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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정치라는 생물이 간과하는 생명력

4년 전 이맘때쯤 나는 정치를 하겠다고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직을 그만뒀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금도 살고 있는 대전광역시 중구의 국회의원 출마에 도전했다.

빨간색과 파란색, 그리고 뒤늦게 만들어진 초록색 당. 이렇게 3개 색깔 당이 싸우던 시절. 그때는 올해와는 달리 빨간 색깔의 당이 대세였다. 진박감별사에 옥새파동에 공천 잡음이 끊임없었지만 그래도 집권여당의 위세는 무시할 순 없었다.

정계 대선배이신 국회의장까지 하셨던 당시 그 지역 현역 국회의원이 자연스레 불출마를 표명하자 이른바 대전 중구는 '무주공산'으로 칭해지며 정치지망생들이 몰려들었다. 

그 빨간 색깔 당에 내가 마지막, 그래서 6명이 일명 '배지'를 향해 돌진했다. 물론 내가 들은 정보로는 몇 명의 공직자가 저울질하고 있다는데 나를 끝으로 결국은 더 이상 출마로 이어지진 않았다.

당시 파란색 당엔 두 분이 꽤나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지역에서 오랜 정치를 했지만, 워낙 빨간색 당의 정치인이 관록이 깊고, 텃밭 자체가 빨간 색깔에 우호적인 터라 파란색 깃발이 휘날리기엔 다소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중 한 분은 늦게 나타난 초록색 당을 믿고 옷을 갈아입었다. 또 한 분은 치명적인 불법이 발각되어 중도에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두 사람이 피치 못하게 파란색 옷을 벗자 그 옷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의 차지가 되어 선거포스터에 얼굴을 올릴 수 있었다.

이렇게 2016년 4월 대전 중구의 선거는 변화무쌍하게 치러졌다. 결과는 빨간색 옷을 입고 뛴 여섯 중 한 분이 승자가 되어 결국 국회에 입성했다.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변했을까? 빨간색 옷을 입었던 몇 분은 다른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더니 지금은 한 분은 소식이 뜸하고, 한 분은 지역을 떠나고, 한 분은 다른 길을 모색하는 듯하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원래 재직했던 대학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빨간색 옷은 정치·사회적으로 욕을 많이 먹는 상황을 맞이했고 지금도 그 앙금은 남아 있다.

정치를 하고 싶어도 빨간색 옷을 입고 정치를 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괜히 욕을 많이 먹는데다 빨간 옷을 입고 의정활동을 하는 지역의 국회의원이 엄연히 있는 그 현실이기에 말이다. 그렇기에 빨간 색의 지역정치는 한밤중처럼 고요했다.

그러는 동안 파란색 옷 정당은 제법 북새통이 되었다. 4년 전 쓴잔을 마신 분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새로운 포부를 안은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했다. 

최근 뜻을 접었지만 지역에서 오래 일한 3선의 구청장도 공을 많이 들였었고, 지역의 조직을 관리했던 30대 젊은 분도 일찌감치 뛰어다니고, 대통령을 모시는 활약을 한 분도 터를 닦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전국의 이슈가 되는 울산시장선거와 고래고기 이야기의 주역이 되시는 분도 크게 회자되고 있다. 

어느덧 대전 중구는 정치적으로 뜨거운 도시가 되어 버렸다.

내가 사는 지역이 정치적으로 관심을 받는 지역이 된 것은 절대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조금은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우선은 2016년에도 뜨거웠는데 그때는 공천경쟁을 둘러싼 유령당원 문제로 뜨거웠고, 이번 역시 대전 중구, 그리고 대전의 정치와는 상관없는 아주 애꿎은 이유로 뜨거워지는 듯해서 씁쓸하다.

또 하나 2016년엔 빨간색 옷을 입은 편이 뜨거웠는데 이번엔 파란색이 뜨거워짐에 집권여당의 색깔을 따라 그 색깔이 중요해지는 정치 현실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함이 더하다.

큰 변화가 없다면 내년 총선 역시 파란색 한 명, 빨간색 한 명, 그리고 다른 색깔 옷의 정치인들이 최종 후보가 되어 뛸 것이다.

설혹 중도에 실패하더라도 도전했던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내가 왜 국회의원을 해야 되는가?', '정치를 하겠다고 내가 왜 대전 중구에 뛰어들었는가?', 그리고 '나는 왜 이 색깔의 옷을 입고 있는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은 쉬운데 이 마음을 지탱하기가 사실 쉽지 않기 때문에 전하는 말이다.

그리고 빨간색이 됐든 파란색이 됐든 정당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당의 후보가 새로운 인물로 넘쳐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매번 새로운 후보에만 관심을 돌리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2020년을 향해 달리는 후보들이 혹시 실패함에도 2024년엔 더 큰 생각을 갖고 뛸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배려하고 키우는 정치풍토, 정당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패한 사람의 푸념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선진 정치, 강한 정당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정치를 보면 확실히 정치는 요지경인 듯하다. 정치는 생물이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매일매일 변하고 살아 숨 쉬는 모습도 있지만 큰 생명력을 이어가는 그 무언가도 매우 중요한 생물의 일면목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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