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12 (수)

  • 맑음동두천 5.3℃
  • 맑음강릉 6.5℃
  • 맑음서울 8.7℃
  • 맑음대전 7.0℃
  • 맑음대구 6.0℃
  • 맑음울산 7.8℃
  • 맑음광주 9.2℃
  • 맑음부산 11.5℃
  • 맑음고창 7.9℃
  • 맑음제주 12.6℃
  • 맑음강화 7.4℃
  • 맑음보은 3.6℃
  • 맑음금산 3.7℃
  • 맑음강진군 5.5℃
  • 맑음경주시 4.4℃
  • 맑음거제 7.6℃
기상청 제공

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정치라는 생물이 간과하는 생명력

URL복사
4년 전 이맘때쯤 나는 정치를 하겠다고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직을 그만뒀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금도 살고 있는 대전광역시 중구의 국회의원 출마에 도전했다.

빨간색과 파란색, 그리고 뒤늦게 만들어진 초록색 당. 이렇게 3개 색깔 당이 싸우던 시절. 그때는 올해와는 달리 빨간 색깔의 당이 대세였다. 진박감별사에 옥새파동에 공천 잡음이 끊임없었지만 그래도 집권여당의 위세는 무시할 순 없었다.

정계 대선배이신 국회의장까지 하셨던 당시 그 지역 현역 국회의원이 자연스레 불출마를 표명하자 이른바 대전 중구는 '무주공산'으로 칭해지며 정치지망생들이 몰려들었다. 

그 빨간 색깔 당에 내가 마지막, 그래서 6명이 일명 '배지'를 향해 돌진했다. 물론 내가 들은 정보로는 몇 명의 공직자가 저울질하고 있다는데 나를 끝으로 결국은 더 이상 출마로 이어지진 않았다.

당시 파란색 당엔 두 분이 꽤나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지역에서 오랜 정치를 했지만, 워낙 빨간색 당의 정치인이 관록이 깊고, 텃밭 자체가 빨간 색깔에 우호적인 터라 파란색 깃발이 휘날리기엔 다소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중 한 분은 늦게 나타난 초록색 당을 믿고 옷을 갈아입었다. 또 한 분은 치명적인 불법이 발각되어 중도에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두 사람이 피치 못하게 파란색 옷을 벗자 그 옷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의 차지가 되어 선거포스터에 얼굴을 올릴 수 있었다.

이렇게 2016년 4월 대전 중구의 선거는 변화무쌍하게 치러졌다. 결과는 빨간색 옷을 입고 뛴 여섯 중 한 분이 승자가 되어 결국 국회에 입성했다.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변했을까? 빨간색 옷을 입었던 몇 분은 다른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더니 지금은 한 분은 소식이 뜸하고, 한 분은 지역을 떠나고, 한 분은 다른 길을 모색하는 듯하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원래 재직했던 대학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빨간색 옷은 정치·사회적으로 욕을 많이 먹는 상황을 맞이했고 지금도 그 앙금은 남아 있다.

정치를 하고 싶어도 빨간색 옷을 입고 정치를 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괜히 욕을 많이 먹는데다 빨간 옷을 입고 의정활동을 하는 지역의 국회의원이 엄연히 있는 그 현실이기에 말이다. 그렇기에 빨간 색의 지역정치는 한밤중처럼 고요했다.

그러는 동안 파란색 옷 정당은 제법 북새통이 되었다. 4년 전 쓴잔을 마신 분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새로운 포부를 안은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했다. 

최근 뜻을 접었지만 지역에서 오래 일한 3선의 구청장도 공을 많이 들였었고, 지역의 조직을 관리했던 30대 젊은 분도 일찌감치 뛰어다니고, 대통령을 모시는 활약을 한 분도 터를 닦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전국의 이슈가 되는 울산시장선거와 고래고기 이야기의 주역이 되시는 분도 크게 회자되고 있다. 

어느덧 대전 중구는 정치적으로 뜨거운 도시가 되어 버렸다.

내가 사는 지역이 정치적으로 관심을 받는 지역이 된 것은 절대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조금은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우선은 2016년에도 뜨거웠는데 그때는 공천경쟁을 둘러싼 유령당원 문제로 뜨거웠고, 이번 역시 대전 중구, 그리고 대전의 정치와는 상관없는 아주 애꿎은 이유로 뜨거워지는 듯해서 씁쓸하다.

또 하나 2016년엔 빨간색 옷을 입은 편이 뜨거웠는데 이번엔 파란색이 뜨거워짐에 집권여당의 색깔을 따라 그 색깔이 중요해지는 정치 현실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함이 더하다.

큰 변화가 없다면 내년 총선 역시 파란색 한 명, 빨간색 한 명, 그리고 다른 색깔 옷의 정치인들이 최종 후보가 되어 뛸 것이다.

설혹 중도에 실패하더라도 도전했던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내가 왜 국회의원을 해야 되는가?', '정치를 하겠다고 내가 왜 대전 중구에 뛰어들었는가?', 그리고 '나는 왜 이 색깔의 옷을 입고 있는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은 쉬운데 이 마음을 지탱하기가 사실 쉽지 않기 때문에 전하는 말이다.

그리고 빨간색이 됐든 파란색이 됐든 정당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당의 후보가 새로운 인물로 넘쳐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매번 새로운 후보에만 관심을 돌리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2020년을 향해 달리는 후보들이 혹시 실패함에도 2024년엔 더 큰 생각을 갖고 뛸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배려하고 키우는 정치풍토, 정당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패한 사람의 푸념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선진 정치, 강한 정당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정치를 보면 확실히 정치는 요지경인 듯하다. 정치는 생물이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매일매일 변하고 살아 숨 쉬는 모습도 있지만 큰 생명력을 이어가는 그 무언가도 매우 중요한 생물의 일면목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대장동 항소 포기...대검예규, 선고형량 구형량의 1/2 미만 등이면 해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항소 포기가 관련 법규를 지킨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만 보면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가 위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57조(항소할 수 있는 판결)는 “제1심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선고한 것은 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항소할 수 있으며 지방법원 합의부가 선고한 것은 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고, 제361조의5(항소이유)는 “다음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이유로 할 수 있다. 15.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형사소송법은 항소에 대한 피고인과 검찰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는 것. 검찰의 항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대검찰청 예규인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구갑, 법제사법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 4선)은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예규를 제시하며 대장동 항소 포기가 정당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 예규에 따르면 선고형량이 구형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