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은주 기자] 빛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은 인류의 고차원적 지적 활동이다. 인간은 광기술 연구를 통해 정보를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기술인 와이파이 통신을 실현하였고, 광학 라이다 기술을 활용하여 가까운 미래에는 자율형 자동차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연구팀이 빛의 위상정보와 세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초박막 메타표면 구조체를 개발해 차세대 광소자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섰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교신저자) 연구팀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CNRS) 패트리스 게네벳(Patrice Genevet) 박사 (교신저자) 연구팀과 함께 고해상도 전자빔 리소그래피를 활용해 적층형 메타표면을 제작하고 저출력 레이저에서도 강한 비선형 효과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물리분야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 22일 게재됐다.
빛을 원하는 형태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렌즈나 돋보기처럼 빛의 세기와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매질의 설계해야 한다. 메타표면은 빛의 위상을 조절해 파면(파동)을 원하는 모양으로 형성할 수 있어 홀로그램 및 박막 두께의 렌즈를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메타표면의 경우 주파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고출력 레이저와 재료의 고유 특성에 의존하는 비선형 효과를 이용해야만 했다. 고출력 레이저는 높은 에너지 사용량과 상당한 발열량 및 자연계에 존재하는 재료의 비선형 특성의 한계로 인해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광소자를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연구되어왔던 단일층 메타표면과 다르게 여러 층의 메타표면이 겹층을 이루는 ‘적층형 메타표면’을 만들었다. 10nm의 해상도로 구조체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전자빔 리소그래피를 이용해 2차 조화파의 주파수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제작된 적층형 메타표면은 각 층에서 서로 간섭효과를 통해 비선형 현상을 증대시켰고, 증대된 제2차 조화파의 크기는 층수의 제곱에 비례했다. 즉, 3층 구조는 9배 강한 2차 조화파를 발생시켰고, 5층 구조는 25배 강한 제2차 조화파를 보였다. 또한, 구조체의 크기 및 모양이 편광에 따라 다양한 제2차 조화파의 주파수를 유도해낸다는 특징이 보였다.
나노 구조체의 크기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전자빔 리소그래피 기술은 적층형 메타표면에서 나오는 제2차 조화파의 주파수 영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특정 주파수에만 정보를 보여주는 메타표면을 만든다면, 광학 보안기술로써 활용 가치가 높다. 또한 편광에 따라서 다른 광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파수와 편광을 열쇠로 사용할 수 있는 광학 보안 소자로 응용될 수 있다. 특히, 저출력 레이저에서도 제2차 조화파 주파수를 발생시키는 적층형 메타표면을 활용한 보안기술은 배터리의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초소형 보안장치로도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교신저자 노준석 교수는 “전자빔 리소그래피의 적층(overlay) 방식을 이용하여 나노 단위의 적층형 3차원 메타표면을 오차 없이 정교하게 구현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나노 공정 기술이 적용된 것”라며 “이번에 제안된 적층형 메타표면이 편광에 따라 다른 비선형 효과를 보여준다는 점을 활용하면, 편광에 따라 다른 정보를 보여주는 보안기술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포항 나노융합기술원의 전자빔리소그래피를 이용했으며, 한-프랑스 협력기반조성사업(STAR),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RLRC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