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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영환 칼럼] 부동산정책, 시장에 우선 맡겨라

서울의 집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현금으로만 살 수 있는 집과 은행 빚 얻어 살 수 있는 집이 그것이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점은 15억 원이다.

지난 12월 16일 문재인정부 들어 발표된 18번째 부동산정책은 15억 원을 초과하는 집은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현금으로만 살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일부에선 마치 더 이상의 규제는 없는 듯 강력한 투기와 매수수요 억제 정책으로 무작정 오르는 부동산에 철퇴를 내릴 것처럼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평가는 오래가지 않았다.

벌써 주택담보대출 40%가 인정되는 9억 원 이하 아파트값이 12·16 발표 이후 몇 천만 원 뛰었다느니, 서울권을 벗어난 어느 지역의 분양 열기가 100대 1에 다가서는 등 사상 최대라고 하는 얘기가 들린다. 인기학군이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1억 원이 오른 채 전세계약이 체결됐다는 등 전세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렇게 서울 강남4구 등에 주로 포진한 고가아파트의 이른바 ‘투기수요’를 잡기 위한 조치는 오히려 9억 원 이하 아파트, 서울 외 지역, 그리고 매매가 아닌 전세시장의 과열을 불러일으키는 조짐이 일고 있다.

게다가 정부정책의 화살이 향하고 있는 15억 원 이상 아파트를 분석해 보면 12·16대책의 실효성에도 다소간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총 22만2,000여 가구로 이중 96.2%인 21만3,000가구가 서울에 몰려있다. 서울의 아파트는 137만5,000가구로 서울 아파트 전체의 15.5%가 15억 원 이상인 셈이다.

그런데 15억 원 초과 주택 10채 중 6채는 현금으로 매입한다고 분석되고 있다. 12월 22일 현재 건설교통부의 집계를 보면, 올해 거래된 시가 15억 원 초과 서울의 주택 구매건수 1만400건 중 3,900건(37%)만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것이다. 

결국 15억 원 초가 주택에 대한 ‘대출 봉쇄’라는 카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정책을 가볍게 여기는 것인지, 사람의 마음이 이상한 것인지, 부동산가격을 상승케 하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는 듯하다. 

일부에선 정부가 15억 원 아파트를 대출규제로 묶으니 ‘왠지 15억 원이 안 되는 집도 15억 원을 1차 목표가로 뛰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강남의 아파트는 2003년 평당 2,000만 원 시대, 2006년 평당 3,000만 원 시대를 열었다. 한때 평당 3,000만 원은 서울 집값의 기준점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서울의 인기 있는 지역은 이미 저 멀리 높은 곳으로 가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지역마저 3,000만 원을 향해 거의 다다르고 있는 형편이다.

숫자의 힘은 묘하다. 15억 원, 정부와 일부 언론은 정부가 누르는 압력으로 무겁게 얘기하지만, 이번 정부들어 18번째 대책을 접해야 하는 시장엔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무겁게 던졌으나 시장은 가볍게 받는 듯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대책들이 속출하고 시장은 대책을 무색하게 반응하는 사이 많은 이의 꿈은 사라져간다. 집 없는 서민들과 청년들에게 집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정부는 시장을 못 이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있어선 정부는 어쩌면 필요선이 아니라 필요악이 나을 수 있겠다. 정부의 규제로만 풀 일이 아니다. 시장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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