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전세대란'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에는 전세 물건을 보증부 월세인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로 내놓았던 매물을 반전세 형태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월세로 늘어난 보유세를 충당하려는 것이다. 초저금리로 인해 은행 예금이 무의미해져 집주인들이 안정적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세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전셋값이 더 오르는 모양새다.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화와 대출 요건 강화 등으로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의 전셋값은 1억원 이상 급등했고, 강북지역에서는 아파트들의 전셋값도 수천만원씩 올랐다. 특히 내년 입주 물량마저 올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전세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은 52주 연속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와 동일하게 0.08% 올랐다.
서초구(0.19%), 강남·송파구(0.11%) 등 강남4구 지역은 전세 전환과 청약 대기수요 등의 영향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마포구(0.12%), 노원구(0.11%), 구강북(0.08%), 성동구(0.07%) 등도 전셋값이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저금리 기조, 청약 대기 수요 등으로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면적 84.8㎡) 전세 매물은 지난달 1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6.17 대책 직후인 18일에 9억5000만원에 오르더니 현재 전세 호가는 11억원~11억3000만원 선이다. 또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94.49㎡) 전세 매물 호가도 1억원 가량 올랐다.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 등으로 집값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매를 미루는 수요와 청약 대기 수요까지 전세시장으로 몰리면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반면, 초저금리와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공급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 부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의 주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1로, 지난달 평균인 158.1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설수록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덩달아 전세 물건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