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12 (목)

  • 맑음동두천 -2.3℃
  • 흐림강릉 5.2℃
  • 박무서울 1.4℃
  • 박무대전 0.7℃
  • 연무대구 1.9℃
  • 박무울산 3.1℃
  • 박무광주 3.2℃
  • 맑음부산 5.9℃
  • 맑음고창 -0.8℃
  • 맑음제주 5.2℃
  • 맑음강화 -1.6℃
  • 맑음보은 -2.0℃
  • 맑음금산 -0.9℃
  • 맑음강진군 0.2℃
  • 맑음경주시 -0.8℃
  • 맑음거제 1.8℃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4) - 남양주 운길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남양주의 운길산이다.

 

요즘 황석영 작가의 <수인>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의 대표작이 <장길산>이란다. 장길산은 조선 중기의 이름난 도둑으로 조선 시대 홍길동, 임꺽정과 함께 3대 도둑으로 유명한 실존 인물이나 검거되지 않은 전설적 인물이란다.


<수인>은 자전적 이야기라 1980~1990년대의 시대상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황석영 작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장길산과 운(韻)이 비슷한 ‘운길산’이 가고 싶었다. 


운길산은 구름도 머물다 간다 하여 붙였다는데,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되는 양수리 북서쪽에 위치한 높이 610m의 산으로 운길산 역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산세도 부드럽고 등산로가 순탄해 가족 산행이나 가벼운 주말 산행지로 적합하단다.

 


내가 사는 곳은 고양시라 서울을 지나 동쪽으로 전철을 타고 한참을 가야 하므로 산행을 위해 새벽에 길을 나섰다. 새벽의 전철역에는 일찍 인데도 언제나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스크린 도어에 비친, 첫차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새벽의 감상이랄까 아직은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는 청년의 모습이 남아있는 듯한 근거 없는 대견함에 자신에게 위로도 해본다. 아직 나에게도 세상에 대한 치기 어린 열정 같은 것이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의 운길산 역은 전원주택과 교외의 식당이 어우러져 있는 듯한 한적한 풍경이다. 운길산 역을 돌아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통과하며 살짝살짝 보이는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마을을 지나면서는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길에 수종사 가는 길이라는 표시가 계속 나온다.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하면서 오르는 산길은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그대로 썩고 있고 길에도 부러진 나뭇가지가 걸쳐 있기도 하여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인가 하였더니 산길 가 나무 밑에 진중 2리 산 제사 상석이라는 상석도 있어 마을에서 제사도 드리며 나름 관리되고 있는 산으로 느꼈다. 

 


길을 잘못 들어 오른 길은 시멘트 차 길이다. 혼자 가는 산행에서는 흔히 있는 일, 조금을 따라 오르니 곧 주차장이 나오고 ‘운길산수종사’라 쓴 일주문이 나온다. 허! 자동차로 주차장까지 오면 등산은 얼마 안 해도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수종사는 다산 정약용이 즐겨 찾던 절로서, 다산은 수종사가 신라 때 지은 오래된 사찰이라 전하지만 근거자료가 없고, 전하는 설화에 의하면 고려 태조 왕건이 산 위에 솟아나는 구름을 보고 찾아왔더니 우물에 동종이 있어 수종사라 하였다고도 하고, 조선의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올 때 두물머리에서 유숙하며 종소리를 듣고 찾아보니 18 나한을 모신 바위굴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리고 있어 수종사라 불렀다 한다.


일주문 건너의 보살상에 합장하고 산길을 오르니 자그마한 불이문이 나오고 불이문 옆 약수가에는 조그만 다람쥐 조각상도 있어 아담함이 정겹다. 조금을 더 오르니 계단 위의 해탈문이 나오고 해탈문을 들어서니 아담한 수종사 경내가 나온다. 그리 크지 않은 경내에서는 양수리의 두물머리 전경이 펼쳐져 보이는데 당시 세조의 신하였던 서거정은 동방에서 제일 좋은 전망의 사찰이라 평가하며 예찬하는 시를 지었다 할 정도이다.


나도 처음 와본 아담한 수종사에 마음을 빼앗겨 수종사가 좋아졌다. 수종사에 앉아 있으면 다산과 한음 이덕형의 목소리가 들릴 듯한, 저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을 가진 조선을 걱정하는 역사 속 인물과 함께 차 한잔 마시며 세월을 잊고 담소하고 싶어졌다.


한참을 역사 속을 거닐다 산행을 위해 다시 등산로로 접어든다. 여기서는 정상까지 800m. 가파른 산길을 계속 오르다 보니 쉼터가 나오고 한숨을 돌린다. 쉼터에는 쉬면서 읽어보란 듯 ‘알아보면 재미있는 토막 산림 상식’이란 안내판도 있다. 쉼터의 산림 상식도 읽어보며 다음에는 용문산과 용문사 은행나무도 만나봐야 할 것 같다.

 


드디어 정상. 정상은 넓은 데크로 광장을 만들어 놓아 사방의 전망이 탁 트인 게 좋았다. 한옆에는 정상 석과 안내판도 있어 사진 찍기도 좋았다. 이곳에서도 두물머리 정경이 압권이다. 그러나 수종사에서의 두물머리 전경은 산사 안이라서 그런지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바라봤다면 이곳은 좀 더 넓은 전경으로 청평의 예봉산이 우뚝 서 있는 전망이 아름답다.


