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있다. 과거에는 단순 노화로 생각하고 참고 넘겼으나 최근 삶의 질이 높아지고 중년과 노년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남성 갱년기를 적극 치료하려는 인구가 늘어나고 생애 건강 관리에서 중요한 건강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사증후군 발병과 연관성
여성의 갱년기는 폐경과 함께 50대에 시작되지만, 남성은 40세 이후부터 남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30세 전후를 정점으로 해마다 약 1%씩 감소한다. 하지만 혈중 남성호르몬 수치는 개인차가 크다. 노인이라고 할지라도 청년 같은 남성호르몬 수치를 기록하는 사람도 있다. 남성 갱년기가 여성 폐경기 같은 연령에 따른 보편적이며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남성호르몬의 저하는 무기력과 불안, 신경질 등 우울감이 찾아오고 기억력 감퇴, 복부비만, 식욕저하, 불면, 안면홍조, 발열 등 여성의 갱년기와 비슷한 신체적 변화 등이 동반된다. 이외에도 고혈압, 당뇨,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 등의 발병과 연관성도 꾸준히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의 적정 수치와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남성호르몬과 수명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상반되는 의견이 존재한다.
인하대 민경진 교수와 고려대 이철구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추론을 내놓았다. 조선시대 내시 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수명은 70세로 3명은 100세 이상을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런 비율은 오늘날 선진국 100세 이상 생존율의 무려 130배에 달했다. 궁궐 내부에서 전 생애를 보낸 임금들의 평균수명은 47세에 불과했으며 양반들은 평균 51~56세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컷 포유동물이 일반적으로 수컷 포유동물보다 오래 살았는데 이는 수컷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심장질환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망률을 높이는 수치
하지만, 남성호르몬이 적은 경우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이하인 남성들의 사망률이 정상 수치 남성들보다 75% 더 높은 것으로 났으며 미국에서 혈중 총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하위 25%인 남성들을 1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대사증후군과 당뇨의 발병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대사증후군은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남성호르몬 감소가 당뇨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박재우 USC 미프로 줄기세포 내과 원장이 1,139명의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 초기 남성 환자들은 테스토스테론 남성호르몬 및 성호르몬글로불린 수치가 정상적인 남성 환자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고, 또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 수치가 상대적으로 많이 높았다. 당뇨 초기 남성들은 남성호르몬의 기능이 정상적인 남성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
하지만, 미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의 조사에 의하면 남성 호르몬이 증가하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며 전립선이 비대해진다. 이 연구진은 볼리비아 열대우림 지역의 치마네 부족 35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타액을 검사했다. 치마네 부족 남성들은 미국 남성들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았으며 이들에게서는 전립성 비대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흡연, 음주, 스트레스 주의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적정한 수치의 남성호르몬이 이상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가 너무 적거나 많은 테스토스테론보다는 평균치가 부작용이 가장 적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노화와 함께 오는 남성호르몬의 저하는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남성호르몬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는 흡연, 음주, 스트레스, 음식, 비만 등이 있다.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박민구 교수와 고대구로병원 문두건 교수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만성적인 흡연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감소시켜 발기부전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급성흡연은 주로 혈관을 수축시켜 발기력 저하를 가져오는 반면, 만성흡연은 혈관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저하시킨다. 이는 음경해면체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 발기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구는 쥐 실험을 통해 진행됐고, 급성흡연군과 만성흡연군으로 나눠 흡연노출 후 발기력과 테스토스테론치, 고환 및 음경의 조직학적 변화를 검사했다. 그 결과 두 군에서 모두 흡연이 발기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만성흡연군은 테스토스테론치를 40% 정도 저하시켜 음경해면체의 조직학적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가정의학전문의 김명웅 원장은 “남성 갱년기를 예방하려면 과음과 흡연을 가능한 삼가고,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즐겁게 일하는 것이 좋다”며 “신선한 야채와 다양한 과일, 콩으로 만든 식품을 고루 섭취하고, 비만 예방을 위해 체중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올바른 식습관은 갱년기 남성의 건강을 지켜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식이요법과 더불어 꾸준히 운동을 병행하면 보다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등산은 하체 근력을 향상시키고 혈액순환 개선과 폐활량 증가에도 큰 효과가 있다. 수영과 자전거, 달리기, 걷기 등 유산소운동도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해준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주의해야
이미 진행된 상태로 증상이 심하다면 병원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남성 갱년기 환자에게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면 환자의 근력이 증가하게 되며, 체지방 감소와 골다공증이 예방되는 등 전반적으로 신체 기능이 향상된다. 또한,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무기력, 피로감, 우울, 공포감 등의 증상이 개선되며 성적 능력이 개선돼 성욕 및 성기능이 향상된다. 단, 남성호르몬을 남성 갱년기가 없는 일반인에게 사용할 경우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후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방치하기 쉬운 남성 갱년기 우울증 또한 가볍게 넘겼다가 악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갱년기 우울증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재섭 교수는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증상이 악화돼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자살 시도로 이어진다”며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도 우울 증상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점차 대인관계를 멀리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직장에서의 업무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치료하지 않고도 좋아졌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우울증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 재발과 악화로 반복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울증을 방치한 경우에도 치료를 하면 호전이 가능하지만, 초기에 치료한 경우보다 오랜 기간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