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6 (금)

  • 맑음동두천 -11.7℃
  • 맑음강릉 -6.3℃
  • 맑음서울 -9.8℃
  • 맑음대전 -7.6℃
  • 맑음대구 -4.9℃
  • 맑음울산 -4.8℃
  • 광주 -4.0℃
  • 맑음부산 -3.4℃
  • 흐림고창 -3.0℃
  • 제주 2.9℃
  • 맑음강화 -10.6℃
  • 맑음보은 -8.1℃
  • 흐림금산 -6.5℃
  • 흐림강진군 -1.8℃
  • 맑음경주시 -5.0℃
  • 맑음거제 -2.4℃
기상청 제공

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명성황후 최후기록, 에조보고서가 떠오르는 아픔

URL복사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특히 무리들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왕비(王妃)를 끌어내어 두세 군데 칼로 상처를 입혔다(處刃傷). 나아가 왕비를 발가벗긴(裸體) 후 국부검사(局部檢査)(웃을(笑) 일이다. 또한 노할(怒) 일이다)를 하였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기름(油)을 부어 소실(燒失)시키는 등 차마 이를 글(筆)로 옮기기조차 어렵도다. 그 외에 궁내부 대신을 참혹한 방법으로 살해(殺害)했다."

 

명성황후 최후의 장면을 기록한 문서인 '에조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사건 발생 71년 만인 1966년 한 일본인 역사학자에 의해 최초로 공개된, 당시 일본 낭인 중 한 명이 작성해 일본 본국으로 비밀리에 보낸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작가 김진명 씨가 문서의 전문을 찾아내 2002년 오마이뉴스에 처음 소개했다.

 

이 보고서로 과거엔 '능욕(凌辱)'과 '시간(屍姦)'으로만 알려진 이 역사적 사건이 명성황후가 시해 직전 즉 살아 있는 동안 능욕당하고 불태워지면서 죽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으며, 황후는 시간(屍姦)을 당한 것이 아니라 강간(强姦)을 당한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했다.

 

아픈,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다.

 

이런 일이 며칠 전 벌어졌다.

40대 중반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어떤 사연인지, 바다 위에서 북한에 의해 총격을 당하고 불에 태워졌다. 이 소식을 접하니 바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떠오른다.

 

바다 위에서 부유물에 몸을 의지한 채 6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는 한 인간을 북한은 끝내 총으로 가격하고, 부유물을 태운다는 명분으로 불을 놓았다. 이렇게 한 인간의 세상은 끝이 났다.

 

왕정시대에 왕과 함께 황후가 나라의 주인이라면, 민주국가에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의 주인이다. 그 주인이 참혹하게 당했다. 그 주인이 적국으로부터 능욕을 당하며 끝내 총으로, 불로 생을 마감했다. 명성황후의 참혹한 죽음에 통분하는 것 이상으로, 대한민국 한 주권자의 처참한 최후에 분을 삭일 수 없다.

 

상황에 대한 사실확인은 온데간데없고, 온갖 궁금증은 커져간다. 그러는 동안 피해자의 조국은 변명에만 급급하다.

 

몇 가지 확인된 사실만 돌아보자. 21일 오후 12시 51분에 승무원 이 씨의 실종신고가 이루어지고, 바로 수색이 진행되었다. 22일 밤 10시 30분 북한이 실종자를 사살 후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가 청와대에 보고되었다. 그런데 23일 8시 30분에서야 대통령에게 대면보고 되었다. 23일 밤 10시 50분에 언론을 통해 이 씨의 피격사건이 보도되었고, 24일 오후 4시 대통령은 “충격적 사건에 매우 유감”을 표명했다.

