기인 오랑우탄이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가 내야할 개발 분담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에서 방산물자 지정 절차가 진행됨 따라 체계개발 사업비가 8조6000억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변경됐으며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분담금도 약 1조7000억원에서 약 1조6000억원으로 1000억원 감소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산물자로 지정되기 전에는 부가가치세를 업체가 내야한다. 방산물자로 지정되면 부가세가 영세율이 된다"며 1000억원 감소 배경을 설명했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제때 낼지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미납 분담금이 11월 현재 8000억원 정도 되는데 인도네시아 경제가 어려워서 협상한 것 아니겠냐"며 "인도네시아도 코로나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8000억원 미납 분담금을 한 번에 주진 않을 것이다. 2026년까지 나눠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항상 연말이 되면 (정부 예산) 사용 잔액이 남는다. 그런 것들도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재무부 간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또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는 "계약서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페널티를 요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대화로서 최선의 방안을 찾는다고 (계약서에) 돼있다. 양국 공동개발이므로 계약 해지 보다는 계약서 내에서 양국이 최대한 해결 방법을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KF-21/IF-X 공동개발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2015년부터 2028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인도네시아 20%)해 4.5세대급 전투기를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다.
그간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중 2272억원만 냈다. 2017년부터는 자국 내 경제 사정을 이유로 분담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에는 기술진도 귀국시켰다. 그러다 지난 4월 KF-21 시제 1호기가 공개되자 인도네시아는 사업에 관심을 보이며 자국 기술진을 복귀시켰다. 지난 11일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 간 사업에 관한 최종 합의가 도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