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4.26 (토)

  • 맑음동두천 17.5℃
  • 맑음강릉 23.3℃
  • 맑음서울 16.8℃
  • 맑음대전 19.0℃
  • 맑음대구 23.8℃
  • 맑음울산 21.4℃
  • 맑음광주 20.0℃
  • 맑음부산 16.7℃
  • 맑음고창 17.3℃
  • 맑음제주 17.8℃
  • 맑음강화 13.1℃
  • 맑음보은 18.9℃
  • 맑음금산 18.7℃
  • 맑음강진군 19.7℃
  • 맑음경주시 24.4℃
  • 맑음거제 15.8℃
기상청 제공

칼럼

[이필재는 58년 개띠다] <제2화> 누구나 계획은 있다, 빠따를 맞기 전까진

URL복사
서울고 3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아침 교문 지도를 마친 우리 학교 선배 교사가 우리 반이 수업 대기 중이던 본관을 향해 걸어오는데 누군가 창밖을 내다보다 냅다 욕을 했다. 그 선생님이 그날 두발 단속에 걸린 학생들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어 고속도로를 냈기 때문이었다. 

고3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실로 뛰어올라온 선생님은 욕을 한 학생을 잡아내려 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손을 들었다가는 죽음이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종례를 마칠 때까지 제 발로 찾아오지 않으면 “자동으로 3운동장 집합”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우리 학교엔 운동장이 셋 있었다. 제일 작은 3운동장은 복원된 경희궁 뒷산에 있었다. 당시 우리 학교는 일제가 강점기에 철거한 경희궁 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반장이었던 나는 종례를 마친 후 교무실로 선생님을 찾아갔다. 

“어, 다녀갔어. 해산~”

다녀갔을 리 만무했다. 제자이자 까마득한 고교 후배에게서 공개적으로 쌍욕을 들은 선생님의 분이 그 새 풀린 듯 했다. 

걸핏하면 군대식 단체기합을 받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학교는 ‘까라면 까는’ 상명하복의 병영 문화가 지배했다. 군사정부 하 고등학교와 대학엔 교련 과목이 있었고 교련시간이면 교련복을 입었다. 목총(모형 총기)을 들고 제식훈련을 했고 열병도 했다. 군사훈련이나 다름없었다. 교련 교사들은 예비역 장교였는데 평소 군복 차림이었다. 이들은 체육 교사들과 더불어 학생들의 규율 잡는 역할을 도맡았다.

나는 연세대 신방과 2학년을 마친 후 공군 사병으로 군에 입대했다. 1979년 여름이었다. 대전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 후 공군본부에 배치됐고 공군참모총장 당번병으로 근무하다 전역했다.

졸병 때 고참들에게 맞으면서 나는 나중에 졸병을 때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제대할 때까지 나와 한 이 약속을 지켰다. 

그 시절 뒤늦게 전입 온 바로 아래 한 달 졸병이 군악 특기였다. 입대 전엔 몰랐지만 대학 동기로 음대생이었다. 그는 음대엔 빠따를 때리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군악대 출신의 예비역들이 병영 문화를 학원에 이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행사가 많은 의장대와 군악대는 전통적으로 군기가 세다.


고교 방송반 반장 시절 나는 1년 후배 반원들을 ‘빠따’ 친 적이 있다. 방송실에 있는 마이크 스탠드가 도구였다. 단 한 번이었지만 무지막지하게 쇠파이프로 때린 것이다. 그로부터 꼭 1년 전 나도 동기들과 함께 1년 선배였던 전임 반장에게서 마이크 스탠드로 빠따를 맞았다. 


얼마 전 만난 방송반 1년 후배는 방송반 시절 나에 관한 기억 중 하나로 빠따를 치던 모습을 소환했다. 잘나가는 드라마 공중파 PD 출신으로 프로덕션 사장인 그는 그때 피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군 시절 구타를 하지 않은 건 내 몸에 각인된 병영 문화를 정작 병영에 있는 동안 거부한 것이다. 


이필재는…
‘58년 개띠’로 서울서 태어났다. ‘뺑뺑이’ 1회로 고등학교에 진학, 대학에서 언론을 전공한 후 중앙일보에 들어갔다. 정년퇴직 후 ‘배운 도둑질’을 하는 한편 이런저런 강의를 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한화 건설부문·한전·LG전자 '직류 생태계 조성' MOU 체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화 건설부문은 한국전력, LG전자와 'DC(직류)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4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김동철 한전 사장,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부사장)을 비롯한 3사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이번 기술협약은 AI시대 도래와 데이터센터 증가 등으로 갈수록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력망 효율화의 핵심인 직류 밸류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추진됐다. 3사는 공동으로 직류배전 확산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기술개발 및 실증에 관해 협조하는 등 협업을 이뤄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한화 건설부문은 직류배전망을 실제 건물에 도입해 실증하고, 사업화 모델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전력은 전력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LVDC(저전압 직류 송전기술) 시스템을 바탕으로 직류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통상 교류(AC)배전 기준으로 개발되어 있는 초대형 냉방기 ‘칠러’를 직류전압에 최적화된 직류형 칠러로 최초 개발해 공급하게 된다. 3사는 향후 ㈜한화 건설부문이 건설할 데이터센터에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