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08 (토)

  • 흐림동두천 13.8℃
  • 흐림강릉 11.8℃
  • 흐림서울 15.2℃
  • 구름많음대전 16.4℃
  • 흐림대구 13.2℃
  • 흐림울산 17.2℃
  • 흐림광주 18.2℃
  • 흐림부산 18.1℃
  • 구름많음고창 18.6℃
  • 제주 19.0℃
  • 흐림강화 14.1℃
  • 구름많음보은 15.7℃
  • 흐림금산 13.2℃
  • 흐림강진군 17.9℃
  • 흐림경주시 13.1℃
  • 흐림거제 17.9℃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➅ - 노고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이번 주말은 개인적 약속이 있어 매주 산행 모임에 불참, 산행 칼럼을 위해 혼자 일요일 아침 일찍 삼송역으로 향했다. 칼럼을 시작할 때는 매주 가는 산행 모임이 있어 가볍게 생각했는데 토요일 약속이 있으면 산행에 빠지게 되고 칼럼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려 한다. 

칼럼을 쓰는 것도 의무로 느껴지면 노동이 되는 건데 아직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노고산’으로 향한다.

 

삼송역도 최근 매우 많이 변했다. 고층 오피스텔과 대형 유통업체들의 입주로 신도시 아파트의 형태를 완성해 가고 있는 중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삼송리는 오래된 소나무가 3그루 있던 곳으로 옛날 조선의 왕족이 의주 대로를 통해 서삼릉에 행차할 때, 소나무 3그루가 보이면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는 유래로 삼송리라 한다. 


삼송역에서 바로 산길의 여석정(礪石亭)으로 오르니 사방이 한눈에 돌아온다. 여석(礪石)은 숫돌이라는 말로, 임진왜란 때 명나라 이여송 장군이 한양을 서둘러 회복하려다 오히려 왜의 매복에 벽제지역에서 대패하고 다시 공격하기 전에 숫돌고개에서 칼을 갈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이  숫돌 고개가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정자를 세웠다. 여석정을 지나니 오른쪽으로 지축 차량기지와 지축역이 보인다. 


중학교 과학 선생으로 근무 중인 작은애가 한 동네 사시는 교감 선생님과 퇴근할 때, 지축역이 기운 거 아는지 물었다 한다. 무슨 이야긴가 했더니, 지축(地軸)이 원래 23.5도 기울어졌으니 바로 세우기 위해서 23.5도 기울게 지어진 역이라 한다. 50대 교감 선생님의 실없는 농담에 어이없어하는 작은애를 보며 얼마 전에 읽은 ‘386세대 유감’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지축(紙杻)은 옛날 창릉천 맑은 물을 이용해 종이를 만들던 지정리와 싸리나무가 많았던 축리가 합쳐져 지축이라 불렸다 한다. 

 


‘386세대 유감’에 의하면, 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30대의 세대가 80년대의 6.10항쟁의 민주화를 이끌며 사회에 등장해, 50년대가 40대의 나이에 IMF로 스러질 때 일찍 사회적 중심 바턴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사회의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세대로, 남들보다 더 잘 가르치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  내 아이가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사교육 시스템을 살찌우고 아이들의 숨통을 죄며, 경쟁에서 낙오된 이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패자부활전을 인정하지 않고. 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 위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동료를 밀어내는 사다리 걷어차기도 하고, 그래야만 명함을 내밀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삶의 철학’을 널리 전파했다. 


털끝만큼의 권력이라도 있으면 한 톨도 낭비할 수 없다는 집착, 옳은 것과 그른 것의 경계가 흐릿한 지대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염치, 결국 불의보다 불이익에 민감해진 사회 양심의 모습을 386세대는 고스란히 보여주며, 단군 이래 가장 좋은 기회와 환경으로 오랫동안 중심에서 그들만의 시대를 열어가는 586세대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묻는 저자의 목소리가 아침의 선선한 가을 공기 속으로 차갑게 스며든다. 그래도 교감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니 세상사에 덜 물드셨으려나.


오금 상촌 공원에서 바로 노고산 사격장 쪽 비탈길을 오른다. 오르는 비탈도 가끔은 깔딱고개 버금가게 힘들기도 하며 숲속의 호젓한 산길을 한참 오르니 갑자기 시야가 환해지며 오른쪽에 북한산의 전경이 웅장하게 나타난다. 눈으로 보는 북한산의 전경은 아침 햇살 속에 피어오르는 엷은 안개와 같은 운무 속에 검푸르게 보여 더욱 신비롭고 장엄하다. 그 장엄함은 생명에서 오는 것 같다. 


