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은주 기자] 빛의 굴절 방향을 조절하거나 흡수해 모습을 감출 수 있는 투명망토를 실현케하는 메타물질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에서 음향파나 지진파까지 조절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설계했다. 이는 음파탐지기로도 추적할 수 없는 잠수함을 만들거나, 지진을 회피하는데 활용될 수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동우씨 연구팀은 빛뿐만 아니라 소리 영역까지 제어할 수 있는 메타물질을 설계하고, 물속에서 음향 굴절률을 조절해 파동을 흡수하거나 통과시킴으로써 음파탐지기에도 잡히지 않는 ‘수중 스텔스 메타표면’을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진동과 같은 판에서의 파동 흐름을 극단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실현 불가능케 여겨져왔던 무한한 굴절률인 특이점이 존재하는 클로킹 현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응용물리 분야 권위지 ‘저널 오브 어플라이드 피직스(Journal of Applied Physics)’와 ‘피지컬 리뷰 어플라이드(Physical Review Applied)’ 에 각각 게재됐다.
자연에서 빛이 어떤 물질을 만났을 때, 일반적으로 양(+)의 방향으로 굴절되는 성질이 있다. 메타물질은 이런 빛의 굴절 특성을 음(-)의 방향, 완전 투과를 일으키는 제로 굴절률(0) 또는 완전 흡수체를 설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메타물질을 만나면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굴절률은 빛뿐만 아니라 소리도 제어할 수 있는데, 연구팀은 음향의 굴절률을 제어해 음파(音波)가 반사하지 않고 획기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이론적으로 확인했다. 분리형 오리피스 도관(Split-Orifice-Conduit) 하이브리드 공진기의 배열을 통해 광대역(14kHz~17kHz)에서 음파를 흡수할 수 있도록 두께가 얇은 메타표면을 설계했다. 이렇게 설계된 메타표면은 음파의 공진을 이용해 물체를 탐지하는 음파탐지시스템으로 탐지되지 않는 ‘수중 스텔스 기능’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연구팀은 메타표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지진파와 같은 탄성 파동을 통과시키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인 질량으로 인한 중력장의 변화에 따른 시공간의 휨 속에서 빛의 경로가 바뀐다는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곡면 판에서 극단적인 탄성 파동을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안했다. 그 예시로 굴절률 특이점 렌즈, 즉 두께가 거의 0에 수렴하는 메타표면 렌즈를 만들어 넓은 주파수 대역(15kHz~18kHz)에서 90도, 180도로 휘어질 수 있는 탄성파 이튼(Eaton) 렌즈를 얇은 곡면 판에서 구현했다.
또한 이론상 존재해왔던 특이점이 존재하는 클로킹 현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안하여 추후 극단적인 천체인 블랙홀과 같은 현상들을 탄성파에서 테스트 베드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굴절률 특이점의 이해를 바탕으로 대륙의 판과 판이 부딪히거나 쪼개질 때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을 극단적으로 제어하는 데 활용하여 지진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나 건축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물질 연구로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는 노준석 교수는 “지금까지 메타물질 연구는 빛이나 전자기파에 집중됐지만, 음파나 지진파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심해 환경 속에서 수중 음파 탐지기를 피할 수 있는 잠수함, 지진이 와도 멀쩡한 원자력발전소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수력원자력 K-CLOUD 사업, 한국연구재단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중견연구사업, RLRC 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 글로벌박사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