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4 (화)

  • 흐림동두천 12.1℃
  • 흐림강릉 11.5℃
  • 구름많음서울 13.0℃
  • 구름많음대전 14.6℃
  • 흐림대구 14.0℃
  • 흐림울산 10.5℃
  • 흐림광주 15.7℃
  • 흐림부산 11.8℃
  • 흐림고창 11.0℃
  • 흐림제주 14.7℃
  • 구름많음강화 8.9℃
  • 구름많음보은 14.0℃
  • 구름많음금산 14.3℃
  • 흐림강진군 13.1℃
  • 구름많음경주시 11.2℃
  • 흐림거제 12.1℃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2) - 고령산 수리봉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고령산 수리봉(520m)이다.

고령산은 보광사로 해서 오르는 앵무봉(622m)만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집사람이 동네 친구들과 다녀온 꾀꼬리봉을 이야기하며 한적하고 참 좋더라고 하여 찾아보니, 의외로 양주시의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수리봉, 장군봉, 꾀꼬리봉, 첼봉 등을 포용하고 있는 양주의 대표적인 산이다.


집사람의 추천도 있고 하여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아 장흥 유원지에서 오르는 말머리 고개로 간다. 북한산 북쪽에는 유명한 송추 계곡과 장흥 유원지가 있으며 장흥 유원지에서 말머리 고개 쪽으로 오르면, 고개 위에 옛 유스호스텔 건물이 있었는데 현재는 모 제과 그룹의 연수원으로 바뀌어 있다. 


연수원 근처의 빈터에 차를 세우고, 집사람이 다녀온 오른쪽의 꾀꼬리봉 반대편의 연수원 뒷길로 들어서니 고령산 등산 안내도가 나오며 안내도를 따르면 보광사가 있는 앵무봉까지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오늘은 다녀온 앵무봉을 피해 수리봉을 목표로 가벼운 산행을 시작한다. 9월 초의 숲은 아직 덥고 초록이 짙게 우거져 있지만, 바닥에는 도토리가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계절은 벌써 가을걷이를 시작하는 듯하다. 들머리를 어느 정도 고도가 있는 말머리 고개에서 시작해서인지 산은 초보 등산객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오르내림에 호젓한 산길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장군봉으로 가는 갈림길도 지나고 몇 번의 오르내림 후에 한 시간여의 산행에서 마주한 곳은 기산 보루 성이다.


기산 보루 성은 해발 530m 높이의 산마루에 축조된 산성으로 양주시에 산재한 보루 성(돌이나 흙으로 쌓은 진지) 중의 하나다. 양주시에 28개의 보루 성이 있다고 하는데, 축성연대는 알 수 없고 신라 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추측한다고 한다. 


남쪽으로 13m 정도와 북쪽으로 4m 길이의 성벽이 남아 있고, 성안에 웅덩이가 남아 있다. 이곳이 봉수대(봉화대)로 쓰였을 것이라 추정된다고 하여 봉수대 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남쪽의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은 시원한 경관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보루 성을 안내하는 안내판은 빛에 바래고 거북등처럼 갈라져 글을 읽기가 힘들다. 그래도 “산은 우리를 반기고 역사는 진행됩니다”는 문구가 신선하다.

 

 

우리가 살아있는 곳곳이 과거와 연결되어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새로운 무언가가 발견된듯한 느낌에 빠진다. 이것은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이것을 눈뜸이라고 한다면 마치 눈먼 사람이 눈뜨는 기적 같은 것은 아닐까. 


다시 길을 진행하는 숲길은 호젓하다. 산새와 바람 소리를 벗 삼아 가는 길에는 말로 할 수 없는 수많은 언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하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열면 자연이 들려주는 말이 들려오고, 마음을 열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이런 것이 바로 공감이라는 것이 아닐까. 육체적 눈이 먼 것보다 심각한 것은 마음의 눈이 먼 것이다. 마음의 눈을 뜨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보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며 경쟁의 대열에서 뒤쳐지면 실패자가 된다는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가설을 진실처럼 믿고 힘겹게 살아왔지만, 작은 꽃 한 송이가 어떻게 피어났는지를 상상하고,  나도 꽃처럼 어려움을 이기고 꽃피우리라는 마음,  그것이 공감이 아닐까 한다. 미래의 시대는 많은 것을 공감하는 공감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낮아짐으로 높아지는 아름다움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서 많은 사람이 낮아짐으로써 높아지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도 공감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것이리라.


앵무봉을 2㎞쯤 남긴 지점에 수리봉으로 갈라진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앵무봉은 많이 올라가 보았으니 오늘은 수리봉 쪽으로 방향을 튼다. 또 한고비의 오르내림을 맛본 후에야 수리봉의 표지석을 만난다. 

 


수리봉에서 바라보는 남쪽의 전경은 북한산 삼각봉과 도봉산, 사패산 등이 멀리 보이고 발아래로는 장흥 계곡의 여러 건물이 훤히 보인다.