이곳 운길산에서 적갑산을 거쳐 예봉산까지의 종주 산행은 5~6시간이 걸린다는데 오늘은 오후의 비 예보로 예봉산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두물머리를 바라보며 저 아래 세상사를 들여다본다.


도덕 경제학의 ‘세뮤얼 보울스’에 따르면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사람, 맹목적으로 이타적인 사람, 그리고 보응적인 사람이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이타적인 사람은 거의 드물고, 이기적인 사람은 5분의 1에서 3분의 1을 넘지 않는다.  압도적인 다수는 대체로 양심적이며 때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부당한 행위자를 기꺼이 응징한다. 

 

이런 사람이 보응적 사람이며 “사회 전체가 같이 지켜야 할 가치”를 추구한단다. 내가 학창시절 배운 경제인은 이성적인 존재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제의 똑같은 인간이었는데 요즘 경제학은 인간을 좀 더 분석하여 현대의 경제학을 발전시키고 있음을 느낀다. 


다양해진 인간과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있는 속세는 언제나 갈등의 연속이다. 갈등 속에 신음하다가 이렇게 산 정상에 서면 어느새 신음하던 나는 사라지고 저 흐르는 두물머리 강물처럼 무심한 마음만 따라 흐른다.

 

 

평화로운 전경이 주는 무심함. 어린 왕자에 나오는 글귀에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데 나는 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금강경에 나오는 경구 하나 떠올리고 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하산 길은 간단하다. 능선을 따라 난 하산 길을, 전철 지나가는 소리를 가끔 들으며 계속 내려오면 다시 한가로운 전원 마을이 나오고 마을의 밤나무 밑에는 붉은 밤톨 들이 서너 개 떨어져 있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제약업계, 정부 '약가 인하 정책' 반대 전면 재검토 촉구...민관 공동연구 제안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정부의 약가인하정책 강행에 반대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약바이오업계가 “정부의 약가 인하 추진에 더해 최근 발발한 중동사태로 산업계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약업계 서명운동에 착수하고, 정부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비대위는 “지난해 11월말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제네락 인하) 발표 이후 산업계, 학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의 문제 제기에도 지금까지 합리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급격한 약가 인하에 제약산업은 무너진다”고 밝혔다. 이어 “약가인하 영향 분석·유통질서 확립·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등 3대 사항의 즉각적인 공동연구 착수를 정부에 제안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약가제도 개선안 논의를 진행한다. 여기에서 이견이 없을 경우 이달 말 열리는 건정심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 제도 시행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환자 부담 경감을 위해 복제약 가격을

정치

더보기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모두 불법 비상계엄 당시 헬기 착륙 국회 운동장서 석고대죄하자”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가운데 조경태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모두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헬기가 착륙한 국회 운동장에서 석고대죄할 것 등을 촉구했다. 조경태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절연과 사과는 결국 국민들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당 지도부의 결의가 진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음 ‘다섯 가지 후속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이 12·3 비상계엄 당시 헬기가 착륙했던 국회 운동장에 모여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12월 3일 계엄군 헬기가 내렸던 그곳에서, 민주주의의 심장인 국회가 짓밟히는 것을 막지 못한 안일함을 철저히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참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복당시켜 달라”며 “비상계엄의 위헌성과 불법성을 당내에서 가장 먼저 지적했던 한동훈 전 대표를 징계한 채로 내버려둔다면 우리 당 스스로가 여전히 ‘비상계엄 옹호 정당’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검찰, 강북 약물 2명 연쇄살인 20세 여성 김소영 구속기소...“경제적 만족 위해 남성 이용”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검찰이 강북 약물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20세, 여성)을 구속기소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부장검사: 김가람)는 10일 김소영을 살인, 특수상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행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제258조(중상해, 존속중상해)제1항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제258조의2(특수상해)제2항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58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ㆍ소유ㆍ사용ㆍ관리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소영은 지난해 12월 중순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카페에서 정신과에서 처방받아 복용하던 향정신성의약품인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을 섞어 만든 음료수를 피해자 A로 하여금 마시게 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하고 피하자에게 독성뇌변증의 상해

문화

더보기
근현대문화유산 제도 종합 안내서 발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관리·활용 관련 제도와 행정절차에 대한 국민과 현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근현대문화유산 길라잡이」(이하 ‘길라잡이’)를 발간하였다. 길라잡이는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신고 및 허가사항 등의 행정 절차,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시 혜택, 명칭 부여 기준, 활용사례, 자주 묻는 질문(FAQ) 등 정책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내용을 총 6장(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개요, 등록문화유산, 근현대문화유산지구, 예비문화유산, 근현대문화유산 활용사례, 참고자료)으로 구성하였다. 이번에 발간한 길라잡이는 지난 2011년 6월 등록문화유산 제도의 인식 확대를 위해 「등록문화재 길라잡이」를 발간한 이후 새로운 제도와 법령을 보완하여 15년 만에 개정 발간한 것이다. 특히, 2023년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새롭게 도입된 제도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여 일반 국민들과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혼선을 최소화하고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새롭게 도입된 제도에는 국가등록문화유산(동산 제외) 중 특별히 그 가치를 보존하여야 하는 ‘필수보존요소’와 등록문화유산을 둘러싼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