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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4) - 남양주 운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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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남양주의 운길산이다.

 

요즘 황석영 작가의 <수인>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의 대표작이 <장길산>이란다. 장길산은 조선 중기의 이름난 도둑으로 조선 시대 홍길동, 임꺽정과 함께 3대 도둑으로 유명한 실존 인물이나 검거되지 않은 전설적 인물이란다.


<수인>은 자전적 이야기라 1980~1990년대의 시대상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황석영 작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장길산과 운(韻)이 비슷한 ‘운길산’이 가고 싶었다. 


운길산은 구름도 머물다 간다 하여 붙였다는데,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되는 양수리 북서쪽에 위치한 높이 610m의 산으로 운길산 역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산세도 부드럽고 등산로가 순탄해 가족 산행이나 가벼운 주말 산행지로 적합하단다.

 


내가 사는 곳은 고양시라 서울을 지나 동쪽으로 전철을 타고 한참을 가야 하므로 산행을 위해 새벽에 길을 나섰다. 새벽의 전철역에는 일찍 인데도 언제나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스크린 도어에 비친, 첫차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새벽의 감상이랄까 아직은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는 청년의 모습이 남아있는 듯한 근거 없는 대견함에 자신에게 위로도 해본다. 아직 나에게도 세상에 대한 치기 어린 열정 같은 것이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의 운길산 역은 전원주택과 교외의 식당이 어우러져 있는 듯한 한적한 풍경이다. 운길산 역을 돌아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통과하며 살짝살짝 보이는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마을을 지나면서는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길에 수종사 가는 길이라는 표시가 계속 나온다.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하면서 오르는 산길은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그대로 썩고 있고 길에도 부러진 나뭇가지가 걸쳐 있기도 하여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인가 하였더니 산길 가 나무 밑에 진중 2리 산 제사 상석이라는 상석도 있어 마을에서 제사도 드리며 나름 관리되고 있는 산으로 느꼈다. 

 


길을 잘못 들어 오른 길은 시멘트 차 길이다. 혼자 가는 산행에서는 흔히 있는 일, 조금을 따라 오르니 곧 주차장이 나오고 ‘운길산수종사’라 쓴 일주문이 나온다. 허! 자동차로 주차장까지 오면 등산은 얼마 안 해도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수종사는 다산 정약용이 즐겨 찾던 절로서, 다산은 수종사가 신라 때 지은 오래된 사찰이라 전하지만 근거자료가 없고, 전하는 설화에 의하면 고려 태조 왕건이 산 위에 솟아나는 구름을 보고 찾아왔더니 우물에 동종이 있어 수종사라 하였다고도 하고, 조선의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올 때 두물머리에서 유숙하며 종소리를 듣고 찾아보니 18 나한을 모신 바위굴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리고 있어 수종사라 불렀다 한다.


일주문 건너의 보살상에 합장하고 산길을 오르니 자그마한 불이문이 나오고 불이문 옆 약수가에는 조그만 다람쥐 조각상도 있어 아담함이 정겹다. 조금을 더 오르니 계단 위의 해탈문이 나오고 해탈문을 들어서니 아담한 수종사 경내가 나온다. 그리 크지 않은 경내에서는 양수리의 두물머리 전경이 펼쳐져 보이는데 당시 세조의 신하였던 서거정은 동방에서 제일 좋은 전망의 사찰이라 평가하며 예찬하는 시를 지었다 할 정도이다.


나도 처음 와본 아담한 수종사에 마음을 빼앗겨 수종사가 좋아졌다. 수종사에 앉아 있으면 다산과 한음 이덕형의 목소리가 들릴 듯한, 저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을 가진 조선을 걱정하는 역사 속 인물과 함께 차 한잔 마시며 세월을 잊고 담소하고 싶어졌다.


한참을 역사 속을 거닐다 산행을 위해 다시 등산로로 접어든다. 여기서는 정상까지 800m. 가파른 산길을 계속 오르다 보니 쉼터가 나오고 한숨을 돌린다. 쉼터에는 쉬면서 읽어보란 듯 ‘알아보면 재미있는 토막 산림 상식’이란 안내판도 있다. 쉼터의 산림 상식도 읽어보며 다음에는 용문산과 용문사 은행나무도 만나봐야 할 것 같다.

 


드디어 정상. 정상은 넓은 데크로 광장을 만들어 놓아 사방의 전망이 탁 트인 게 좋았다. 한옆에는 정상 석과 안내판도 있어 사진 찍기도 좋았다. 이곳에서도 두물머리 정경이 압권이다. 그러나 수종사에서의 두물머리 전경은 산사 안이라서 그런지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바라봤다면 이곳은 좀 더 넓은 전경으로 청평의 예봉산이 우뚝 서 있는 전망이 아름답다.


이곳 운길산에서 적갑산을 거쳐 예봉산까지의 종주 산행은 5~6시간이 걸린다는데 오늘은 오후의 비 예보로 예봉산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두물머리를 바라보며 저 아래 세상사를 들여다본다.


도덕 경제학의 ‘세뮤얼 보울스’에 따르면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사람, 맹목적으로 이타적인 사람, 그리고 보응적인 사람이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이타적인 사람은 거의 드물고, 이기적인 사람은 5분의 1에서 3분의 1을 넘지 않는다.  압도적인 다수는 대체로 양심적이며 때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부당한 행위자를 기꺼이 응징한다. 

 

이런 사람이 보응적 사람이며 “사회 전체가 같이 지켜야 할 가치”를 추구한단다. 내가 학창시절 배운 경제인은 이성적인 존재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제의 똑같은 인간이었는데 요즘 경제학은 인간을 좀 더 분석하여 현대의 경제학을 발전시키고 있음을 느낀다. 


다양해진 인간과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있는 속세는 언제나 갈등의 연속이다. 갈등 속에 신음하다가 이렇게 산 정상에 서면 어느새 신음하던 나는 사라지고 저 흐르는 두물머리 강물처럼 무심한 마음만 따라 흐른다.

 

 

평화로운 전경이 주는 무심함. 어린 왕자에 나오는 글귀에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데 나는 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금강경에 나오는 경구 하나 떠올리고 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하산 길은 간단하다. 능선을 따라 난 하산 길을, 전철 지나가는 소리를 가끔 들으며 계속 내려오면 다시 한가로운 전원 마을이 나오고 마을의 밤나무 밑에는 붉은 밤톨 들이 서너 개 떨어져 있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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