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5 (목)

  • 맑음동두천 -8.9℃
  • 맑음강릉 -2.7℃
  • 맑음서울 -7.0℃
  • 구름조금대전 -4.7℃
  • 구름조금대구 -2.1℃
  • 맑음울산 -1.6℃
  • 광주 -1.6℃
  • 맑음부산 -0.3℃
  • 흐림고창 -1.4℃
  • 비 또는 눈제주 3.9℃
  • 구름조금강화 -8.1℃
  • 맑음보은 -5.3℃
  • 흐림금산 -4.1℃
  • 구름많음강진군 -0.3℃
  • 맑음경주시 -2.1℃
  • 맑음거제 0.1℃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0) - 불암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토요일의 개인 약속으로 산에 가지 못해, 일요일인 오늘 아침 일찍 전철역으로 나선다. 토요일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벌써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조정된 전철의 운행시간은 휴일 시내로 나가는 첫차가 5시 46분으로, 그래도 일찍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이 꽤 되는데 첫차가 조금은 늦은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에 조급증이 있나?


상계역에 내렸을 때는 아침 일곱 시 조금 지나서다, 불암산은 처음 혼자 산행하기에 전일의 인터넷 검색으로 대강의 등산로 입구를 찾아보아서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주위의 고층 건물들과 아파트 단지로 찾기가 쉽지 않다. 


아침 일찍 도심의 전철역은 한산하다. 안내판도 없어 당황하며 인터넷으로 불암산 등산로 입구를 찾아 방향을 잡는다. 인터넷이 안내한 덕암초등학교 뒤편의 등산로 입구는 아파트 마을 뒷산의 운동시설이 있는 곳으로 등산 안내도나 코스안내도 없이 불암산 정상 1.8㎞의 팻말이 달랑 보인다. 그래도 산길이 있으니 가볼 수밖에. 초입의 ‘경수사’는 조그마한 절로 큰 바위 밑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경수사’를 지나 ‘천보사’의 안내판이 보이니 작년에 동기 산행으로 왔던 천보사 길이 기억이 난다. 작년 8월 동기 산행 때는 비가 오는 우중을 우산을 쓰고 오르던 길이다.

 

그때는 당고개역에서 출발하여 불암산 둘레길을 따르다가 천보사 등산로로 들어선 것이었다. ‘천보사’ 옆길의 계곡이 좋아 고교 동기들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하며 오르던 일 등을 생각하니 오늘은 화창한 날씨로 계곡의 물도 별로 없다. 


불암산은 ‘부처 바위’라는 뜻의 산 이름 그대로 정상의 모습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거대한 불상과 같다고 하고 산세는 단조로우나 거대한 암벽과 아름다운 수림이 불암산의 대표적인 특징이란다. 


아름다운 수림의 칡넝쿨 꽃 향기로운 숲을 여유 있게 지나다가 바라본 소나무는 굵은 원줄기 옆으로도 작은 잎을 피운다. 가만히 보니 보통의 소나무는 잎이 두 잎인데 솔잎이 3개다. ‘리기다’ 소나무. 국민학교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민둥산을 없애기 위해 속성수로 많이 심었다고 들어온 그 ‘리기다’ 소나무다.

 

알고는 있었어도 이게 그거다! 처음 느끼는 이 기분은, “숲을 아는 것은 숲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치 않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주변의 소나무 중 ‘리기다’ 소나무도 꽤 되는 듯하다. 

 

소나무 중 잎이 3개인 것은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고양시의 시목(市木)인 백송도 잎이 3개다. 식물 학자들은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냥 힐긋 지나치며 바라보아서는 도저히 구별할 수 없는 모든 나무와 꽃을, 천천히 오래도록 자세히 바라보아 그 신비로움의 차이를 찾아낸다. 

 

어느 정도 능선을 거닐다 보니 암릉 지대가 나오고 산세가 거칠어진다. 그러나 힘든 산행의 보상처럼, 바라보는 전망은 점점 시야가 탁 트인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의 북한산과 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암릉을 오를수록 좋아지는 풍광, 등산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힘들게 오르는 정상 가까이 계단 앞에 있는 바위에는 쥐 바위라는 팻말이 붙어 있으나 왜 쥐 바위인지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드디어 오른 정상,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가 압권이다. 밧줄 타고 오른 김에 태극기 밑에서도 사방에 거칠 것 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는다. 


북쪽의 수락산, 서쪽의 병풍처럼 서 있는 북한산과 도봉산, 동쪽의 남양주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로는 태릉 골프장과 선수촌 건물이 보인다.

 

태릉 선수촌을 보니 무더운 날씨에 도쿄에서 선전하고 있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 상황에 무리하게 개최한 듯한 올림픽 경기가 불안하기도 하고,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복잡하게 변한 세상에서도 금메달을 위해 땀 흘리는 젊은 선수들을 생각하며 한참을 태릉 쪽을 바라본다. 


개최국과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우리나라의 미묘한 갈등과 신경전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인류의 역사는 강자의 이념과 신념에 따라 움직여 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글 귀하나 생각난다. 


“크든 작든 모든 잔인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어려움 그리고 불행 위에 자신의 기쁨을 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종 이런 사람들은 한때나마 뱃심 있고 추진력이 강한 일꾼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속지 않는 사회가 바로 성숙한 사회다.” 

