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죽음의 시대 인간에게 찾아오는 필멸의 죽음
AI, 챗봇 등 디지털 자아의 불멸성과 인간의 죽음을 분석한 새롭고 흥미로운 접근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2020년 12월, 코로나19로 미국 사망자가 1분당 2명에 이른다는 CNN 보도가 있었다. 또한 전 세계 사망자 기준으로는 1분당 6.3명 사망이란 기사도 이어졌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질병과 사고, 생물학적 노화에 따른 현상 그리고 자아의 붕괴로 인해 스스로 택한 결과 등을 통해 모든 인간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 인간에게 죽음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 인간에게 죽음은 사고와 감정을 위축시킬 만큼 두려운 것이며 그래서 그 용어 자체마저도 피하고 싶은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상은 죽음이란 용어는 우리 일상에서 매우 자주 접하는 단어이며 실제로도 우리의 삶과 늘 공존하고 있다. 놀이를 할 때, 게임을 할 때, 마음을 표현할 때 얼마나 자주 죽었다라는 표현을 쓰는가?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도 일상 언어 속에서도 수도 없이 죽음과 관련된 표현들을 사용한다. 이뻐 죽겠다, 미워 죽겠다, 얄미워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좋아 죽네, 죽도록 사랑해, 죽어 마땅해, 죽고 싶니? 등 일상의 삶과 더불어 죽음이란 용어는 우리와 함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얼마나 죽음이 연상되는 단어조차도 두려워하고 경원시하며 기피하고 있는지는 주변을 돌아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도대체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
죽음학으로 알려져 있는 싸나톨로지는 죽음에 대해 혹은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 죽음이 내재된 삶을 생각하는 학문이다. 내용상으로는 삶과 함께 하며 삶을 치열하게, 의미있게 살도록 하기 위해 죽음을 조망하는 학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을 잘 이해하고 맞이하기 위해 죽음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더 큰 의미는 죽음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있게 맞이하도록 준비시켜서 삶을 가치 있게 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 시대의 싸나톨로지 VS AI 시대의 싸나톨로지
AI가 인간 지식을 능가하거나 대체하는 시점 즉 ‘싱귤레리티 singularity’가 언급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리하여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인공지능이 인간 삶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음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 시대야말로 더 이상 죽음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테크놀로지 자체와 테크놀로지가 가져 올 변화에 대해서는 관심을 많이 갖지만 정작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인간다운 삶과 죽음에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관심이 적다.
오늘날의 과학이 인간에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하고 인간의 권리인 죽음조차도 기술적인 문제라고 정의하며 죽음 극복을 언급하는 이때에 테크놀로지에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원치 않는 불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AI 시대에, 윤리와 철학이 다양한 분야에서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인간다운 지혜로운 방향을 모색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2부에 제목을 ‘디지털 시대, 불멸의 싸나톨로지’라고 붙였다.
이 장에서는 그간 금기시되고 기피되어 온 죽음에 대해, 특히 이미 우리에게 와버린 AI 시대의 테크놀로지 중심 사회 맥락에서 죽음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자는 30대 후반 미국교육 현장에서 만난 어린 학생의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의 충격으로 죽음과 실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련된 공부를 하며 국내와 해외에서 사람들을 돌보며 다양한 죽음을 접하고 죽음을 성찰하고 연구하였다.
죽음학 교육이 최초로 시행된 미네소타 대학의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배재대학교에 싸나톨로지를 개설하였다. 고려대학교 죽음교육센터를 통해 죽음교육전문가 과정을 밟았으며 한국싸나톨로지협회 이사장 임병식 교수와 공교육에서의 싸나톨로지 과목 도입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아울러 배재대학교 부설 휴먼 싸나톨로지연구소를 개설하여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을 위한 죽음교육과 죽음학 문화 인식 확장에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죽음 인식을 통해 개인의 삶에 생생함과 현명함을 더하는 일 그리고 인간 존엄성이 무너진 권리 박탈된 죽음에 인간의 연대성으로 공감 소통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세상에서의 죽음학 세계가 인류에게 미칠 급진적이고도 놀라운 변화를 인지하고 로봇이나 인공지능에도 불구하고 죽음 앞에서 어떻게 인간 존엄성을 담보해야 될 것인가를 연구 분석하며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소개> 김재경
• 이화여자대학교 문학박사 • 배재대학교 교수 • ADEC(Association for Death Education & Counseling: 죽음교육 및 상담협회) 국제싸나톨로지스트(죽음교육전문가)
• 배재대학교 부설 휴먼싸나톨로지연구소 소장 • 싸나톨로지(죽음학) 교과목 개발 및 ‘싸나톨로지’ 강의 • ‘싸나톨로지’ 교과목 2020년 배재대학교 ‘강의명장 우수강의’로 선정
• 인문학으로서의 죽음학 및 죽음교육 그리고 디지털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죽음학에 대한 논의와 죽음 인식이 주된 관심사이자 연구주제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