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승환 기자] 대한민국 제조업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월의 어느 주말.
기자가 찾은 대구성서산업단지와 구미산업단지는 마치 영화 속 폐허 같았다.
낙엽 깔린 도로 위에는 적막만이 감돌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몇 년 전까진 주말에도 수주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바삐 움직이던 화물차량을 쉽사리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리 곳곳에 나붙어 있는 공장 임대·매매 현수막만 눈에 띈다.
미중 무역 갈등, 한일 통상 분쟁,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대내외 환경에 먹구름이 자리 잡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곳은 중·소 제조업체였다.
무너진 제조업 강국의 현실
1965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대구성서산업단지는 총면적 11,457,545㎡ 부지에 기계금속, 자동차부품, 섬유, 화학, 전기전자, 목재·종이, 음식료 등 3천여 업체가 입주한 대규모 산업단지다.
한땐 대구·경북 산업의 한 축이었고 지금도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으나 최근 국내 제조업이 불황에 빠지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견실하게 운영되어온 중견 강소기업들 조차 경영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2018년 3,043개에 달하던 입주 업체수가 올해 7월 기준 2,960개로 감소했으며 종업원 수는 2017년 56,971개에서 52,595명으로 4,376명 감소했다.
높아진 임금 탓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 비율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체감 감소폭은 더욱 도드라진다.
대구성서산단에 입주한 섬유가공업체 A사.
올해만 생산직 근로자 6명을 내보냈다. 대신 2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새로 고용했다.
A사는 3년 전만 해도 매출액 50억 원을 넘어선 튼튼한 회사였다.
하지만 수주량이 급격히 줄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억 원 대로 급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협력업체들이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채산성 악화를 대비해 사내 인력 조정은 필수다“
업체 관계자는 자조 섞인 한숨을 쉬었다.
“근로자 고용환경 개선은커녕 직원들 내보내기 바쁘다보니 지역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시장침체, 다시 경영악화의 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성서산단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의 위기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준다며 한탄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