 

 

아무쪼록 다양한 국가들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화합하며 경쟁하는 이상적인 올림픽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아직은 붐비지 않는 오전 시간의 정상에서의 한가로움으로 정상 맞은 편의 다람쥐 공원에 들러 수락산과 이어지는 덕릉고개를 바라보기도 하며, 다음에는 불암산을 거쳐 북한산까지 이어 산행하는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의 1박 2일 종주 산행도 계획해 본다.


하산길은 작년에는 동기들과 ‘불암 산성’을 지나 태릉까지의 긴 하산길을 택했었으나, 오늘은 상계역 등산로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하여 오던 길을 내려오다 올라올 때 보았던 상계역 방향이란 팻말대로 방향을 틀어 하산한다. 


숲속의 하산길은 계속 내리막으로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불암정(佛巖停)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정자에서 바라다보이는 노원구 땅이 임진왜란 시절에는 벌판으로 사명대사가 승군을 이끌고 노원 벌판에서 왜군을 크게 무찔렀다는 이야기를 소개한 안내판도 보이며 시민의 쉼터로 자리하고 있다.


좀 더 하산하니 계곡이 좋아 체육 시설과 평상 등이 갖추어져 있어 시민들이 쉬어가기에 최적의 장소 같았다. 이곳으로 오르는 등산객도 점점 늘어나 보인다.

 

불암산 둘레길 팻말도 보이고 이 계곡을 ‘불암 계곡’이라 하며 불암산 관리 사무소도 있다. 관리 사무소 옆의 등산 안내도를 참조하니 오늘의 등산은 제3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가 제4 등산로로 내려온 꼴이다. 다음번 산행에는 제4 등산로로 올라 제5 등산로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바람직하겠다.


관리 사무소에서 상계역까지는 300 미터 정도로 아침에 지나쳤던 길인 것을, 지금은 불암산을 찾는 등산객이 많아져 입구 찾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으나 내가 너무 아침 일찍 온 것이 문제였다. 유명한 산이라 등산로 입구를 쉽게 찾으리라 안이하게 생각하고 검색을 소홀히 한 나의 불찰에 또 한 번 덜렁이는 습관에 대한 자책이 든다.


그래도 덜렁이면 어떤가. 편안한 삶을 선택한 대가는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다. 또 자신의 성장은 매일 매일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전제로 한다. 익숙한 일상을 떠나야 비로소 온전한 세상과 맞닥뜨릴 수 있다. 


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다 보면 최선이 아닌 날도 있는 것이고, 아직은 산행 칼럼을 위해 아침 일찍 새로운 산을 찾아 나설 수 있는 나 자신의 성장을 격려하며 링컨의 말로 나를 위로해 본다. 


“Most forks are about as happy as they make up their mind to be.”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아트쇼’ 개막...국내 미술작품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 14회 '2025 서울아트쇼’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150여 갤러리가 소장한 전시는 제프쿤스 알렉스카츠 등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약 3000여점 규모로 전시한다.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특별전과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함께 마련된다. 특별전으로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김환기,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이배, 이건용 외 18인)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쿠사마 야요이 외 19인) ▲스컵처가든(광화문을 그리는 고흐 등 대형조각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구성돼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아트쇼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서울아트쇼'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하고자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위시해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보다 폭 넓은 문화 향유를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년 크리스마스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서울아트쇼는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시작된 아트페어이며, 앞으로도 더욱 과감하게

정치

더보기
【특집】 시사뉴스·수도권일보 선정 2025 국정감사 우수의원
[시사뉴스 박성태, 강민재, 홍경의, 이광효, 김세권, 우민기, 양용기 기자] 이재명 정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감은 ‘내란청산’과 ‘민생회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정치적 공방과 민생 현안이 교차한 가운데 치열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사법개혁 논의와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도심 지반침하 및 산업안전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독 특정 인물들이 주목을 많이 받은 2025 국감은 초반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국감기간인 한달 내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병행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실태를 분석하고 시정을 촉구한 의원들도 있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재난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화려한 한류 문화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쿠팡 “유출자 3천개 계정 이름과 전화번호 등 고객정보 저장 후 모두 삭제...외부전송 無”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유출자는 약 3천개 계정의 고객정보를 저장하고 이후 모두 삭제했고 외부 전송은 없었음을 밝혔다. 쿠팡은 25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쿠팡은 유출자를 특정했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음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유출자는 3300만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고 이후 이를 모두 삭제했다. 외부 전송 등 추가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쿠팡은 디지털 지문(digital fingerprints)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 유출자는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유출자가 쿠팡 고객 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 드라이브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모두 회수돼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지난 12월 17일 유출자의 진술서 제출을 시작으로 관련 장치 등 일체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해 왔다”며 “쿠팡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기관의 관련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해 왔다”고 밝혔다.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쿠팡은

문화

더보기
군복을 입은 음악가의 일상 기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나의 군악대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초반, 용인경찰교향악단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며 보낸 2년 2개월의 시간을 바탕으로, 군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클라리넷 전공자로 음악적 역량을 한창 키워가야 할 시기에 군 입대를 맞이한 저자는, 군복을 입은 음악가로 살아가며 느낀 복합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력이 퇴보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려 했던 치열한 시간들이 담담한 문체로 펼쳐진다. ‘나의 군악대 이야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군악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일반 병영과는 다른 군악대의 일상, 훈련과 연주가 공존하는 생활, 각종 국가 행사와 공연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장면들은 기존의 군대 서사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군악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읽힌다. 또한 ‘사라진 다롱이 일경’, ‘전설의 고향’과 같은 에피소드는 군대 특유의 긴장감과 허무함, 그리고 웃음을 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