그 많은 나무들의 광합성은 빛에너지를 유기물질로 전환시키며, 녹색식물에 의해 전환되는 유기물질이 지구에 존재하는 유기물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생명의 먹이사슬을 유지 시키는 가장 중요한 유기체가 호흡하는 햇살 아래의 검푸른 북한산 아침은 그렇게 신비로움으로 싸여 있는 것이다. 북한산을 다닐 때는 나무와 바위만 보고 다니며 북한산을 느꼈는데, 한발 물러서 옆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직접 다니던 북한산과는 아주 다르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은 모두 밖을 향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보지 못한다. 한 발 비켜 나를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공을 쌓지 않는 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사막이나 바다에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가 없기에 방향을 잃고 헤매기가 쉽다. 그러기에 예부터 사람은 인간(人間)이라 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 간(間)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로 삼았다. 

 

 

북한산은 골산(骨山)이라 바위가 많고 험하며 산세가 웅장하나, 바로 좌측에 있는 노고산은 육산(肉山)으로 흙으로 된 산이라 걷기에 편하고 안락하며 그리 험하지 않아 좋다.


능선을 따라 오르며 바라보는 기가 막힌 북한산의 전경이 좋아 어젯밤에 노고산에서 야영을 한 사람들이 하나, 둘 내려오기 시작한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여성팀도 보인다. 그들은 정말 산이 좋아 산에서 호흡하고 즐기며 사는 산꾼들 같다. 정상에서는 아직 몇 팀이 텐트를 치고 커피를 마시며 머물러 있다. 


 정상의 487m의 이정표에서 북한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자니 구약 욥기에 나온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산 옆에 있으면 네가 얼마나 작은지 보라. 너보다 큰 것,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여라. 세상이 너한테는 비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그 자체로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이 모든 것의 척도는 아니다. 숭고한 곳들을 생각하면서 인간의 하찮음과 연약함을 생각하도록 하라.”

 

짧은 하산을 위해 원효대사의 자취가 있는 천년 고찰 흥국사길로 내려왔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건축박람회’ 개막...건축주·인테리어 수요자 참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건축·인테리어·전원주택 전문 전시회 ‘2025 서울건축박람회’가 6일부터 오는 9일까지 학여울역 세텍(SETEC) 전시장 전관에서 개최된다. ‘서울경향하우징페어’는 올해부터 ‘서울건축박람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인테리어 수요자와 건축주 모두를 위한 전시로 새롭게 개편됐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 유수의 인테리어 브랜드와 관련 업체가 대거 참가해, 주거 및 상업공간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참관객들의 높은 기대에 열렸다. 서울건축박람회는 전원주택과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 맞춤형 건축전시회로서 주거 공간을 직접 설계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전시회이다. 특히, 옥외전시장을 활용한 계절별 기획 전시를 선보이며, 실내외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전시회로 한층 진화됐고, 단열, 난방, 에너지 절감 등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이 소개됐다. 전시 품목으로는 내외장재/구조재/단열재, 난방/보일러/펌핑/환기설비재, 도장/방수재, 조경/공공시설재, 조명/전기설비재, 체류형쉼터/이동식주택, 주택설계시공, 창호/하드웨어, 건축공구/관련기기, 홈네트워크시스템 등 건축과 인테리어 전반을

정치

더보기
북한, 미국 제재에 상응 조치 예고 하루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일본 “EEZ 밖에 낙하 추정”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북한이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해 상응 조치를 예고한 지 하루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7일 “오늘 낮 12시 35분경 북한 평안북도 대관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한 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은 약 700km 비행했으며 정확한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분석 중이다”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 왔으며 발사 즉시 탐지 후 추적했다. 미국·일본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다”며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하에 북한의 다양한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위성도 이날 보도자료를 발표해 “북한은 오늘 12시 34분경 북한 서해안에서 1발의 탄도미사일을 동방향을 향해 발사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현재 한미일에서 긴밀하게 연계해 분석 중이지만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최고 고도 약 50km 정도로 약 450km를 넘어 비상해 낙하한 곳은 한반도 동쪽의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Exclusive Economic Zo


사회

더보기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철근·잔해물 뒤엉켜 구조 난항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석면, 유리, 섬유 등이 뒤덮여 있어 공간이 굉장히 협소하고, 소방대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헤쳐서 구조작업 중에 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소방당국은 실제 공개된 구조 현장에는 철근과 잔해물이 뒤엉켜 구조대원의 진입 자체가 힘든 모습이었다. 소방대원들은 잔해물 사이 좁은 틈에 직접 들어가 철근을 절단하고, 땅을 파내는 방식으로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매몰자 위치가 파악돼도 구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현재까지 위치가 파악된 작업자는 7명 중 5명이다. 소방당국은 사고 구조물을 A, B, C, D 구역으로 나눠 작업자 구조에 나서고 있다. 전날 발견된 작업자 2명은 각각 타워의 B구역과 D구역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비교적 일찍 발견돼 구조작업이 이뤄졌으나, 현재까지도 구조물에 매몰된 상태다. 이 중 40대 작업자 1명은 팔 부분이 끼인 상태로 발견돼 전날까지 소방대원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장시간 매몰돼 있으면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심폐소생술이 이뤄졌으나 7일 오전 4시 53분 현장에서 사망했다. 또 다른 작업자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