 

만행과 관련하여 온갖 이야기가 들려온다. 공무원의 월북설이 들린다. 빚이 많았다고, 신발이 배 안에 놓여있었다는 것이 이유란다. 북한은 사람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불을 놓은 것은 코로나 방역차원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왜 그렇게 북한에 눈치보냐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국방부로부턴 그저 조사중이라는 맥없는 말만 들린다. 북한의 만행이 9.19 위반은 아니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유튜브엔 “대단히 미안하다”는 발언을 칭송하며 김정은 계몽군주설도 들린다. 갑자기 한참 전에 왔다는 김정은의 친서 이야기도 들린다. 조사는 해도되는데 경계선을 넘어오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이라 대통령 보고를 미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박근혜 전대통령 7시간에 빗대어 문재인 대통령 10시간 이야기가 들린다. 47시간 침묵을 비난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아카펠라 공연을 볼 일이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판국에 웬 종전협정이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온통 혼동스럽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이야기뿐이다. 사자는 말이 없다. 일본 낭인 에조처럼 현장에서 사람을 죽인 그 자들은 알고 있겠다. 그런데 우리는 접근도 못한다. 그들은 우리의 적이다.

 

우리가 모르는 대북관계의 진실이 더욱 궁금해진다.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친서가 한참이 지난 이제서야 공개되었다. 언뜻 무슨 이벤트를 진행하려다 안되겠다 싶어 공개한 느낌이 든다. 국민도 내막을 알아야겠다.

 

무엇보다도 명명백백한 상황조사가 필요하다. 일본 대하듯 우리도 당당하게 북한 눈치보지말고 대응해야 한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빨리 사실을 담은 현대판 에조보고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71년 만이 아니라 즉시 공개되어야 한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아트쇼’ 개막...국내 미술작품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 14회 '2025 서울아트쇼’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150여 갤러리가 소장한 전시는 제프쿤스 알렉스카츠 등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약 3000여점 규모로 전시한다.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특별전과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함께 마련된다. 특별전으로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김환기,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이배, 이건용 외 18인)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쿠사마 야요이 외 19인) ▲스컵처가든(광화문을 그리는 고흐 등 대형조각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구성돼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아트쇼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서울아트쇼'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하고자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위시해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보다 폭 넓은 문화 향유를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년 크리스마스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서울아트쇼는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시작된 아트페어이며, 앞으로도 더욱 과감하게

정치

더보기
【특집】 시사뉴스·수도권일보 선정 2025 국정감사 우수의원
[시사뉴스 박성태, 강민재, 홍경의, 이광효, 김세권, 우민기, 양용기 기자] 이재명 정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감은 ‘내란청산’과 ‘민생회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정치적 공방과 민생 현안이 교차한 가운데 치열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사법개혁 논의와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도심 지반침하 및 산업안전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독 특정 인물들이 주목을 많이 받은 2025 국감은 초반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국감기간인 한달 내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병행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실태를 분석하고 시정을 촉구한 의원들도 있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재난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화려한 한류 문화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쿠팡 “유출자 3천개 계정 이름과 전화번호 등 고객정보 저장 후 모두 삭제...외부전송 無”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유출자는 약 3천개 계정의 고객정보를 저장하고 이후 모두 삭제했고 외부 전송은 없었음을 밝혔다. 쿠팡은 25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쿠팡은 유출자를 특정했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음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유출자는 3300만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고 이후 이를 모두 삭제했다. 외부 전송 등 추가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쿠팡은 디지털 지문(digital fingerprints)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 유출자는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유출자가 쿠팡 고객 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 드라이브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모두 회수돼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지난 12월 17일 유출자의 진술서 제출을 시작으로 관련 장치 등 일체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해 왔다”며 “쿠팡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기관의 관련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해 왔다”고 밝혔다.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쿠팡은

문화

더보기
군복을 입은 음악가의 일상 기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나의 군악대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초반, 용인경찰교향악단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며 보낸 2년 2개월의 시간을 바탕으로, 군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클라리넷 전공자로 음악적 역량을 한창 키워가야 할 시기에 군 입대를 맞이한 저자는, 군복을 입은 음악가로 살아가며 느낀 복합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력이 퇴보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려 했던 치열한 시간들이 담담한 문체로 펼쳐진다. ‘나의 군악대 이야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군악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일반 병영과는 다른 군악대의 일상, 훈련과 연주가 공존하는 생활, 각종 국가 행사와 공연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장면들은 기존의 군대 서사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군악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읽힌다. 또한 ‘사라진 다롱이 일경’, ‘전설의 고향’과 같은 에피소드는 군대 특유의 긴장감과 허무함, 그리고 웃음을 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