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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0) - 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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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토요일의 개인 약속으로 산에 가지 못해, 일요일인 오늘 아침 일찍 전철역으로 나선다. 토요일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벌써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조정된 전철의 운행시간은 휴일 시내로 나가는 첫차가 5시 46분으로, 그래도 일찍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이 꽤 되는데 첫차가 조금은 늦은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에 조급증이 있나?


상계역에 내렸을 때는 아침 일곱 시 조금 지나서다, 불암산은 처음 혼자 산행하기에 전일의 인터넷 검색으로 대강의 등산로 입구를 찾아보아서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주위의 고층 건물들과 아파트 단지로 찾기가 쉽지 않다. 


아침 일찍 도심의 전철역은 한산하다. 안내판도 없어 당황하며 인터넷으로 불암산 등산로 입구를 찾아 방향을 잡는다. 인터넷이 안내한 덕암초등학교 뒤편의 등산로 입구는 아파트 마을 뒷산의 운동시설이 있는 곳으로 등산 안내도나 코스안내도 없이 불암산 정상 1.8㎞의 팻말이 달랑 보인다. 그래도 산길이 있으니 가볼 수밖에. 초입의 ‘경수사’는 조그마한 절로 큰 바위 밑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경수사’를 지나 ‘천보사’의 안내판이 보이니 작년에 동기 산행으로 왔던 천보사 길이 기억이 난다. 작년 8월 동기 산행 때는 비가 오는 우중을 우산을 쓰고 오르던 길이다.

 

그때는 당고개역에서 출발하여 불암산 둘레길을 따르다가 천보사 등산로로 들어선 것이었다. ‘천보사’ 옆길의 계곡이 좋아 고교 동기들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하며 오르던 일 등을 생각하니 오늘은 화창한 날씨로 계곡의 물도 별로 없다. 


불암산은 ‘부처 바위’라는 뜻의 산 이름 그대로 정상의 모습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거대한 불상과 같다고 하고 산세는 단조로우나 거대한 암벽과 아름다운 수림이 불암산의 대표적인 특징이란다. 


아름다운 수림의 칡넝쿨 꽃 향기로운 숲을 여유 있게 지나다가 바라본 소나무는 굵은 원줄기 옆으로도 작은 잎을 피운다. 가만히 보니 보통의 소나무는 잎이 두 잎인데 솔잎이 3개다. ‘리기다’ 소나무. 국민학교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민둥산을 없애기 위해 속성수로 많이 심었다고 들어온 그 ‘리기다’ 소나무다.

 

알고는 있었어도 이게 그거다! 처음 느끼는 이 기분은, “숲을 아는 것은 숲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치 않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주변의 소나무 중 ‘리기다’ 소나무도 꽤 되는 듯하다. 

 

소나무 중 잎이 3개인 것은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고양시의 시목(市木)인 백송도 잎이 3개다. 식물 학자들은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냥 힐긋 지나치며 바라보아서는 도저히 구별할 수 없는 모든 나무와 꽃을, 천천히 오래도록 자세히 바라보아 그 신비로움의 차이를 찾아낸다. 

 

어느 정도 능선을 거닐다 보니 암릉 지대가 나오고 산세가 거칠어진다. 그러나 힘든 산행의 보상처럼, 바라보는 전망은 점점 시야가 탁 트인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의 북한산과 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암릉을 오를수록 좋아지는 풍광, 등산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힘들게 오르는 정상 가까이 계단 앞에 있는 바위에는 쥐 바위라는 팻말이 붙어 있으나 왜 쥐 바위인지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드디어 오른 정상,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가 압권이다. 밧줄 타고 오른 김에 태극기 밑에서도 사방에 거칠 것 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는다. 


북쪽의 수락산, 서쪽의 병풍처럼 서 있는 북한산과 도봉산, 동쪽의 남양주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로는 태릉 골프장과 선수촌 건물이 보인다.

 

태릉 선수촌을 보니 무더운 날씨에 도쿄에서 선전하고 있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 상황에 무리하게 개최한 듯한 올림픽 경기가 불안하기도 하고,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복잡하게 변한 세상에서도 금메달을 위해 땀 흘리는 젊은 선수들을 생각하며 한참을 태릉 쪽을 바라본다. 


개최국과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우리나라의 미묘한 갈등과 신경전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인류의 역사는 강자의 이념과 신념에 따라 움직여 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글 귀하나 생각난다. 


“크든 작든 모든 잔인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어려움 그리고 불행 위에 자신의 기쁨을 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종 이런 사람들은 한때나마 뱃심 있고 추진력이 강한 일꾼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속지 않는 사회가 바로 성숙한 사회다.” 

 

 

아무쪼록 다양한 국가들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화합하며 경쟁하는 이상적인 올림픽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아직은 붐비지 않는 오전 시간의 정상에서의 한가로움으로 정상 맞은 편의 다람쥐 공원에 들러 수락산과 이어지는 덕릉고개를 바라보기도 하며, 다음에는 불암산을 거쳐 북한산까지 이어 산행하는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의 1박 2일 종주 산행도 계획해 본다.


하산길은 작년에는 동기들과 ‘불암 산성’을 지나 태릉까지의 긴 하산길을 택했었으나, 오늘은 상계역 등산로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하여 오던 길을 내려오다 올라올 때 보았던 상계역 방향이란 팻말대로 방향을 틀어 하산한다. 


숲속의 하산길은 계속 내리막으로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불암정(佛巖停)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정자에서 바라다보이는 노원구 땅이 임진왜란 시절에는 벌판으로 사명대사가 승군을 이끌고 노원 벌판에서 왜군을 크게 무찔렀다는 이야기를 소개한 안내판도 보이며 시민의 쉼터로 자리하고 있다.


좀 더 하산하니 계곡이 좋아 체육 시설과 평상 등이 갖추어져 있어 시민들이 쉬어가기에 최적의 장소 같았다. 이곳으로 오르는 등산객도 점점 늘어나 보인다.

 

불암산 둘레길 팻말도 보이고 이 계곡을 ‘불암 계곡’이라 하며 불암산 관리 사무소도 있다. 관리 사무소 옆의 등산 안내도를 참조하니 오늘의 등산은 제3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가 제4 등산로로 내려온 꼴이다. 다음번 산행에는 제4 등산로로 올라 제5 등산로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바람직하겠다.


관리 사무소에서 상계역까지는 300 미터 정도로 아침에 지나쳤던 길인 것을, 지금은 불암산을 찾는 등산객이 많아져 입구 찾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으나 내가 너무 아침 일찍 온 것이 문제였다. 유명한 산이라 등산로 입구를 쉽게 찾으리라 안이하게 생각하고 검색을 소홀히 한 나의 불찰에 또 한 번 덜렁이는 습관에 대한 자책이 든다.


그래도 덜렁이면 어떤가. 편안한 삶을 선택한 대가는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다. 또 자신의 성장은 매일 매일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전제로 한다. 익숙한 일상을 떠나야 비로소 온전한 세상과 맞닥뜨릴 수 있다. 


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다 보면 최선이 아닌 날도 있는 것이고, 아직은 산행 칼럼을 위해 아침 일찍 새로운 산을 찾아 나설 수 있는 나 자신의 성장을 격려하며 링컨의 말로 나를 위로해 본다. 


“Most forks are about as happy as they make up their mind to be.”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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