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 책은 청동기 시대의 붕괴부터 핵무기 시대의 위기까지 우리가 언제나 벗어날 수 없었던 인류의 생존이라는 가장 절실하고도 중요한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반복됐던 수많은 위기와 사건들을 인류가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알려준다.
계급 제도가 무너지다
저자 댄 칼린이 2006년부터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동명의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과거와 미래를 흥미로우면서도 다채로운 방식으로 연결 지으며 구독자 수 800만 명, 다운로드 수 1억 회라는 기록을 세웠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타임〉, 〈시카고 트리뷴〉, 〈뉴욕 타임스〉 등에서 소개하는 ‘반드시 들어야 할 팟캐스트’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선정된 데에는 역사를 생생한 현재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그만의 장기는 물론 철저히 검증된 전문적이고 다양한 자료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저자는 인류 최초의 문명이 등장한 이래 고도로 문명이 발달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종말의 위기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그린다. 종말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기도 하다.
최악의 질병으로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뒤 당시 서방 사회에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던 교회의 위상과 계급 체계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무자비한 죽음 앞에서 아무도 ‘신의 임명’으로 이루어진 계급 제도를 신경 쓰지 않게 된 탓이다. 성직자들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과거 자신의 삶을 온전히 교회에 바쳤던 이들의 빈자리는 돈거래의 대상이 됐고 온갖 부정부패가 교회로 스며들었다.
때 묻은 성직자의 평판은 단 두 세기 만에 곤두박질쳤고 이는 결국 가톨릭교회와 결별한 프로테스탄트 교회 등장의 시발점이 됐다.
역사가 거꾸로 흐를 수 있다
원자 폭탄이라는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무기를 보유한 현대 인류가 자멸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정녕 ‘탁월한 인간성’을 서둘러 기르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평화 시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대해 ‘어떤 사람이 외줄 타기를 10분 동안 무난하게 해낼 것이라는 기대는 합리적이지만 200년 동안 해내리라는 기대는 비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우리의 굳건한 믿음 역시 영원할 것만 같았던 과거 아시리아 제국이 한순간에 무너졌듯 언제라도 산산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현재 상당히 안정적인 시대를 사는 듯 보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급변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이 책은 말한다.
강제로 문명이 제거된 세계에서 우리는 역사의 퇴보를 경험하게 될까? 로마 치하의 브리튼 제도에서 벌어진 일은 이러한 질문의 가장 적절한 답이 될 것이다.
100년경 당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였던 전성기 로마 제국 치하의 브리튼 제도는 따뜻한 공중목욕탕과 아름다운 공공건물, 환상적인 도로, 튼튼한 성벽, 온갖 종류의 요새와 방어 시설 등 말 그대로 로마군이 가져다준 ‘문명의 축복’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400년 초, 그들이 영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로마군과의 연결 고리가 끊기고 나서 100년이 흐른 뒤, 브리튼 주민은 그들의 조상에 비해 덜 발전된 시대를 살아야 했다. 브리튼 제국 시민과 마찬가지로 현대인은 사회를 작동하는 복잡하게 연결된 체계와 그것이 제공하는 전력, 식량, 물리적 보호 등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거대한 태풍이나 지진 해일 때문에 전기가 끊기고 복구마저 요원해진다면?
문명의 축복이 사라진 땅에서 역사가 거꾸로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이 책은 종말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