 

수리봉 한옆에는 벤치도 마련되어 그곳에 앉아 장흥 계곡을 바라보며 한참을 상념에 젖어본다. 산은 이렇듯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숨 쉬고 있는데 저 발아래 세상에는 코로나 19로 점점 각박한 마음만 흐르고 있다.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 19는 일설에 의하면 박쥐의 바이러스가 천산갑을 거쳐, 중국에서 천산갑의 비늘을 뽑다가 그 체액에 들어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중국의 한 시장에서 전파되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천산갑의 바이러스와 코로나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면 그 서열이 99% 이상 일치한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천산갑 비늘을 갈아먹으면 종기가 가라앉고 혈액순환에 좋다고 한다. 천산갑 비늘의 화학성분은 우리의 머리털, 손발톱과 같은 각질 단백질 케라틴이다. 딱히 약재로 쓰일만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어쩌다가 이 천산갑 비늘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나돌아 중국에서는 밀수한 천산갑 비늘이 수십 톤에 달한다 한다. 근거 없는 믿음이 불러온 것이 이번의 바이러스 사태라 생각하니 어이없기 한이 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돌아 나오는 길도 호젓하긴 한가지다. 산에서는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꽃을 보지만 자연은 늘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나를 맞이한다. 들어올 때 느낌 다르고 나갈 때 느낌 다르다. 


오늘의 아름다움은 작년의 아름다움과 또 다르다. 아름다움은 해마다 더욱 깊어진다. 변하더라도 아름답게 변한다.  인간은 해가 바뀌면 그만큼 늙고 청춘의 아름다움을 점점 잃어 가지만 자연은 고목처럼 늙어가면서 점점 여유로워지고 늘 새롭게 태어나는 듯하다. 


어느덧 다시 돌아온 들머리의 초입 언덕에서 말머리 고개의 건너편을 바라보니 기산 저수지가 보이고 저수지 위쪽에 조그만 한옥 지붕이 보인다. 말로만 듣던 허경영의 하늘궁이다. 허경영이라는 사람의 말과 기행에 얼마나 진실이 들어있는지는 잘 모르나 하늘궁을 바라보고 있자니 인간이 만드는 세상과 자연이 만드는 세상 사이의 격차가  구월의 파란 하늘만큼이나 깊어 보였다. 


오늘 산행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리봉을 왕복하는 동안 산행에서 마주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정말 호젓한 숲속의 여유로움이 내 집 가까이 있어 행복한 오후였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건기식협회 '2026 트렌드 세미나' 개최...맞춤형 제품 시장의 확대 전망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23일 양재 aT센터 그랜드홀에서 '2026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세미나'를 개최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망과 유통·마케팅 트렌드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산학계 관계자 및 전문가 발표를 통해 회원사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는 협회 회원사 홍보 및 마케팅 실무자 약 2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장·소비 트렌드, 데이터 기반 마케팅, 글로벌 시장 동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주요 연사로는 시장조사 및 데이터 분석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들이 참여해 △건강과 식 트렌드를 중심으로 한 2026 트렌드 △이커머스 환경에서의 데이터 마케팅 전략 △APEC 건강기능식품 시장 동향 △2025년 건강기능식품 시장 결산 및 2026년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첫 번째는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소장은 ‘2026 트렌드_건강과 식 트렌드 중심으로’라는 발표를 통해 현대인에게 건강에 대한 인식과 의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했다. 박 소장은 최근 건강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개인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수 포비아’ 등 건강에 대한 불안 요인을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비상대응체계 가동해 최악 상황 가정한 대비책 철저하게 수립·시행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전쟁에 대해 비상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 최악 상황까지 가정한 대비책을 철저하게 수립·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선 지금은 재정을 아끼는 것보다 어렵고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투입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로 원유, 천연가스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일상에 석유화학 제품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생과 경제·산업 전반에 발생할지 모를 중대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야겠다”며 “각 부처는 수급 우려 품목을 포괄적이고 꼼꼼하게 점검하고 그것들이 국민의 일상에 미칠 영향 그리고 대체 공급처는 어디인지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대비책을 철저하게 수립·시행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협조도 절실하다”며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하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대중교통 이용과 생활 절전 등 에너지 아껴쓰기 운동에 동참


사회

더보기
강민정 “헌법 정신 교육 대폭 강화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 조례’ 제정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가 헌법 정신 교육 대폭 강화와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 조례’ 제정을 공약했다.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민주시민교육의 뿌리는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있다. 학교는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약속인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며 “저는 서울의 모든 교실에서 아이들이 책임 있는 주권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헌법 정신 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은 박제된 문구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다”라며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깨닫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갈등은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민정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교육의 출발은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는 것이다. 저는 서울교육의 기본적인 시민교육 틀을 완성하기 위해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 조례’를 제정하겠다”며 “이 조례는 기존의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와 함께 교육 공동체를 지탱하는 든든한 양 날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민정 서울교육감 예비후보자는 “학교는 모두의 존엄이 지켜지는 곳이어

문화

더보기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과 선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위기의 인간들’을 펴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세계관과 문체를 지닌 세 작가가 ‘위기’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모여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과 선택,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작품집이다.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균열부터 사회 구조 속에서 마주하는 위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인간상을 담아낸다. 김정진, 송호진, 윤승주 세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해석한다. 한 작가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서사를 통해 인간 군상의 삶을 비추고, 또 다른 작가는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다른 한 작가는 인간 내면의 희망과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서로 다른 목소리는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위기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위기의 인간들’은 위기를 단순한 실패나 재난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야 비로소 인간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기술과 자본이 주도하는 사회, 흔들리는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 속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끝내 어떤 인간으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